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의 '생방송 음악캠프' 성기노출에 대한 민언련 논평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지난 7월 30일에 방송된, 문화방송의 ‘생방송 음악캠프’의 성기 노출사고에 대해 논평을 냈다.
사고는 인디펑크록밴드 '럭스'가 노래를 하던 중에 이들과 함께 출연한 밴드 '카우치'의 멤버 몇 명이 돌발적으로 옷을 벗어 전라의 모습이 약 4초간 그대로 노출된 것인데 이들과 함께 공연하던 멤버들의 일부는 방송 중에 손으로 욕설을 하는가 하면, 한 멤버는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방송을 지켜 본 시청자들의 놀란 가슴을 헤아리면서 논평을 시작한 민언련은 이와 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차분하게 따져보고 합리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가장 먼저 문화방송의 책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는데 일부 출연자들의 돌발적인 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는 하나 이는 근본적으로 제작자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상파를 통해 인디밴드의 공연을 생방송하는 데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싶다”며 언더그라운드 인디밴드들의 공연 양상은 주류 대중 가수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그들의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표현 양식을 방송할 때 제작진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아울러 지상파 방송사가 인디밴드들의 음악적 표현을 최대한 살려주면서도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행위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녹화방송의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제작자들은 출연이 예정된 인디밴드들에게 지상파 방송의 공연이 소수의 마니아들을 상대로 하는 공연과 다르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극우의 상징물 등을 미리 단속하는 등의 최소한의 사전 조치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음악캠프>의 제작자들이 출연자가 입고 나온 ’욱일승천기‘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은 지상파 방송 제작자들의 ‘방송공공성에’ 대한 인식의 일천함과 안일한 일처리 행태를 그대로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언련은 문화방송측이 인디밴드가 출연하는 음악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내보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에서부터 이들의 출연에 대한 사전 조치는 누가 담당하는 것인지까지 <생방송 음악캠프>에 관해 철저히 돌아보고 점검한 뒤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이번 사건을, 방송심의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며 ‘방송사 자율심의’, 혹은 ‘심의 철폐’ 등의 주장을 해 온 방송사들도 자신들의 주장을 재검토 해봄과 동시에 이번과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떤 방식의 규제가 타당한지, 방송법을 보완할 필요는 없는지 등에 대한 모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민언련은 그 다음으로 문화방송이 이번 사고에 대해 <생방송 음악캠프>의 방송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른바 이번 사건은 <음악캠프>라는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 출연진들의 성격을 고려해 그에 맞는 방송의 포맷을 마련하지 못하고, 사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제작진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으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해당 프로그램이나 코너를 무조건 폐지하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을 했다.
이러한 성급한 조치는 일부의 잘못으로 인해 인디밴드 전체가 매도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기된 것이다.
민언련은 “대중음악의 다양한 발전을 위해 인디밴드들의 지상파 방송 음악프로그램 출연은 순기능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본다”며 거대 기획사들에 의해 좌우되는 대중음악계에서 인디밴드 등 비주류 음악인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음악적 성취가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혔다.
그리고 문화방송은 프로그램 폐지를 선언하기에 앞서, 좋은 기획의도를 갖고 시작한 코너의 원래 취지를 어떻게 제대로 살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이 밖에, 이번 사건을 빌미로 ‘공영방송 흔들기’를 시도하는 일부 언론들의 ‘침소봉대’식 행태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즉, “일부 언론들은 이번 사고를 문화방송 전체, 심지어 공영방송의 문제로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지상파TV 끄고 싶다’, ‘공영방송을 선두로 해서 모든 방송이 시청률의 포로가 돼 음란과 저속의 외길을 굴러 내려가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심한 비약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높이는 방편으로 문제 있는 프로그램들을 제작, 방송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공영방송이 이같은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상파방송 또는 공영방송이 음란과 저질의 ‘선두’에 섰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언련은 “이번 사고에 대해 문화방송이 비판받고 책임을 추궁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평소 ‘신문 방송 겸영 허용’, ‘민영화론’ 등을 앞세워 방송진출을 꾀해온 일부 신문사들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공영방송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속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중파 TV, 특히 공영방송이 무리한 시청률 경쟁으로부터 벗어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안을 우리 사회가 함께 모색하는 일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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