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미용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를 디자인하는 예술인
사실 그는 원래부터 미용을 공부한 사람은 아니었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었고 관심이 있는 분야라고 해도 건축학과 기계디자인이 고작이었다. 그랬던 그가 본격적으로 미용에 관심을 가지고 미용업계로 뛰어든 계기는 바로 그가 잠시 동안 몸담고 있었던 이벤트회사에서의 헤어쇼 참가였던 것. 당시만 해도 그는 무대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헤어쇼보다는 무대 디자인에 더 관심을 쏟고 있었다. 하지만 헤어쇼에 참가하면서 그는 또 다른 자신의 열정과 끼를 발견하게 된다. 그로 인해 본격적으로 미용공부를 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영국 London Vidal Sassoon Academy로 뛰어 든다. 열정과 끼로 똘똘 뭉친 그에게 타국에서의 막연한 두려움과 낯선 환경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Diploma Course(정규 과정), Creative, Advanced Course를 마친 그는 결코 안주하지 않았다. 비로소, 대학정원 과정과 전문교육과정까지 마치며,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정통과 체계를 갖춘 Art Director로 거듭나게 된다. 새로운 탈바꿈에 성공한 그는, 현재 한국으로 돌아와 대한민국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Art Director Academy를 설립하게 된다.
■ 실험과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를 찾아
그의 연구소를 찾은 취재진은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마저 그를 닮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빠르면서 리듬감 있는 음악소리에 어쩌면 그의 인생방식을 느꼈을까? 한창 교육에 열을 쏟고 있었던지 그는 취재진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십여분이 흘렀을까? 마침 취재진을 발견한 그는 반갑게 맞이하며 교육을 중단했다. “언어라는 것이 다 그렇겠지만 번역에 의해 그 여러 가지 의미가 가감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모든 교육을 영어로 하죠!”라고 운을 뗀 그는 Art Director 교육과정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물론 비용은 많이 들죠. 하지만 외국으로 유학가는 비용의 1/3수준입니다. 그만큼 제가 가진 것 모두를 전달하려고 애씁니다.”라고 말하면서 그는 한국의 미용교육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한국의 미용기술은 대단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대한민국의 미용기술이 외국으로 나가게 되면 먹히질 않는다는 것이죠. 결국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미용업계 자체에서도 자극을 받을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데, 이는 바로 한국적 미용기술을 글로벌화 시켜야 된다는 것입니다.”라며 한국 미용기술의 한계를 지적했다. 즉, 한국의 미용기술은 대단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 기술의 효용성이 한국 국내에서만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는 보다 넓은 시각과 다양한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려면 당연히 외국어도 기본적으로 구사해야 됩니다. 예전의 미용실 개념은 사라져야 합니다. 예술적 차원에서의 디자이너로서 마인드를 가졌으면 합니다. 결국은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라며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자신에 대한 가치창출에 대한 부분도 미용기술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펼친다는 말을 강하게 털어놓으며 지금의 대한민국 미용기술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요컨대, 기술은 자신의 가치에서 태어난다는 그의 말은 자부심과 긍지 속에서 뛰어난 능력이 배양된다는 말인 것이다.
■ 국내 미용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
그가 설립한 아카데미는 국내 미용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미용인들에게 새로운 문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전문성을 가진 미용문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 설립되었다. 전문성과 독창성을 개발해 선진화 된 미용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그의 연구소는 체계적이고도 정통 미용교육의 본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에는 넘치는 끼와 감각을 지닌 아트 디렉터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이미 미용계에서 검증된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었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언제나 허전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든 미용인의 기초를 다지는 교육에 대한 문제였다.
“이곳에서 저는 평소 제가 생각해왔던 모든 것을 펼칠 것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힌 그에게서 기자는 그 어떤 비장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모든 것을 바꾸니까요. 같은 맥락으로 미용기술을 배우는 이들에게 저는 강하게 주문하고 싶죠, 예술적인 끼를 발산하라고 말입니다. 그만큼 이제는 미용도 예술로 충분히 인식되고 있고 또 원래 그것은 디자인이라는 예술적 장르니까요.”라면서 그는 미용을 단순한 미용으로 보면 결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 그만의 독특한 맞춤형 서비스
한국에 2년 반 전에 귀국한 그는 탁월한 프로젝트를 세웠다. 아니, 엄밀히 밝히자면 영국에서의 유학시절 여러 가지 경험과 노하우로 다져진, 준비되어왔던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미용인들을 위한 미용 서비스. “솔직히 요리사도 자기가 한 음식은 잘 안 먹습니다. 그들도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죠. 그런 차원에서 제가 착안한 것이 바로 미용인들에게 미용 서비스를 해보자는 것이었죠. 중이 자기 머리 못 깎죠? 바로 그겁니다. 매일 서비스를 하는 입장에서 서비스를 받다보면 그만큼 서비스에 대한 개념도 달라질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바라는 소망이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제 원칙들 중에 하나입니다.”라면서 한국 미용업계에 현존하는 문제점들도 지적했다. “솔직히 경제적인 상황이 중요하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생산과 판매의 측면에서 본다면 생산에만 너무 치우치면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판매에만 너무 치중해서도 안됩니다. 적절한 배합이 필요합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현재 한국 미용업계의 상업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서비스를 하는 입장, 즉 양측의 입장을 헤아려 본다면 돈도 무시못 할 부분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공감하기도 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식의 전환과 삶의 질을 언급했다. “많은 사람들이 헤어컷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용업계에서도 이를 이용하고 있는거죠. 하지만 양측 모두 그러한 사고를 버리길 바랍니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아 본 사람은 다시 찾게됩니다. 그리고 공급자, 즉 미용업계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투자를 한 만큼 반드시 주어지는 것은 있으니까요.”라며 양측 모두에게 의미있는 주문을 했다. 현재 그가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 즉 미용인을 위한 미용서비스는 각계 각층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철저한 예약 서비스 위주로 운영되는 이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완벽한 맞춤형 서비스이다.
일단 고객의 접수가 진행이 되면 그 고객의 프로필, 직업, 현재 스타일,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 심지어는 혈액형까지 주문수집한다. 그런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 비로소 본격적인 그만의 디자인은 시작이 된다.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사진이랄까? 그것부터 출발해서 빈틈없이 진행되는 이 사전작업은 적어도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헤아리겠다는 욕심일 터. 그만큼, 아직까지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서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차츰 보완해 나가면서 한국 미용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그는 밝히기도 했다.
취재 내내, 같은 한국인으로서, 그에게서 왠지 모를 자부심과 거침없는 실험과 도전에 대한 부러움이 교차했다. 부디 당찬 포부만큼 그 성과도 따라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진 / 추연성 기자 dtrt77@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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