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ㆍ페널티 적용 반발 ‘파업’…CJ대한통운 “사실과 달라”
“노사싸움 때문에 ‘택배 전국 일주 사태’ 재연만 해봐라” 여론 냉랭
합병 후 잇단 위기로 내리막길 보여,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시급
집나간 내 택배…‘함흥차사’
CJ대한통운이 CJ GLS와 합병이후 난리통을 겪고 있다. 지난 4월1일 계열사인 CJ GLS와 합병하며 종합 물류회사로 도약했지만 ‘물류센터 전산 오류’라는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며 시작부터 잡음을 냈다.
CJ대한통운은 양사의 합병으로 물류 체계에 혼선이 발생해 길게는 일주일 넘게 택배물품이 배달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를 저질렀다.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난 것은 대전 대덕구 문평동에 있는 메가허브터미널의 전산 통합 과정에서 일부 코드작업의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양사가 통합하면서 CJ대한통운은 메가허브터미널을 증축했고, 이 과정 중 비숙련 근로자들이 채용되면서 지역별 코드 분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시킨 것.
합병 직후인 4월 첫째주 동안 CJ대한통운의 운송장 번호 조회 시스템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물품의 행방을 찾는 전화로 업무는 마비될 지경이였다.
택배지연 사태는 자연히 인터넷 쇼핑몰 업계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쇼핑몰 판매자들은 CJ대한통운을 믿고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송 지연에 대한 고객들의 항의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특히 생물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고객들의 항의에 타 택배사를 이용해 물건을 재발송하느라 피해가 가중됐다.
문제는 택배 지연사태에 대처하는 CJ대한통운의 태도였다.
CJ대한통운과 배송 계약을 맺고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모(40)씨는 “지연 사태로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판매자 등급까지 내려갔지만 택배 금액만 보상해주더라”며 “판매자에게 신용등급이란 수년간 쌓아온 자산이다”고 말하며 상실감을 내비쳤다.
박모(28)씨는 “CJ대한통운에게 수차례 항의전화를 했지만 ‘행방을 알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기다리다 지쳐 소송을 걸겠다고 엄포를 놓으니 그 다음날 바로 제품이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항의 백번 보다 소송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며 “고객에 대해 갖고 있는 CJ대한통운의 서비스 수준을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는 CJ대한통운이 CJ GLS와 통합작업을 진행하며 면밀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서로 각기 다른 코드를 사용하던 회사가 합병되면 통합 코드에 대한 사전 시물레이션을 통해 완벽을 기해야 하는 것이 택배업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업계 2위였던 CJ GLS와 합병해 시장점유율 38.1%를 달성, 택배업계의 명실상부한 국내 1위로 우뚝 섰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허술한 사전준비로 택배업계에게 목숨과도 같은 배송의 신속성과 정확성에 대한 질타가 돌아오며 자존심을 구기는 결과를 낳았다.
CJ대한통운은 업계 처음으로 ‘소비자 평가단’까지 운영하며 고객의 목소리를 담기위해 사활을 걸겠다고 천명했지만 결국 공수표에 그쳤다.
택배기사 파업하자 당근 내밀어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이 지난 8일 운행을 거부하고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업계 1·2위를 다투던 CJ대한통운과 CJ GLS가 통합한 지 한 달만의 일이다.
파업을 주도하는 CJ대한통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 9일 약 1000대의 대한통운 택배 차량이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정오까지 약 300여대 차량이 운송을 거부했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들은 500대 가량이 추가 파업에 참가해 약 1000대를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택배업계 전체 파업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태다.
이번 파업의 시발점은 양사의 통합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합 이후 조정된 택배 기사들의 수수료 삭감과 배송 지연에 대한 과도한 벌칙 문제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1건당 부담하는 2500~3000원 택배비 중에서 택배기사들이 가져가는 몫은 800원 수준이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합병 이후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며 일부 구간 수수료를 줄이자 택배기사들의 불만이 커졌다.
CJ대한통운 비대위는 “양사 통합 이후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CJ GLS 쪽의 기준을 따르면서 과거 대한통운쪽의 수수료가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900원에서 800원으로 인하하면 매달 약 40만~5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됨으로 생계를 위협하는 금액이라는 것이 CJ대한통운 비대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통합 과정에서 수수료 부문 체계가 조정돼 일부 구간의 수수료가 낮아진 것은 맞지만, 다른 방식으로 낮아진 수수료를 보전해 줄 계획이다”고 말했다. 배송 밀집도 지역의 수수료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높이는 방식으로 연말까지 택배기사의 수익성을 현재 대비 40%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파업의 원인으로는 택배 물건의 파손과 분실에 대해 최대 10만원까지 택배기사가 보상해야 하는 페널티 제도가 있다. 윤종학 CJ대한통운 비대위위원장은 “패널티제 강행이나 사고처리 책임 전가, 부대비용 떠넘기기 등으로 택배 기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런 것들을 회사 측이 전가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CJ대한통운은 “페널티 제도는 모든 택배회사가 시행 중인 제도로 고객의 물품을 안전하게 배송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배송 과정에서의 분실, 훼손 및 불친절 등으로 인한 항의가 발생할 경우 그 귀책사유가 어디인지를 규명하는 프로세스로 업계에서는 필수적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CJ대한통운은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이를 적용한 적은 없다”며 “실제로 통합 이후 택배기사들에게 페널티를 부과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CJ대한통운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택배 업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가시화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택배기사는 수익이 낮고 일할 인력이 부족해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열악한 환경에 배송지연 문제마저 택배기사 탓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비난하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일 오후 2시30분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재벌·대기업 불공정·횡포 피해 사례 발표회’에서는 CJ대한통운 여수지사 수탁인의 증언이 이어졌다.
노혜경씨는 2011년 CJ대한통운 여수지사와 화물차량 2대에 대해 위수탁 계약을 맺었다.
노씨는 “차량보증금 4800만원을 운임에서 공제하는 조건으로 계약했지만 CJ대한통운은 보증금 공제가 마무리된 2011년 운임 지급을 거부하고 오히려 소송을 제기해왔다”고 말했다. 또 연대보증금 형태로 제 3자를 위한 대금변제와 차량할부금 명목으로 약 2700만원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1심에서 법원이 노씨의 손을 들어주자 CJ대한통운은 보증금과 밀린 운임을 지불하지 않고 항소한 상태.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노씨는 세금과 연금을 납부하지 못해 통장까지 압류당한 상황이다.
노씨는 “국내 1위 물류회사라는 CJ대한통운이 변호인의 조력도 받을 수 없는 열악한 수탁인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소송을 걸어 받아야 할 운임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울분을 터트렸다.
노씨의 사례가 알려지자 ‘슈퍼 갑’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 사태가 CJ대한통운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슈퍼 갑’이라는 멍에를 쓰게 될지 극적을 화해를 이뤄 업계 1위의 명예를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