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국정원 압수물 분석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국정원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내부 문건과 전산자료 등 기밀 자료를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4월 3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국정원 청사를 압수수색했다.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어디까지?
불법행위 보고·지시 관련 실무급 소환
檢, 포털서 아이디·신상정보 확보한 듯
검찰은 3차장 산하의 옛 심리정보국 사무실과 전산실 등에서 확보한 컴퓨터 서버의 하드디스크와 내부 인트라넷 자료, 원장·3차장 등이 지시했거나 이들에게 보고된 각종 문건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일부 직원들의 노트북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하면서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불법행위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국정원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등 인터넷 사이트에 정치 관련 댓글을 단 일에 원세훈 전 원장 등 지휘부가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댓글 작업이 정치·선거 개입 의도에서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어떤 배경이 있는지, 실제 여론 조작을 위한 댓글 작업으로 연결 됐는지에 수사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정원의 팀장급 간부를 비롯해 실무자들을 소환해 내부 보고 및 지시 과정과 각종 지시 사항의 이행 과정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은 지난 2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축소·왜곡시킨 혐의(직권남용)로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을 고발한 민주통합당 측 고발대리인을 조사했다. 특별수사팀은 고발장과 증거자료를 검토한 뒤 김 전 청장에 대한 소환여부와 조사방식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외부 협조망 조직적 댓글 의혹 규명
아이디 및 신상정보 등 포털에서 확보
검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국정원 심리정보국 현직 요원인 에이전트(Agent)와 민간인 보조요원인 PA(Primary Agent)의 관계와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즉,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작업지시서 내용을 확보하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선 직전 국정원 내외부의 협조망을 통한 조직적 댓글 작성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검찰이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에이전트들이 운용했던 PA그룹의 활동을 종합한 보고서, PA에 대한 임금지급 내용, 에이전트들이 운영한 전체 PA 규모 등 핵심자료를 확보했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폐지 방침이 정해진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대부분 과학정보국, 여타 국내 담당 부서 등으로 이동해 검찰이 핵심 증거자료 확보가 말처럼 쉬워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또 국정원 현직 요원이 대선 직전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PA들의 신원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이들의 아이디 및 신상정보 등을 인터넷 포털 업체들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포털 쪽 카페와 블로그에서 이뤄진 이들의 활동 내역을 분석해 국정원의 지침에 따라 글을 올린 것인지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도 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국정원 직원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3명 외에 추가로 정치적 댓글을 단 인물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곧 민변 측 관계자도 불러 고소·고발인 조사를 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향후 수사 경과에 따라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오늘의 유머’ 사이트의 운영자를 대리해 원 전 원장, 민모 전 심리정보국장, ‘성명불상자들’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29일 사이에 이틀 간격으로 민 전 국장과 이 전 차장, 원 전 원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했다.
민변에 따르면 “최소 4명 이상의 국정원 직원이 총 8개 그룹, 73개의 아이디로 IP 주소를 바꿔가면서 접속하거나 복수 아이디를 사용해 인터넷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게시글을 작성하고 추천·반대 활동을 했다”며 “이에 따라 성명불상자로 피고소인 명단에 넣었다”고 말했다. 민변은 또 이들 73개 ID를 통해 ‘오늘의 유머’에 올린 댓글 1,467건 중 1,100건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한 내용이어서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단 댓글 중 북한에 반대한 내용은 통틀어 4건뿐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 “검찰의 국정원 수사 신중해야”
민주 “정치개입의혹, 국민께 사죄해야”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검찰의 원 전 원장 소환조사와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해 서면 논평을 통해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등의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 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며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사안인 만큼 검찰은 어떤 정치적 고려도 하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국정원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 등 논란이 되는 모든 문제에 대해 검찰은 공정하고도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 주길 바란다”며 “대선 때 민주당 관계자들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집으로 대거 몰려가 감금상태에 빠뜨렸던 것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회에서는 이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가 끝난 직후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바 있다”며 “국회 국정조사는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수사결과가 사실에 부합했는지 등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와 관련 “국가정보기관에 검찰권력이 너무 일방적으로 행사되면 안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은 국민적 의혹이 큰 만큼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다만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 전직 수장이 오랜 기간 소환조사를 받고 압수수사를 당한 상황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의 적정성은 지켜보며 판단해야겠지만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실질적인 국가정보기관에 검찰권력이 너무 일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며 “정보기관이 쉽게 언론에 노출되고 사건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들어간다면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나 중요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공작 실체를 밝혀 지휘책임자를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정치개입이 명확해졌음에도 정보위에서 거짓답변을 하거나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와 국민을 우롱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전임 원장의 정치 개입 때문에 국정원이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며 “남재준 원장은 이에 대해 현직 국정원장으로서 국민께 사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국정원의 정치개입의혹으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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