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가족 “난 어미 캥거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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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과 장년층 구직자 증가의 함수관계

청년실업의 장기화는 다양한 신조어를 낳았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장미족(장시간 미취업자),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될 가능성이 보인다) 등 시대상을 반영한 신조어는 엄친아를 삼켜버렸다. 뒤이어 청년층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여 88만원세대, 삼포(연애·결혼· 취업 포기)세대, 캥거루족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태생의 이유는 같다고 할 수 있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최근 들어 발표된 캥거루족의 증가와 50대 이상 구직자의 증가는 우리사회의 청년실업이 어떤 사회현상을 양산하고 있는지 드러낸다.

 
 
캥거루족 10년 사이 1.4배 증가
50대 이상 구직자 5년간 7.6배 증가
부모가 떠안은 청년실업가족전체 흔들
 
서울의 유명한 사립대를 졸업한 김 모(38)씨는 고학력 실업자다. 그는 물리학을 전공한 석사학위 소지자다. 한 때 김씨도 연구소에 취직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바람은 단시일 내에 연구결과를 내기 힘든 연구소에도 불어 닥쳤다. 결국 그는 어렵게 구한 연구직을 1년만에 그만뒀다. 그 후 과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최근에는 성추행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남자교사를 기피하는 사회분위기로 그마저도 일자리를 잃었다. 현재 김씨는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쓰고 있다. 김씨는 결혼은 고사하고 취업의지마저 상실해 가고 있다. 김씨의 부모는 대학만 졸업하면 자식부양에서 손을 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건만, 다시금 알바를 하고 있다. 학비대출를 갚기 무섭게 퇴직했지만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태다. 김씨 부모가 벌어들이는 돈은 1달에 160만원 정도. 김씨 부모는 노후대책은 고사하고 생활비 벌기에 급급하다.
 
캥거루족 증가청년실업이 원인
 
김씨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자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자녀들을 캥거루족이라 부른다. 캥거루족은 2000년 이후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생긴 신조어다.
그러나 용어만 다를 뿐, 캥거루족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내는 키퍼스(kippers), 캐나다에서는 직장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라고 한다. 그밖에 독일에서는 집(둥지)에 눌러 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네스트호커(Nesthocker), 일본에서는 프리터(freeter) 등으로 부른다. 프리터는 자유(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로 돈이 급할 때만 임시로 취업할 뿐 정식 직장을 구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26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만 2544세의 캥거루족은 약 116만명으로 추산된다. 200082만명에서 10년 새 1.4배 늘었다.
한국의 캥거루족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30~34(239천 명)가 가장 많다. 문제는 중년 캥거루족의 증가다. 중년 캥거루족이라 불리는 만 3544세는 같은 기간 45000명에서 174000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30세 이하는 취업준비 등의 이유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 중년 캥거루족의 증가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과연 캥거루족의 증가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침체로 인한 취업난 심화 등 사회 구조적 문제를 손꼽는다. 또한 우리나라 특유의 부모와 자녀간 끈끈한 가족문화에 있다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캥거루족의 등장이 단순히 개인의 의지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씨 부모는 아들이 취직을 못하니 자신이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 부모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취직하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고학력 실업자인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문제에 피로감은 느끼지만 저항감은 없어 보였다.
한국은 캥거루족이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젊어서 부모는 노후자금보다 자녀교육비를 더 우선한다. 또한 자녀의 결혼자금 마저도 부모의 의무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듯 삼포세대의 증가는 부모의 고단함을 유례없이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청년실업 증가중장연층 구직자 늘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청년실업이 증가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장연층의 구직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9일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에 따르면 50대 이상 개인회원 신규가입자는 20072730명에서 20122831명으로 늘어나 5년 사이 7.6배 증가했다.
다른 아르바이트 전문포털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알바인은 올해 14월 집계한 50세 이상 회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후 생활자금이 늘어났으며 더욱이 자식의 경제적 지원까지 감당하게 된 중장년층이 어쩔 수 없이 알바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장년층의 구직자가 저임금 알바시장에서 연명하고 있는 실태는 여러가지 시사점을 제시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난 50세 이상 장년층이 다른 정규직으로 수평이동하는 게 불가능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경영합리화 전략과 정부의 고용시장 유연화 정책 등으로 이제는 장년층도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도록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었지만,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중장년층이 저임금에 알바시장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자식문제까지 떠안다 보니 고통은 이중 삼중으로 배가됐다.
문제는 캥거루족의 증가와 중장년층의 저임금이 가족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캥거루족의 증가는 취업과 결혼 포기로 이어지며 이는 주택시장 침체와 소비 감소, 출산율 저하로 파급되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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