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아니라 감옥에 가야 한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상 송전탑에 오른 사내하청 해고자 최병승씨와 비정규직지회 천의봉 사무국장의 고공농성이 200일째를 맞이하기 전날인 3일, 사내하청 대책위원회는 정몽구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들이 공장이 아닌 송전탑 위에서 겨울을 지내는 동안 사내하청지회 조직부장 김모씨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분신을 시도했으며, 해고된 촉탁직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었다.
이 와중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송전탑 200일 농성과 비정규직 사태를 뒤로하고 대규모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따라나섰다. 6일 정 회장은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회사가 철탑농성과 불법파견 문제해결에 침묵하고 특별교섭 역시 거절하면서 70여 개 노동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내하청 대책위’는 “정몽구 회장은 미국이 아닌 감옥에 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3일 오후 2시, 한남동에 위치한 정몽구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회장 구속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방미하는 정 회장을 비판했다.
김효찬 현대차 전주 비정규직지회장은 “10년째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박근혜 정부와 미국을 간다고 한다”며 “미국에 갈 게 아니라, 당장 불법파견을 해결하고 1만 3천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성민 현대차비정규해고투쟁위원회 의장은 “10년 넘게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있는 정몽구 회장은 불법파견의 해답이 신규채용이라고 사람들을 속이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또한 윤갑한 현대차 대표이사는 담화문을 통해 해고자들이 불법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호동 전해투 위원장은 “한국은 현대차와 같은 재벌들이 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법치 질서를 유린해도 정권의 비호를 받는 재벌들의 천국”이라며 “저들의 오만이 하늘을 찔러도,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재벌에 파열구를 내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0일 동안 40m 송전 철탑에서 대법원 판결을 지키고, 불법을 바로잡으라고 호소했다”며 “정몽구 회장이 가야 할 곳은 미국이 아니라 감옥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어야 할 곳은 철탑이 아닌 공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