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과 사이버테러방지법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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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감시받고 조정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댓글사건이 도마에 오르며 그 조사범위가 어디까지 이르고, 민간인 사찰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그리고 사이버테러 방지법의 향배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국회는 사이버테러방지법과 관련, 날선 공방을 펼치며 확실한 이견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과 검찰수사에서도 호불호를 명확히 하는 가운데 향후 여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정원 개혁 과제 사회적 이슈로 끼워 넣어야
게시물 추천·반대 통해 충분히 사이트 여론조작
정청래, “사이버테러법은 사이버민간사찰법”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모·이모씨와 일반인 이모씨를 국정원법 위반에 따른 기소 의견으로, 이같은 행위를 지시한 의혹이 있는 국정원 간부 A씨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의견으로 각각 송치했다.
경찰의 이같은 수사결과가 나오자 일부에서는 축소·은폐·봐주기 수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두 차례의 소환에 불응했다는 국정원 간부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 청구가 아닌 기소중지 의견을 낸 부분에도 고개를 갸우뚱했고, 댓글작업을 지시한 윗선이나 조직적 개입에 대해서는 수사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민주당에서는 이와 관련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작성 등 여론조작 사건이 드러나자 경찰은 대선 3일전 3차 TV토론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됐던 밤 11시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축소 은폐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며 “대선 이후 실상이 드러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또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 조작 사건을 ‘공직선거법 위반은 아니다’고 축소 은폐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에 초기 수사를 담당하다 전보됐던 권은희 수사과장의 ‘경찰 상부의 축소 은폐 외압’에 대한 진실 폭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직원 추가로 확인하며 수사에 속도
주요 포털 사이트 10곳에서 15곳으로 늘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 등 국정원 수뇌부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어 검찰은 인터넷 게시물을 단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직원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은 조사 과정에서 지난 대선 당시 인터넷에 댓글이나 게시글 등을 단 것으로 의심되는 국정원 직원 여러 명의 아이디와 신원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결과 밝혀진 김모씨 등 국정원 직원 2명과 일반인 1명 등 총 3명 외에 다른 직원들이 추가로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추가 확인된 국정원 직원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용한 아이디(ID)와 신원을 파악했으며 이들이 쓴 글의 세부 내용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분석 대상을 당초 인터넷 사이트 10곳에서 15곳으로 늘렸고, 댓글·게시글 정황이 추가로 나올 경우 조사 대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사이트는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을 비롯해 진보 성향 가입자들이 많은 오늘의 유머·뽐뿌·보배드림 등과 보수 성향 가입자들이 많은 D·I사이트 등이다. 검찰은 “추가로 국정원 직원이 포함된 흔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확인을 하겠다”며 “수사가 진전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속에서 이와 관련해 한 긴급토론회가 주목을 받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실태와 수사과제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여론조작부분에 무게를 뒀다. 게시물 추천·반대를 통해 충분히 사이트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아이디 73개는 이에 착안해 8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조직적인 여론 조작 활동을 펼쳤고, 이러한 활동에 동원된 인원은 최소 4명 이상인 것으로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활동 내역을 보면 글쓰기 390건, 추천 1375회, 반대 1467회였다”며 “‘오늘의 유머’는 유머 사이트로는 최대 규모인데도 이들이 쓴 글의 내용을 보면 유머글이 아닌 정치글만 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이 반대한 글 1467건 중 약 1100건이 박 후보에게 불리하고 야당에게 유리한 내용”이라며 “추천하는 글의 주제는 유머, 요리방법에 집중되었는데, 이런 글을 ‘베스트’, ‘베오베’로 밀어 올리며 다른 정치적인 글을 밀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들은 사이트의 운영 시스템을 분석한 후 추천과 반대를 통해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게시글을 반대하는 데 집중해 활동했다”며 “반대 행위를 검찰이 어떻게 다루는지 예의주시하고 제대로 조사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중 서강대 교수는 “국정원 심리정보단이 심리정보국으로 개편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0년부터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하달하는 일련의 과정은 국정원이 대북심리전이라는 미명하에 국내 여론에 얼마나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보여주는 정확한 증거”라며 “원세훈 전 원장, 심리정보국장, 직원 개인을 처벌하는 데서 그칠 게 아니고, 심리정보국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활동을 하는 조직임을 드러내고, 그것을 계기로 국정원 업무를 근거 규정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도록 국정원 개혁 과제를 사회적 이슈로 끼워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항을 법으로 구현해야 할 국회의 모습은 사뭇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야는 국정원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적인 사이버테러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법안 제정과 관련해 서로의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사이버테러방지법 여야 시각차
대립속에 6월 임시국회 상정예정

새누리당 소속의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와 관련 한 인터뷰에서 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의혹 진실 규명을 위해 정보위 개최를 요구하는 데 대해 “무게로 따지면 여직원 댓글 사건은 깃털이고, 사이버테러방지법은 국가안보가 걸린 바윗덩어리나 마찬가지”라며 “방송사가 무너질지 모르고 원자력발전소가 무너질지 모른다. 사이버테러법을 자꾸 뒤로 미루면 미룰수록 좋아할 사람이 누구냐. 야당은 무슨 이심전심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법안 취지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사이버 테러 관리 기능이 미래창조과학부, 군, 국정원 등으로 흩어져 있는데 이렇게 분리돼서는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 국정원만큼 전문가들이 많고 오랜 경험과 장비를 갖춘 조직이 현재는 없다”며 국정원을 ‘컨트롤 타워’로 하는 사이버위기관리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국정원의 권한 비대와 관련 “지금도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국정원도, 경찰도, 군부대도, 대학 사이버동아리도 할 수 있다”며 “그 법이 생기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정보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국가기관, 공공영역은 국정원이 사이버테러방지를 하고 있는데 이걸 민간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민간인의 컴퓨터를 국정원이 직접 상시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이버민간사찰법”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국정원이 선거법을 위반하고 원세훈 전 원장이 직접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며 “국정원이 이렇게 국기문란 사건을 일으키는데 그것을 법으로까지 보장하면 얼마나 활개치고 민간인들을 사이버 공간에서 사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 법은 18대 국회에서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이미 정평이 났고 한번 폐기가 된 법을 거의 표절한 ‘베끼기 법’”이라며 “대통령 직속이든 총리 산하든 ‘사이버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국정원이 ‘N분의 1’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의원은 서 위원장이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는 데 대해 “어차피 상정이 되더라도 6개월 정도 기간이 필요한데, 상정하면 곧바로 통과되는 것처럼 서 위원장이 착각을 한다”며 “국정원을 감시, 감독해야 될 중립적인 정보위원장이 국정원이 원하는 법을 마치 정부입법을 처리하듯이 본인이 낸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의 대립이 계속되더라도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은 상정될 예정이다. 국회법은 사이버테러방지법과 같은 제정안의 경우 상임위 회부 이후 20일의 숙려기간을 두고, 그로부터 다시 30일이 경과하면 차기 전체회의 때 의안으로 자동 상정되는 ‘의안 자동 상정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9일 제출된 이 법안은 오는 28일이면 회부 50일째를 맞게 되고, 자동적으로 6월 임시국회에서 정보위에 상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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