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를 누리려면 병이 없어야 하고, 일과 돈이 있어야 한다. 참 간단한 일인데 쉬운 일이 아니다. 병 없이 건강하게 살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한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본다.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중에 암이 있다. 암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무슨 음식을 먹으면 암에 걸리고, 무슨 오염물질에 노출되면 암에 걸리고, 무슨 화학물질에 접촉하면 암에 걸리고, 등등 온갖 세상만사가 암의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느 것 하나 암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없어서 발암물질을 피하기보다, 장마철 빗줄기를 피하기가 쉽다면 과장일까?
암의 원인이 많다는 것은 제대로 원인을 모른다는 말과 같다. 물론 저자도 암의 원인을 모른다. 그러나 황사속에 숨쉬는 사람,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 쌀로 밥지어 먹고 과일을 디저트로 먹는 사람들이, 모두 암에 걸리지는 않더라는 것은 안다.
그동안 암에 걸리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암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대체로 재벌이라는 사람들이 암에 잘 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암에 걸리는 비율이 낮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재벌이 되려면 끊임없는 경쟁을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자칫 한번만 판단을 잘못해서 도장을 잘못 찍으면 수 십년 공들여 쌓아놓은 기업이 천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만큼 예사로운 일이다. 스트레스가 클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정치하는 사람들은 전혀 걱정할 일이 없다. 날만 새면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나면 거짓말로 얼버무리고 뒤집어씌우면 그만이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없고,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그래서 정치인은 암에 걸리는 경우가 재벌보다는 적은 것 같다. 암의 원인은 결국은 스트레스다.
가끔 암에 걸려서 시한부판정을 받고 도시의 삶을 떠나서 시골에 낙향하여 땅을 일구며 산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다. 무슨 사장이거나 무슨 대기업의 임원이었던 경우가 많은데,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산나물반찬을 먹으며 유유자적하다 보니 어느새 암세포가 사라져버렸더라는 성공담이 곁들여진다. 그래서 시골의 맑은 공기가 좋다고 하고, 무슨 나물이 암에 특효라 하여 날개가 돋친다.
좋은 공기가 보약이라면 남태평양에 산재한 섬나라에는 암환자가 없어야 하고, 채식이 특효약이고 고기반찬이 암을 일으킨다면 소 돼지 키우는 목장주나 스테이크 식당의 주방장들은 귀양을 보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암에 걸린 도시남자가 시골에 가서 암을 이겨낼 수 있던 것은 맑은 공기일 수도 있고 채식반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분명한 것은 자기를 닦달하고 괴롭히는 스트레스를 팽개쳐버리고 훨훨 떠나버릴 수 있는 용기와 여유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확실한 항암치료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