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싱가포르서 부실 공사로 ‘망신’
‘삼성’, 싱가포르서 부실 공사로 ‘망신’
  • 민철
  • 승인 2005.08.08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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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삼성물산-건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기소
최근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X-파일’로 국내에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삼성이 이번엔 해외에서 망신을 당하고 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 건서부문이 싱가포르에서 30층 빌딩을 건설하면서 부실 시공한 혐의가 드러나 법정에 서게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싱가포르의 일간지인 ‘스트레스 타임스’는 지난 7월 1일 “삼성물산 건설부문 및 삼성과 공동으로 공사를 맡은 설계사 및 감리사가 건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 삼성물산 시공한 빌딩 0.1도 기울어 싱가로프 일간지인 ‘스트레스 타임스’를 인용해 보도한 <주간동아>에 따르면, 문제가 되고 있는 이 빌딩은 세계 유명 금융기관들이 몰려있는 싱가포르의 월스트리트(Wall Street)라 불리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건물 높이가 173m(첨탑포함)에 달하는 30층짜리 오피스 빌딩으로 현재 이 빌딩은 0.1도 기울어진 상태라고 한다. 이 빌딩의 완공은 2002년 말 이었으나 무려 2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도 입주를 하지 못한 채 텅 비어있으며, 세입자들을 입주시키는 데 필요한 사전입주허가서도 정부 당국으로부터 발급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간동아>는 보도했다. 이에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산하 건설청은 삼성 측이 애초 건설청은 삼성 측이 애초 건설청으로부터 허가받은 대로 지반공사를 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이 빌딩은 애초 매립지 위에 세워져 지반이 약해 고층빌딩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지반을 다져야했다. 이러한 지반에 삼성은 파일공법(pile, 콘크리트나, 목재, 철제, 모래 등으로 만든 말뚝을 땅에 박아 땅을 단단하게 한 뒤 건물을 올리는 것)으로 2000년 7~10월 파일 공사를 건설청으로 승인받은 대로 공사를 하지 않은 것. 스트레스 티임스 보도를 인용한 <주간동아>는 ‘애초 허가된 공사계획은 콘크리트 말뚝이 단단한 지반을 뚫고 최소한 5m 이상 내려가도록 되어 있었으나 73개의 콘크리트 말뚝 중 63개는 이 계획대로 시공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토목환경공학 조원철 교수로는 “콘크리트 말뚝을 5m 덜 박아도 되는 경우라면설계 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불법시공 내지는 의도적인 부실시공이며, 그 결과물이 기울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간동아>는 보도했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가 부실공사 협의로 싱가포크 법정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삼성 부실시공 보상금 246억 지급? 이러한 삼성의 부실 공사 혐의가 확정되면 삼성은 5만 싱가포르달러(약 3078만원)이하의 벌금 혹은 12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세계 3위 재보험회사 ‘젠느’가 만든 ‘2004년 아시아 재난 보고서’는 삼성이 벌금 이외에도 “부실시공 보상금으로 4000만 싱가포르 달러(약 246억원)를 지급하게 됐다”고 전하고 있어, 이는 삼성이 받은 공사 계약금 3300만 미국달러(약341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그러나 <주간동아>에 따르면, 부실시공과 관련 삼성측 관계자는 “계획대로 파일공사를 시행했으나 암반 밑에 연약층이 나타나 일부 부동침하가 일어난 것으로 불가향력적인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건설현장에서 다년간 지반공사를 담당했던 한 실무자는 “래플스 플레이스 일대에는 30층짜리 빌딩은 중간급 고층빌딩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이보다 훨씬 높은 빌딩들이 많기 때문에 더 깊이 말뚝을 박는 파일공사가 많이 이뤄졌을 것이고, 때문에 이 지역 지층에 대한 정보가 많았을 텐데 사전에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며 의아함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또 삼성이 건설한 빌딩이 기울어졌다는 사실은 2001년 1월부터 언론 보도를 통해 싱가포르 전역에 알려졌다. 싱가포르 언론들은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스트레이트타임스와 경제지 비즈니스타임스는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보도했으며, 세계 3위 재보험회사인 젠르(Genre)는 2004년판 아시아재난보고서에 이 기울어진 빌딩에 대한 언론 기사들을 간추려 게재하기도 해 싱가포르에서는 우리나라의 국가 신뢰도가 떨어져지고 있음을 지적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한편 국내 도급 순위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서울 이태원의 이건희 회장 새 집이 2004년 7월 완공된 뒤에도 계속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인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돼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일부 언론은 "폭우 때 비가 샌 것 아니냐"며 "회장 집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 삼성"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외벽 인테리어와 옥상 조경 공사"라고 즉시 반박했으나, 2년이 넘게 공사를 해 완성된 집인데다 이 회장이 입주한 지 2개월 만에 진행된 공사라는 점에서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세계 최고층 건물인 버즈두바이(Burj Dubai) 공사를 8억8천만 달러에 수주, 지상 160층이상 높이 700미터이상, 연면적 15만평에 달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로 2008년 11월 준공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신도시 중심부에 버즈두바이가 완공되면, 현재 508m로 세계 최고층인 대만 TFC 101빌딩 높이를 2~300m 뛰어넘어 세계 최고 마천루에 등극하게 됨으로써 삼성의 건축기술 무한한 잠재력을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버즈두바이의 절반도 안되는 높이인 싱가포르 빌딩에서 조차 부실공사라는 오점을 남기고 있는 상태로 삼성의 부실공사가 자칫 국가의 신뢰도 하락과 버즈두바이의 거대한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감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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