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전영욱 주볼리비아대사는 볼리비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Pop이 볼리비아 청소년들의 탈선을 막고 협동심을 배양하며 사회적 화합을 유도하는 선(善) 기능을 하고 있음을 소개하였다.
전 대사에 따르면, 볼리비아(인구 약 1천만 명) K-Pop 동호회 회원 수는 약 5천 명으로, ‘볼리비아 내 K-Pop 열기는 라파스를 에워싸고 있는 일리마니(Illimani) 산의 만년설도 녹일 정도’라는 말이 널리 회자된다고 한다.
일례로 지난 5월 라파스 한국문화주간 행사 계기 개최된 K-Pop 댄스 경연대회에는 3,500여명의 관객이 참여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K-Pop 행사 참석을 위해 지방에서부터 1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상경하는 열의를 보였으며, 관객들은 행사 내내 한 목소리로 우리 K-Pop 그룹의 이름을 연호하고, 한 몸짓으로 K-Pop 댄스를 따라하는 장관을 연출했다고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K-Pop이 행사가 있을 때만 반짝 타오르다 사그라지는 단발성 문화가 아니라, 볼리비아 청소년 층의 매일매일을 좌우하는 일상적 문화이자 보편적 문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라파스 시내 광장에 가보면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K-Pop 댄스를 연습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친구들과 함께 K-Pop을 듣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놀이문화가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전 대사는 볼리비아에 청소년 놀이문화가 부족하며, 빈곤과 일자리 부족 등으로 청소년들이 마약, 가출, 범죄 연루 등 탈선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도 있었으나, K-Pop이 청소년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또래집단문화에 굶주려있던 볼리비아 청소년들에게 열정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대안적 장(場)을 마련해준 긍정적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K-Pop은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문화여서 다민족 국가인 볼리비아의 청소년들이 사회성과 협동심을 함양하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탈선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문화적 갈증을 채워주는 건전한 힐링(healing) 문화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볼리비아 정부 측도 적극적이어서, 최근 라파스 시 관계국장은 전 대사에게 “K-Pop이 볼리비아 청소년들을 역동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하면서 “앞으로 K-Pop 관련 행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번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한 여러 대사들은 볼리비아의 사례에 큰 공감을 표시하면서, 한류가 한국 문화의 일방적 전파 대신 수용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 및 상호 소통을 통해 ‘현지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이를 통해 신정부의 핵심 외교목표 중 하나인 ‘지구촌 행복 시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