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청와대에게 ‘윤리’를 묻는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관계자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 윤 전 대변인의 귀국에 청와대가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윤창중 사건과 관련해 야당이 요구한 청와대 인사시스템 강화와 대통령의 직접 사과를 수용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의혹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의 진실과 쟁점은 무엇일까?
‘술판 윤창중’에 청와대 속수무책
尹 주장과 다른 증언 속속 드러나
청와대 시스템 대대적 개편 예상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이 함께하며 윤 전 대변인의 귀국에 청와대가 적극 개입했을 가능성에 이목이 모아지는 등 일파만파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또 이 사건을 처음 폭로한 미주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USA’와 청와대 및 주미 한국대사관, 주미 한국문화원 관계자, 방미 기자단, 워싱턴의 윤 전 대변인의 차량 운전기사, 호텔바 바텐더 등 관련자들의 증언과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서로 달라 ‘진실게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의 공식적인 창구로 언론 브리핑을 담당해야 할 대변인이 그것도 대통령의 순방이라는 국가적 행사에서 부적절한 술자리를 갖고, 만취한 상태로 술판을 벌인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윤 전 대변인의 이 같은 후안무치한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청와대 비서실을 비롯한 주미 한국대사관 등도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윤창중 파문이 세계 외교사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격을 추락시킨 쓰나미급 망신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청와대 업무·인사시스템도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홍보라인은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미국 측 수사 결과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남녀 대변인 체제에 대한 변화도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홍보수석실을 중심으로 방미 일정 전반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박 대통령과 허태열 비서실장도 공직기강 확립을 강력히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대통령 ‘1호 인사’로 중용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박 대통령은 기존 인사시스템 등의 변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청와대 개입 의혹 계속돼
윤, 이남기수석 지시로 귀국
이, ‘행정관과 상의하라’ 부인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귀국 과정과 관련 청와대 개입을 밝혔다.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라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친 후 이남기 홍보수석이 전화를 해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만났다”며 “그런데 이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했다”고 밝힌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잘못이 없으니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는데 이 수석이 ‘한 시반 비행기를 예약해 놨으니 짐을 찾아 나가라’고 지시했다”며 “지시를 받고 달라스 공항에 도착했고 제 카드로 비행기 좌석표를 사서 인천 공항에 도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남기 홍보수석의 말은 다르다. 이 수석은 “처음 보고를 받은 후 윤 전 대변인과 통화에서 귀국 문제에 대해 언급이 나왔던 것 같다. 정보가 많지 않고 바로 다음 일정에 참석해야 해서 A 선임행정관과 상의하라고 했다”고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당시 이남기 홍보수석은 지난 8일 오전 9시 경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보고 받고 윤 전 대변인을 호출한 뒤 윤 전 대변인을 자신이 묵었던 호텔로 가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 문화원이 청와대의 지시로 윤 전 대변인의 비행기표를 예약했고, 윤 전 대변인이 달라스 공항까지 가는 차편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여기다 현지 시간 8일 피해를 당한 인턴이 미국 경찰에 신고하기 직전 호텔방에서 울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최병구 한국문화원장은 현지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피해 여성의 방을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인턴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결국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사건무마를 위한 접촉이 아니었냐는 의혹의 시선을 피할수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윤창중 씨 사건을 무마하고 범죄자를 도피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진노가 두려워서였는지 아니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가릴까 염려해서였는지 간에 청와대가 범죄 은폐에 관여했다면 중차대하고 용납될 수 없는 일로, 박근혜 대통령은 관련 의혹을 철저히 밝히는 것과 동시에 청와대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위기관리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성추행 의혹’ 상반된 증언 이어져
윤, 사실로 입증되면 도덕성에 치명타
윤 전 대변인의 증언은 호텔바에서 술을 마신 시간부터 귀국 관련 부분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증언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거짓으로 들어나게 되면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명약관화한 부분이다. 우선 윤 전 대변인은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7일 저녁 9시를 넘겨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열린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을 마쳤고, 이어 피해 여성 인턴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백악관 인근 W호텔 지하 와인바에서 술을 마셨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회견 당시 “운전기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동석한 상태에서 30분 정도 마셨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운전기사와 바텐더 등은 “2시간 넘게 술을 마셨고 자정이 가까워져 바가 문을 닫게 되자 호텔 로비 소파로 이동해 계속 마셨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또 이 자리에서 피해 여성은 “윤 전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현지 경찰에 신고했고, 반면 윤 전 대변인은 귀국 후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했다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는 “허리를 툭 친 정도”라고 입장을 바꿨다.
또 청와대 관계자와 일부 기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윤 전 대변인이 자신과 방미 기자단의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에 들어온 시간은 8일 0시30분 전후이고, 윤 전 대변인은 호텔 2층의 청와대 임시 행정실에서 새벽 2시경까지 술을 마셨고, 호텔을 나갔다가 5시 전후로 만취된 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수행경제인과 조찬간담회 행사(오전 8시 시작)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7시30분 전후로 호텔을 떠나기 전까지는 숙소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며 숙소에서 추가 ‘성추행 의혹’이 발생했다. 윤 전 대변인은 “방에 있는 노크 소리가 나서 속옷 차림으로 나가보니 여성 인턴이 있어 ‘여기 왜 왔어. 돌아가’라고 하고 문을 닫았다”고 밝혔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는 “여성 인턴이 찾아왔을 때 알몸 상태였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 ‘윤창중 비상식 행동’ 제재 없어
상황 대처 미숙으로 성추행 부채질
윤 전 대변인은 미국 순방 첫날인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에서부터 비상식적인 술판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 수행단 등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이날 프레스룸 인근 회의실에서 밤 늦게까지 인턴 5~6명과 술자리를 했고, 심지어 자신의 호텔 방으로 밤늦게 올라가서 담당 인턴을 불러 술을 주문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당시에도 윤 전 대변인은 인턴에게 “술 한잔하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변인은 다음날 한미 정상회담에 열리는 워싱턴에서도 술자리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이날도 워싱턴 한 중국 음식점에서 인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겸한 자리에서 상당히 취해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인턴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고 난 뒤에도 윤씨는 옆에 앉은 담당 인턴과 15~20분 가량 더 술을 마셨다고 한다. 뉴욕에 도착한 5일부터 성추행 의혹이 있는 7일까지 매일 현지 인턴들과 술을 마시는 일관된 행동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7일 오후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W호텔 바에서 술을 마신게 전부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윤 전 대변인의 몰상식한 행동에 대해 제재가 전무했다는 것이다. 만약 첫날 윤 전 대변인의 행동이 보고가 되고 조치가 취해졌다면 일파만파의 국격 추락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 상황을 장악하고 대처를 해야 하는 게 기본인데 그게 안돼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는 형국이 됐다. 여기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동선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제재조차 없었던 것은 분명 성추행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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