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업체 OCI가 업황에 휘청거리고 있다. 실적부진에 대규모 공급계약 해지까지, 잇단 악재로 한숨이 깊다. 당분간 태양광 업황침체도 지속될 전망이다. ‘위기돌파’ 특명을 짊어진 이우현 사장의 어깨가 더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위기를 기회로?” 이우현 사장, 신성장동력 찾기 몰두
OCI는 4월 26일 공시를 통해 “폴리실리콘 공급계약 3건이 해지됐다”고 알렸다. 중국의 우시선텍파워와 맺은 계약이 2건, 선텍인터내셔널과 맺은 계약이 1건이었다. 모회사인 썬텍파워홀딩스가 파산·회생절차를 밟으면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업황침체가 밉다”
금액은 우시선텍파워 1조260억원, 선텍인터내셔널 4360억원으로 총 1조4620억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OCI 매출의 60%(우시선텍 43%, 선텍인터 18%), 장기공급계약분의 9%다. 이번 계약해지로 OCI에 남아있는 장기공급계약 규모는 133억8700만달러(한화 약 14조7500억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도 OCI는 공급계약 해지소식을 알렸다. 1월에는 에버그린솔라(2건·3220억원), 12월에는 세미머티리얼즈(1건·2417억원), 스페이스에너지코퍼레이션(2건·2941억원)과의 계약을 각각 해지했다. 사유는 선텍과 비슷했다. 이들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계약이행이 힘들다는 것이다.
태양광 업황 침체에 따른 결과였다. 최근 태양광 산업은 말 그대로 어렵다.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태양광 수요는 줄었다.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는 곳이 유럽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급물량은 넘쳐나면서 제품가격이 곤두박질쳤고 태양광 업체들의 한숨도 바닥을 뚫었다. 선텍처럼 파산한 업체도 수두룩했다.
국내 폴리실리콘 업체 1위 OCI도 휘청거렸다. 지난 2년간 시가총액 12조원이 증발할 정도였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꿋꿋하게 버텨왔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시련이 표면화됐다. 올해 1분기는 폴리실리콘 가동률 상승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니었다. 여전히 적자상태가 지속됐다.
OCI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800억원으로 전기(7036억원) 대비 10.9% 상승했다. 규모는 줄었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여전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37억원, 308억원을 기록했다. 전기에는 622억원과 1444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를 동일선상에 놓으면 어려움이 더욱 체감된다. 지난해 1분기 OCI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66억원, 724억원이었다.
문제는 OCI의 실적개선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것. 한국투자증권 박기용 연구원은 “OCI의 적자 주요요인이 폴리실리콘인데 3분기까지 폴리실리콘 공급량이 수요 대비 30% 초과상태를 지속할 전망”이라며 “OCI 수익성이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계약해지(선텍) 후 추가적인 계약해지가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황이 회복 전까지 OCI 실적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우현, 검증대 서다
OCI가 잇달아 위기에 봉착하자 이우현 OCI 사장에 이목이 쏠린다. 이 사장은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3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OCI는 “최근 몇 년간 급속하게 성장해 온 OCI와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태양광 산업 등 경기침체로 인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에게 ‘위기돌파’ 특명이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적자상태 지속, 공급계약 해지 등 연달아 궂은 소식이 들리는 것은 이 사장에게도 곤혹일 것으로 보인다. 사장승진을 기점으로 그룹 내 영향력을 굳건히 하면서 이 사장의 경영능력도 본격 검증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비록 이 사장이 경영전면에 나선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잇단 악재는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을 살리기 위해 이 사장이 선택한 방법은 신성장동력 찾기.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태양광 업황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신성장동력 발굴로 OCI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수익을 개선코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점을 둔 부문은 전력발전 사업이다. 매출의 20%까지 수익을 끌어올리겠다고 했을 정도로 그룹이 거는 기대가 크다.
OCI는 이 사장의 진두지휘 하에 전력발전 사업의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아직은 미국과 국내가 주 무대다. 미국에서는 자회사 OCI솔라파워가 참여하는 400㎿ 규모의 태양광 발전 전력공급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미국 전력공급회사인 CPS에너지와의 계약체결을 위해 이 사장이 6개월간 텍사스를 11차례 찾았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25년간 25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OCI는 기대 중이다. 투자 예상금액은 12억달러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서울·부산·전북·경남 등)와 총 4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발전소 건립이 이뤄진 것은 아니나 지자체와 체결한 양해각서인 만큼 실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만금 산업단지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OCI는 새만금 산업단지 1공구에 신소재 화학제조 공장(2조2000억원)을 짓고, 2공구에 열병합 발전소(1조원)를 지을 계획이다. 환경부가 공장연료에 제동을 걸면서 한때 사업진행이 불투명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유연한 접근을 환경부에 주문하면서 계획대로 추진되게 됐다. 당초 OCI는 공장연료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유연탄을 허가받았으나 환경부가 LNG 사용을 요구해 사업이 무산될 상황에 놓였었다.
신소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웨이퍼를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사파이어 잉곳과 진공단열재가 바로 그것이다. LED 조명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전망이 밝다.
이 사장은 2017년까지 사업다각화를 위해 기존 사업부문(폴리실리콘·석유석탄화학·무기화학및기타)에 전력발전·신규사업(신소재)을 추가해 5개 사업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영업환경이 불안정할 때도 이익을 내겠다는 의지다. 과연 그가 그룹의 위기를 기회로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