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에서 ‘뺨 맞고’ 여의도에 ‘화풀이’?
을지로에서 ‘뺨 맞고’ 여의도에 ‘화풀이’?
  • 민철
  • 승인 2005.07.26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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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형제 ‘비자금’ 분쟁 정치권에 후폭풍 미치나
두산 그룹의 박용오, 박용성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1일 박용오 전 두산 그룹 회장이 박용성 신임 회장이 검찰에 비자금을 조성하고 외화를 밀반출 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데 이어 22일엔 박용성 신임 회장이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용오 전 회장을 격렬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박용성 회장 측은 이번 분쟁은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아니라 박용오 전 회장의 그룹 경영권 탈취 미수사건이라며 진정서 내용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용오 전 회장 측은 경영권 탈취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박용성 회장의 비리를 고발하는 내용의 반박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혀, 두 형제간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형제의 난' 왜 일어났나? 두산 그룹의 형제 경영진 중 맏이인 박용곤 명예회장은 지난 17일 가족회의에서 "박용오 전 회장은 나이가 70세이고 10년 가량 두산을 이끌었으면 물러날 때가 됐다며 셋째인 박용성이 회장을 할 차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용오 전 회장은 이를 수락하지 않고 계속해서 반발해 왔으며 이런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불안감을 느낀 박용곤 명예회장은 다른 가족들과 긴급 가족회의를 통해 박용성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박용오 전 회장은 "두산산업개발을 계열분리해서 나에게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고 이에 따라 두산그룹의 오너들은 회의를 통해 박용성 회장 체제로 굳히게 된 것이다. 박용오 전 회장은 왜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일까? 알려진 바로는 박용오 전 회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두산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장남인 박경원 대표를 도와줬다고 한다. 박용오 전 회장이 이처럼 무리한 요구를 한 배경도 장남을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왜 두산산업개발인가? 실제 두산산업개발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두산 지분을 24.88%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이런 이유로 박용오 전 회장이 올해 초부터 두산산업개발을 계열분리하여 자신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 측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순차적으로 박용성 체제로 경영권이 넘어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박용곤 명예회장의 뜻이지 박용오 전 회장이 수락한 것은 아니어서 일각에서는 욕심 많은 박용오 전 회장의 행동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 왔다. 결과적으로 두 형제간의 분쟁은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향후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 두산그룹의 대응 22일 두산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박용오 전 회장을 해임했으며 또 두산산업개발 상무인 박 전 회장의 둘째아들도 해임했다고 밝혔다. 또한 두산그룹 측은 "박용오 전 회장이 검찰에 낸 진정 내용은 모두 박 전 회장이 회장 시절 진행한 사안인데 스스로 자폭하는 것 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박용성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박용오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탈취미수 사건"이라며 박용오 전 회장이 검찰에 진정서를 낸 내용은 모두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박용성 회장은 이어 "검찰이 조사를 하겠다면 응하겠다. 비자금 조성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비자금 조성이나 횡령이 사실이라면 벌써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 아니냐"고 강력히 반박했다. ◆ '비자금 의혹' 사실인가? 검찰은 두산그룹의 비자금 조성, 분식회계, 외화밀반출 혐의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외에 돈의 사용 내역까지 수사하면 이번 사건은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수도 있다. 만약 비자금의 사용처가 정치권 등의 로비에 사용한 것이라면 정치권까지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측은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25일 최종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형제간 분쟁 문제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진정서는 수사의 단초 밖에 될 수 없으므로 진정서의 신빙성을 확인한 후 본격 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이처럼 수사에 신중한 이유는 대그룹의 존폐가 걸린 중대한 사건이어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반적인 고소장과 달리 박 전 회장이 낸 진정서에는 혐의를 입증하는 자료가 첨부되어 있지 않다"며 진정서의 신빙성을 입증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빙성을 입증하는 첫 절차로 검찰은 일단 박용오 전 회장의 측근인 손모씨를 진정인 자격으로 조사할 방침이며 손씨와 박 전 회장에게 의혹을 입증할 추가 자료의 제출도 요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진정서를 낸 박용오 전 회장도 지난 10년 간 두산그룹을 경영했기 때문에 검찰 소환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초기 수사 단계에서 두산 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단서를 포착하면 그 이후가 매우 복잡해진다. 비자금 조성이 확실한 것으로 밝혀지면 비자금의 사용 내역에 대한 수사도 필연적으로 이뤄지게 되는데 이 때 정치권 등에 사용한 로비 자금이 밝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짧은 기간 동안 두산그룹의 재계 순위가 급격히 올라간 점은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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