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중앙회장, '막강파워' 진짜였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막강파워' 진짜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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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규 사의표명 후 최원병 경영자질 논란으로 번져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취임 11개월 만이다.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막강하다. 농협금융 회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폭로까지 했다.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주장과 배치된 말이었다. 즉각 농협의 지배구조(1중앙회 2지주회사)를 꼬집는 여론이 형성됐다. 최 회장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면서, ‘신동규 사퇴’가 몰고 온 파장을 살펴봤다.

 

“보다 유능한 인사가 맡는 게…” 사퇴의사 밝힌 신동규 회장
진실은 “대주주가 왕, 문제해결 없이는 제갈공명도 성공못해”
비상임 최원병 회장, “혜택은 누리고 책임은 회피하나” 비난
최 회장 경영자질 논란으로 불똥 튄 이유? “잘 해주셨더라면”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5일 사의를 표했다. 신 회장은 “농협금융이 최근 들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유능한 인사가 농협금융 회장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사의이유를 밝혔다. 여기서 어려움은 실적부진, 전산사고 등을 말한다.

문제는 ‘옥상옥 구조’

그러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신 회장은 사퇴발표 후 언론을 통해 “농협 지배구조로 봤을 때 농협금융의 경영은 자유롭지 못했다”, “농협금융회장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경영전략·인사·예산 등 모든 부문에서 농협중앙회와 충돌을 겪었다” 등 발언을 쏟아냈다.

사퇴발표 후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신 회장은 “농협금융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다”,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이 막강했다” 등의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금융 경영전반에 대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상당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말이었다.

농협은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은행·보험·증권 등)와 경제지주(농산물) 위 군림하는 구조다. 지분구조 상으로도 이들은 수직적 관계에 놓여있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더 있었다. 금융지주회사법과 농협법의 충돌이 그것이다.

신 회장은 “금융지주회사법에는 대주주의 경영관여를 금지하는데, 농협법에는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자회사·손자회사까지도 지도·감독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농협법은 대주주를 왕처럼 만들어 놨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갈공명이 와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회장의 성과평가는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농협’이라는 특수한 태생 덕분에 농협법 적용을 함께 받아야했다. 신 회장의 성과평가를 최 회장이 의장인 중앙이사회 내 평가보상위원회에서 담당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농협법이 중앙회장의 막강파워를 지원하는 근거가 된 셈이다.

물론 신 회장이 취임 전 농협 지배구조를 몰랐던 것은 아니었을 터. 신 회장 취임당시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 회장의 ‘불도저 리더십’을 주목했다. “신 회장의 거침없는 경영스타일이 최 회장과는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역임한 신 회장이 최 회장 밑에서 버틸 수 있겠느냐는 시선도 함께였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고도 신 회장이 농협금융 회장직을 수락하자 금융권은 “극복가능하다는 자신감이 그만큼 큰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신 회장의 자신감은 1년을 못 갔다. 초대회장이었던 신충식 농협은행장도 취임 후 3개월 만에 사임한 전례가 있어 “농협중앙회 영향력이 생각보다 상당한 것 같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

이에 농협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회사법과 농협법의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면 모든 금융지주사에 적용되는 금융지주회사법보다 농협법을 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법 개정이 없다면 차기회장에 누가 오든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금융지주회사법과 농협법이 일부 충돌할 수는 있지만 충돌은 크지 않다”며 “통념과 관행에 맞게 중앙회가 농협금융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법 개정보다는 농협중앙회의 자발적인 역할축소를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끌어갈 자질되나”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신 회장의 사의발표 후 최 회장에게 불똥이 튀었다. 신 회장은 사의이유를 표하는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지나친 경영간섭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신 회장 말에 따르면, “비상임직이라 업무를 잘 모르고 책임질 것도 없다”는 최 회장의 주장과 현실은 달랐던 셈이다. 오히려 비상임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혜택은 누리고 책임은 회피한다는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다보니 “최 회장이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경영자질이 있는 인물이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2011년 11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선거 전후로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최 회장 경영자질에 대한 비난여론이 본격화된 때는 2011년 4월 발생한 전산망 마비사고다. “비상임직이라 업무를 잘 모르고 책임질 것도 없다”는 최 회장에 실망감을 토로한 이들이 많았다.

이후에도 농협 전산사고는 계속됐다. 2011년 4차례, 2012년 3차례, 2013년 2차례 전산사고가 발생했다. 신 회장에 따르면, 농협 전산시스템은 모두 농협중앙회에 위탁돼있다고 한다. 전산사고에 대한 책임은 농협중앙회장이 지는 것이 맞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농협중앙회는 신 회장에 책임을 물었다고 했다. 최 회장이 책임회피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최 회장은 사전선거운동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해외연수와 관련해서다. 보도를 종합하면, 농협중앙회는 2011년 5월 임직원 17명을 9박11일 일정으로 미국·캐나다 연수에 보냈다. 임원 17명의 1인당 여행비용은 530만원으로, 이들은 해당기간 동안 시내관광 및 골프 등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호화연수라는 비난이 들끓었다.

이 과정에서 연수를 떠난 임직원들에게 명품 핸드백을 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7명 중 8명이 중앙회장 선출권을 가진 대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에서도 최 회장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다는 현직조합장의 증언과 문제의 봉투가 공개됐다. “최 회장이 연임을 위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무이자 조합지원 자금과 관련해서도 사전선거운동 의혹이 제기됐다. 한 언론은 “최 회장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조합에게만 무이자 조합지원 자금을 편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10년 1~8월 총 3조8885억원의 조합지원 자금을 집행했는데 조합 당 평균지원금은 39억8400만원이었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농협중앙회가 농협중앙회장 선출권이 없는 일반조합에는 평균지원금보다 적은 36억9300만원, 선출권이 있는 대의원조합에는 56억490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었다. 간선제가 도입된 2009년부터 양측에 대한 농협중앙회 지원규모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특히 선거 1년 전인 2010년이 정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2009년에서 2010년 대의원조합이 받은 지원규모는 전체 평균지원금 대비 134.9%에서 141.8%로 훌쩍 뛰었다. 대의원조합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지원규모(141.8%)도 일반조합(92.7%)보다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선거운동 의혹이 가중될만한 수치였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보다 ‘협동과 혁신을 통해 농업인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고객에게는 최고의 가치를 제공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다’는 존립목적에 맞는 행보를 보여야할 때”라고 주장한다. “잘했더라면 중앙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됐다고 이 정도로 비난여론이 형성됐겠느냐”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금융·경제)은 지난해 말 총 자산규모가 360조원인 거대조직이다. 조합원은 245만명, 지역조합은 1166개에 이른다. 최 회장을 따르는 식솔이 어마하다는 이야기다. 최 회장은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농협 안팎에 실망을 안긴 전적이 있다. 최 회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비우호적인 여론에서 벗어나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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