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실적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몽규 회장의 배당논란, 계열사의 하도급대금 지급 지연논란 등에도 휩싸였다.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입주민들이 제기한 각종 소송, 부산시 요트경기장 특혜의혹도 여전히 잡음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대내외적으로 곤혹스런 현대산업개발. 이들을 한숨짓게 하는 골칫거리를 짚어봤다.

지난해 시작된 실적부진, 올해도 여지없이 ‘참담’
“사업다각화 필요” 실적부진 당분간 지속될 듯
계열사도 어려워…피아노 제조·판매업 국내외서 적자
해운대 호텔·일산 아파트 등 진행 중인 소송만 15건
현대산업개발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기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부진에 갇혔다
공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7852억원과 292억원이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매출은 2.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51%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더 심각했다. 288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1년 만에 69억원이 됐기 때문이다. 감소율은 76%에 달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3341억원이었다. 사상 최대실적으로 꼽혔던 2011년 4조1079억원보다 19%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1년 새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74%, 당기순이익은 98% 줄어든 1038억원과 5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산업개발이 갑자기 실적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사업구조가 주택사업에 편중된 가운데 지난해부터 자체사업 규모가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간 매출로 인식됐던 자체사업이 마무리된 뒤 대형공사가 끊기면서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매출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현대산업개발은 주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의 자체사업 매출은 7053억원으로 2011년 1조5694억원보다 55% 줄었다. 영업이익은 351억원으로 전년(4426억원) 대비 92% 감소했다. 다른 사업부문과 비견할 때 하락폭이 상당히 컸다. 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현대산업개발의 실적부진도 자체사업 규모축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체사업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8.4%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체사업 마진율 악화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올해 1분기 자체사업 마진율은 14.9%였다. 전년 동기(31.5%)와 비교하면 심각한 수준이었다. 사업구조 다각화 없이는 현대산업개발의 실적부진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KB투자증권 허문욱 연구원은 “2013년 1분기 현대산업개발 자체는 외형성장이 부진하고 수익성이 낮았다”며 “여전히 주택의존도가 높아 자체사업 기성성과에 따라 실적변동성이 커진다. 이익예측신뢰성이 여전히 불안하다”고 평했다.
계열사 사정도 ‘썩~’
현대산업개발뿐만 아니라 계열사들의 상황도 썩 좋지 않았다. 지난해 영창뮤직은 매출이 451억원, 당기순손실 86억원을 기록했다. 전기보다 매출은 6억가량 올랐지만 당기순손실이 71억원 더 발생했다.
현대아이파크몰은 매출과 당기순손실이 1249억원, 98억원이었는데 1년 전에는 1260억원, 165억원이었다. 선방한 편이나 적자상태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아이파크스포츠도 매출은 늘고(133억원→140억원) 당기순손실은 줄었으나(1억4000만원→8200만원) 여전히 적자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법인들의 실적도 나빴다. 8개 해외법인 중 HEP GUANGDONG(중국), HEM(중국), 영창악기유한공사(중국), 천진영창강금주건유한공사(중국), AND Music Corp.(미국) 등 5곳이 적자였다. 이들 5곳의 지난해 매출과 당기순손실은 총 936억원, 132억원을 웃돌았다. 이중 적자전환한 곳은 HEP GUANGDONG과 HEM이었다.
이익증가로 효자노릇을 한 계열사도 있긴 했다. 아이앤콘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아이앤콘스의 매출과 당기순이익 증가세는 돋보였다. 매출이 265억원에서 1145억원으로 330% 올랐고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과 함께 95억원을 기록했다. 나머지 해외법인 HEP SANHE(중국), HEP DAFENG(중국), HEP INDIA(인도) 등 3곳도 매출(합계 1206억원)과 당기순이익(45억원)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앤콘스와 함께 아이서비스, 아이콘트롤스 실적도 괜찮았다. 아이서비스는 2011년과 2012년 비슷한 수준의 매출(1746억원→1711억원), 당기순이익(37억원→37억원)을 보였다. 아이콘트롤스는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2011년 885억원이었던 매출은 1063억원으로, 50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54억원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이서비스와 아이콘트롤스는 정몽규 회장의 지분이 높으면서 내부거래율까지 높아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회사다.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아이서비스가 43%(매출 1711억원, 계열사거래 733억원), 아이콘트롤스가 72%(1068억원, 768억원)였다. 특히나 최근 정몽규 회장은 두 곳에서 약 12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현대산업개발 실적은 안 좋은데 비상장 계열사를 통해 배당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끌벅적 이유도 많아
아이서비스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건설공사를 구두로 위탁한 뒤 하도급 업체에게 2년 동안 963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였다. 2011년~2012년 매출이 1700억원을 넘고, 지난해 배당규모가 28억원이 넘는 회사가 963만원 때문에 망신을 당한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사를 마친 하도급 업체는 대금이 들어오지 않자 아이서비스에 위탁내용 확인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답변을 받지는 못했다. 아이서비스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보낸 때는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위원회에 상정되고 나서였다. 그것도 963만원 중 770만원만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현대산업개발이 골머리를 앓는 문제는 많다. 각종 소송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부산개금현대아파트 하자소송, 남양주 별내 수분양자 분양대금 반환청구소송, 해운대 조망침해 손해배상 소송 등에 휘말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가액만 170억원이 넘는다.
이중에서도 단연 화제는 해운대 조망침해 소송이다. 현대산업개발이 해운대 마린시티에 세운 6성급 특급호텔 ‘파크하얏트 부산’은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호텔전체를 통유리로 감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호텔이었다. 야심차게 내세운 통유리였건만 골칫덩이로 전락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가까이 위치한 아파트 ‘현대아이파크’ 입주민들이 “사생활 침해가 이뤄진다”며 시공사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아파트 고층에서는 호텔의 객실과 화장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소송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잠재워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산 덕이 아이파크 소송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산 덕이 아이파크는 낮은 계약률을 기록해 대표적인 분양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에 최근 현대산업개발은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분양가의 30%를 할인해준다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선착순 100명에게는 자동차 또는 금 50돈을 제공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분양가 할인문제로 소송을 벌이는 중인 수분양자 입장으로서는 해당 이벤트가 달가울 리 없다. 이들은 1차 소송에서 현대산업개발에게 패소한 뒤 즉각 항소했다. 현대산업개발로서는 저조한 계약률로 이 같은 파격조건을 내걸어야 하고, 수분양자들과의 관계까지 껄끄러운 상황이 서러울 듯 보인다.
부산 요트경기장 재개발 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재개발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대신 30년간 호텔부터 요트, 판매시설 등의 관리운영권을 갖는 수익형 민자사업(BTO)이다. 하지만 특혜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운영비용이 늘어나 예상수익률에 못미치면 현대산업개발이 운영기간을 연장하거나 보조금을 부산시에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수익을 내더라도 부산시가 환수할 수는 없다”는 규정이 특혜의혹을 낳은 것이다. 최근 감사원은 부산시를 상대로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라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이 외에도 정몽규 회장이 최대주주가 아닌데서 오는 경영권 위기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 컨소시엄과 관련 특혜의혹 등 현대산업개발이 안고 있는 골칫거리는 산적해있다. 최근에는 울산 아파트단지 신축과정에서 분쟁까지 불거졌다. 자치단체 소유인 줄 알고 ‘기부채납’을 약속한 도로가 공사 착수 후에야 사유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실적개선만 신경 쓰기도 벅찬 때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는 현대산업개발. 이들이 대내외적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소식만 전해주는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