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회장님 제발 가만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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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확정됐지만 아이팩·배당 논란은 계속

회삿돈 300억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한시름 덜 것으로 예상됐지만 담 회장 소유회사인 아이팩이 오리온의 발목을 잡았다. 아이팩은 담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진원지로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받는 회사다. 과한 고배당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오리온의 배당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였지만 국내실적이 격감한 때 무리한 집행이었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담 회장이 변제한 횡령금을 돌려받기 위해 고배당을 실시한다”는 의혹이 힘을 받고 있다. 오리온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짚어봤다.

 
회삿돈 300억원 횡령·배임 혐의 담철곤, 집행유예 확정
문제의 ‘아이팩’, 고배당·특혜의혹 등 끊이지 않는 잡음
회사사정 안 좋다더니…잇단 배당논란 시장은 어이없다

3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은 담철곤 회장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이 최종 선고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4월 26일 담 회장에 대한 상고심을 열고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업무상 횡령 맞다”

대법원은 “담 회장과 아내인 이화경 부회장의 지위와 영향력, 미술품의 구입목적과 경위 등을 종합해볼 때 담 회장이 회사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한 행위가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담 회장은 2011년 6월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아 구속 기소됐다. 검찰조사 결과, 담 회장은 해외 유명작가의 고가미술품 10점을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성북동 자택에 설치하고, 고급 외제승용차를 계열사(아이팩) 법인자금으로 리스해 개인용도로 사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이팩을 설립하고 임원급여를 주는 것처럼 가장해 38억원을 횡령하는가하면, 1년에 2억원씩 지불하는 자택관리(청소·주방 등) 인건비를 10년간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주식 관련 의혹도 일었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아이팩의 차명주식을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로 이전하면서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법으로 아이팩 중국 자회사의 자금 2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아이팩 중국 자회사의 지분을 페이퍼컴퍼니에 헐값에 팔아 회사에 31억원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상고심에서는 담 회장의 범행에 가담해 함께 기소된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과 홍송원 갤러리서미 대표에 대해서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이 유지됐다. 담 회장의 비자금 사건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다.

논란의 중심 ‘아이팩’은

그렇다면 재판 내내 횡령·배임 혐의 진원지로 지목된 아이팩은 어떤 곳일까. 아이팩은 제과·음료의 포장재를 만드는 회사로 담 회장의 지분이 53.33%다. 46.67%는 프라임링크인터내셔널이 보유 중이다. 그러나 프라임링크는 아이팩의 자회사. 시장에서 아이팩을 담 회장의 100% 개인회사로 여기는 이유다. 담 회장이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때는 2011년부터였다.

언급했듯 아이팩은 담 회장이 받은 혐의 곳곳에 이름을 내밀었다. 석연찮게 보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아이팩이 지탄받는 부분은 많다. 오리온의 전폭적인 일감지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아이팩은 총매출 883억원 중 792억원을 오리온그룹으로부터 거둬들였다. 총매출의 90%에 해당한다.

2010년과 2011년에도 거래비중은 상당했다. 2010년 77%(총매출 785억원, 오리온그룹 거래 603억원), 2011년 83%(864억원, 718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오리온과의 거래규모가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총매출은 513억원, 영업이익은 46억원이었다.

고배당도 문제가 됐다. 2011년 아이팩은 200억5600만원(주당 10만9000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2180%로 ‘초고배당’이라는 지적이 들끓었다. 당시 아이팩의 당기순이익은 9억원에 불과했다. 2000~2005년 11억원, 2006~2007년 8억원과 3억원을 배당했던 것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200억5600만원 중 담 회장에게 돌아간 돈은 약 110억원이었다. 그렇다면 아이팩이 초고배당을 실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건물을 매각하며 발생한 수익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아이팩은 오리온 계열사인 스포츠토토에 건물을 팔았다. 공시에 따르면, 스포츠토토로부터 아이팩이 받은 돈은 210억원이었다. 2011년 배당규모와 비슷한 금액이다.

“변제금 보전 의도?”

건물매각 이후 의구심이 생길만한 일들이 차례로 일어났다. 2011년 검찰수사를 받던 담 회장은 횡령금액으로 추정된 134억원을 아이팩에 수증방식으로 돌려줬다. 재계에서는 “담 회장이 유리한 판결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풀이했다. 효과는 있었다. 2012년 1월 2심 재판부는 “피해액 변제 등을 고려했다”며 담 회장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던 1심보다 완화된 결과였다.

아이팩은 담 회장으로부터 134억원을 받은 뒤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유상감자를 통해 아이팩의 자본금은 22억5000만원에서 17억25000만원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팩은 주주로부터 10만5000주를 주당 7만6865원에 사왔는데 총 81억원에 달했다. 즉 담 회장 외 주주에게 81억원을 지불한 것이다.

아이팩의 유상감자 가액이 다소 높게 책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프라임링크의 지분취득가액과 비교된다. 공시에 따르면 프라임링크는 아이팩 지분 16만1000주를 49억9100만원에 사왔다. 주당 가격은 3만1000원. 유상감자 당시 책정된 주당 7만6865원의 40%에 불과했다.

담 회장이 아이팩에 134억원을 수증방식으로 돌려준 뒤 유상감자, 고배당이 차례로 이뤄지자 재계 안팎에서는 상당한 의구심을 보였다. “담 회장이 아이팩에 지급한 변제금을 보전해주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추정에 불과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담 회장은 형량완화와 자금보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었다.

어려워도 배당 그대로

최근에는 오리온의 배당이 문제가 됐다. 실적은 격감했지만 배당금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최근 오리온은 주주총회에서 158억원(주당 3000원)의 배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당성향은 270.2%였다. 2011년 34.3%였던 것과 비견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오리온의 실적을 보면 이처럼 배당을 지급한 데 대해 의아함이 남는다. 오리온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8억원에 불과했다. 2011년 당기순이익은 460억원이었다. 1년 새 당기순이익이 약 400억원 줄었는데도 배당금은 전년도와 동일하게 지급한 것이다.

오리온은 오너일가 지분이 지난해 말 기준 총 28.84%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화경 부회장이 14.5%, 담 회장이 12.92%, 담 회장의 두 딸 담경선·서원씨 각각 0.53% 등이다. 이번 배당으로 오너일가가 가져간 돈은 약 45억원. 이중 담 회장이 20억원, 이 부회장이 23억원, 담경선·서원씨가 각각 8400만원을 가져갔다.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할 오너가 오히려 알짜수익을 거둔 셈이다. 아이팩에 오리온까지 배당논란에 휩싸이자 시장은 다시 한 번 의구심을 드러냈다. “담 회장의 변제금을 회수하기 위해 무리한 배당이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 담 회장은 아이팩(110억원)과 오리온(20억원)의 배당만으로도 변제금(134억원) 대부분을 회수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이 부회장의 말이 회자된다. 이 부회장은 2011년 남편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그룹 최대위기”라며 담 회장의 경영복귀를 호소했다. 그러나 오리온의 영업이익·당기순이익(개별기준)은 2011년보다 2012년 대폭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리온이 배당규모를 유지한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보인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데 대해 “메가마크 미분양분에 대한 감액손실금으로 428억원이 발생했다. 전년보다 당기순이익이 대폭 줄어든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가마크는 오리온의 건설 계열사다. 이어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는데도 배당규모를 유지한 데 대해서는 “배당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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