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업계 주요인사와 잇따른 회동의 속내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최태원 SK(주)회장, 남중수 KT사장 내정자 등 통신업계 주요 인사와 잇따른 회동을 가진 것에 제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사진설명 : LG그룹 구본무 회장>
얼마전 구 회장은 임원 세미나에 참석, 계열사 사장과 임원 300명에게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일하는 방식과 사고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1등 LG’는 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CEO를 비롯한 모든 임원은 미래를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이같은 경고성 발언은 올초 LG와 GS와 계열분리를 통해 정유나 유통 등 ‘현금’사업을 넘겨준데다 주역 계열사인 전자와 화학의 상반기 실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LG전자, LG필립스LCD는 순이익이 각각1조원이 줄었고, 특히나 LG에서 기대하던 휴대전화기 사업마저 지난 2분기에 적자를 기록해 ‘빨간등’이 켜지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업계관계자들은 통신업계 주요인사와의 잇따른 회동이 LG의 위기상황인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러한 LG의 분위기속에서 구 회장이 찾고 있는 성장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여러 가지 추측속에서 통신업계 재편성이냐와 이와는 정반대로 통신사업을정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6월 그룹내 통신계열사 일부 사장들과 함께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났고 7월 들어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남중수 KT 사장 내정자와 잇달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LG는 물론 SK와 KT 측도 “사적인 만남일 뿐 특별한 목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평소 대외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구 회장이 단기간에 통신업계 주요 인사를 집중적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LG그룹이 통신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전략 마련 차원이라는 관측과 통신 계열사를 매각한 뒤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려는 전초작업이라는 해석 등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
구 회장의 이러한 행보에 가장 일반적인 관측은 구 회장이 통신 계열사에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솔PCS 인수 실패, 하나로텔레콤 인수 실패 등 통신사업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던 LG그룹이 향후 통신사업과 관련한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구 회장이 업계 주요 인사를 직접 만나 협조 및 조언을 구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LG가 SK와 제휴해 하나로텔레콤을 공동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KT의 남 사장 내정자까지 만났다는 점에서 이같은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그룹의 통신 계열사를 SK와 KT 등에 넘기고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즉 SK에 비해 무선쪽이 취약한 KT에 LG텔레콤을, SK텔레콤에는 유선쪽인 데이콤 및 파워콤을 각각 넘기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자금으로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이런 전망은 LG그룹은 물론 KT와 SK텔레콤, 나아가 정부도 환영할 만한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LG그룹 입장에서는 3위권에 머물고 있는 통신 계열사를 매각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같은 사업구조를 갖춰 사업 시너지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LG 통신 어떻게 되나?
이처럼 문제는 통신 부문을 강화냐 아니면 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수순밟기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정반대의 관측이 함께 나오는 것은 유선 분야와 무선 분야에서 각각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대방을 따로 만났기 때문이다. LG는 유선 부문에서 KT와, 무선 부문에서 SK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추측 이면엔 성숙기에 접어든 유선통신시장이 극한 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어떤 식으로든 생존을 위한 인수ㆍ합병으로 통신시장 구도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 는 관측과 가속되고 있는 유무선 통합시대에 무선통신업체들이 유선파트너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현재로서는 구 회장 행보가 LG 계열사인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을 합병하기 위한 수순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역시 계열사인 파워콤이 다음달 초고속인터넷 소매사업에 진출해 하나로텔레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사가 될 하나로텔레콤을 계열사로 편입해 소모적 경쟁을 피해보자는 전 략이란 해석이다. 이는 두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통신사업 강화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LG그룹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가능성이 하나로텔레콤 이 데이콤을 인수할 가능성보다 큰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는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데이콤 대주주인 LG에 양사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인수ㆍ합병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통신업계 구도는 SK텔레콤과 KT, LG통신그룹의 3강체제 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맥락에서 LG가 SK텔레콤과 함께 하나로텔레콤 인 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통신사업 정리 수순?
이 같은 시나리오와 정반대로 LG가 통신사업을 아예 접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주력업종인 전자와 화학분야 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통신 부문을 정리해 자금을 마련해 기존 분야를 보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전자 분야는 휴대폰 사업 부진과 해외법인의 적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 화학 분야 역시 주력인 PVC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에 그룹내에서 그 간 찬밥 신세였던 통신 분야는 호조세다. LG텔레콤의 흑자 폭이 크게 확대됐고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소매사업 진출도 호재로 작용한다. 이 점이 거꾸로 매각에 유리한 환경으로 꼽힌다.
업계 일각에서는 LG가 외환위기 당시 빅딜로 인해 포기했던 반도체 사업을 재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이닉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한 통신사업 정리를 추진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KTF가 LG텔레콤을 인수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구 회장의 최근 연쇄 회동이 단순한 사적 만남으로 끌날지,아니면 통신시장을 뒤흔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