재무 안정화를 향한 대성산업의 노력이 눈물겹다. 최근 대성산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후에는 무상증자도 단행한다. 구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앞서 대성산업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디큐브시티 호텔과 디큐브시티 오피스빌딩 등을 매각한 바 있다. 시행사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채무를 떠안는가하면 영업양도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유상증자까지 단행하니 대성산업 재무구조 현황에 궁금증이 유발된다.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대성산업의 행보를 살펴봤다.

‘유증 후 무증’ 결정하자 주가는 하락세서 상승세로
호텔·빌딩·주유소에 백화점도 매각계획 ‘팔고 또 팔고’
4월 17일 대성산업은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라며 “이사회 결의 후 확정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풍문으로만 돌던 유증 소식이 현실화되자 시장은 동요했다. 16일 1만3300원이었던 대성산업 주가는 17일 1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공시 하루 뒤인 18일에는 1만1050원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 대성산업 주가 중 최저 수치였다.
자금 조달하랴, 주주 달래랴
대성산업은 18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타법인 증권취득 자금조달을 위해 57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구주주 보유주식 1주당 1.0408528주가 배정됐다. 예정발행가는 주당 7620원이고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은 오는 6월 27일이다.
유상증자와 함께 무상증자도 예정됐다. 대성산업은 유상증자 납입일 다음날인 6월 28일 1주당 0.5000773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단행하기로 했다. 주식이 희석되는 데 불만을 품을 주주들을 다독이고 유상증자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시각이다. 시장은 이 같은 결정을 반겼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가 함께 진행된다는 내용이 공시되고 대성산업 주가는 1만2950원으로 올라섰다. 최저점을 찍은 지 하루 만의 반전이다.
대성산업이 무상증자 카드까지 내보이며 유상증자 성공의지를 불태우는 데는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이유가 있다. 2월 말 기준 대성산업의 부채비율은 330%를 웃돌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0%p 오른 수치로 PF대출채무에 대한 상환자금을 외부차입에 의존해 발생한 결과였다. 실적도 좋지 않았다. 대성산업은 2010년 인적분할 후 2011년 영업손실 154억원, 당기순손실 58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1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대성산업은 영업손실 366억원, 당기순손실 94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연말 “저조한 영업실적 대비 과중한 차입금 부담에 노출된 상태에서 대내외 경영여건이 악화될 경우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려운 펀더멘탈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성산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적은 실적과 많은 차입금을 대성산업의 위험요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성산업은 올해에도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도 대성산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성합동지주(지분 60.44%)와 김영대 대성그룹 회장(0.37%) 등 우호세력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대성산업 부채비율은 30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팔고 넘기고 가져오고
이전에도 대성산업은 자산을 잇달아 매각하며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했다. 2개월간 진행된 매각건수만 2건이었다. 업계에서는 대성산업이 떨어진 신용등급으로 인해 외부차입 대신 자산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고 풀이했다. 외부차입을 받으면 종전 대비 금융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성산업은 2월 제이알투자운용에 디큐브시티 호텔을 1400억원에 매각했고, 3월 개인투자자에게 이태원주유소를 190억원에 처분했다. 4월에는 대성산업가스가 제이알투자운용에 디큐브시티 오피스빌딩을 1450억원에 매각했다. 1년 전 대성산업이 대성산업가스에 1440억원을 받고 넘긴 건물이다. 디큐브시티 오피스빌딩 매각대금 일부가 배당되면 대성산업 유상증자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대성산업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처분됐다고 볼 수 있다.
대성산업은 지난해 10월 대성스카이렉스를 1100억원에 통 매각했고, 2011년 10월 삼성화재해상보험에 서울 종로구 관훈동 소재 토지 155-2번지 외 1771평을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1384억원이었다. 내년에는 디큐브시티 백화점을 처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난을 심화시킨 디큐브시티 상업시설을 모조리 내다팔아야 자금난 완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자산매각만 한 것은 아니었다. 3월 대성산업은 알짜 사업부를 양도했다. 발전사업 관련 증설투자자금을 외부로부터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대성산업은 “코젠사업부문의 자산·부채·기타관련 권리의무 등을 포함한 사업부문 일체를 포괄적으로 DS파워㈜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양도가액은 1200억원이었다.
시행사의 PF대출채무를 대신 갚은 것도 장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일환이다. 3월 대성산업은 용인남곡이지구 아파트사업의 시행사 ㈜남곡이지구의 PF대출채무 1070억원을 떠안았다. 546억원 규모의 부지도 양수받았다. 지난해에는 용인구갈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사 ㈜푸르메주택개발의 PF대출채무 4300억원을 대위변제했다. 동대문 이문동 아파트 신축공사의 시행사 ㈜나임국토개발(210억원), 가산동 디폴리스 지식산업센터 신축공사의 시행사 가산브이프로젝트금융투자(1380억원) 등의 PF대출채무도 가져왔다.
시행사 PF대출채무를 외부 돈으로 대위변제함으로써 대성산업의 부채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대성산업은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PF사업의 경우 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질 때 시공사가 감당해야할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러다 시행사가 부도가 나면 지급보증을 선 시공사가 대출금까지 대신 갚아야한다. 대성산업은 시행사의 PF대출채무를 가져옴으로써 우발채무 위험을 줄인 것이다.
정책금융공사의 원조도 이어졌다. 대성산업은 2월 정책금융공사로부터 4000억원(정책금융공사 3000억원, 산업은행 1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지원받는다고 공시했다. 지난 12월에도 대성산업은 PF대출 상환에 쓰일 4000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정책금융공사의 지급보증을 받았다. 잇단 지원으로 특혜의혹이 쏟아졌지만 정책금융공사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행위”라고 항변했다.
대내외적인 노력이 이어지면서 대성산업의 재무구조 개선작업도 점차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데 모든 힘을 모으자”는 김영대 회장의 말처럼, 업계에서도 대성산업의 그룹역량이 재무구조 개선에서 성장으로 집중되는 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