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와 팬택은 하루아침에 '적에서 동지'로 바뀐 것이어서, 관련업계는 두 회사가 사업파트너로 '윈윈'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22일 팬택이 이사회 결정을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면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팬택에 투자하는 규모는 약 530억원이고, 투자방식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이뤄진다. 이번 투자로 삼성전자는 팬택의 지분을 10% 보유한 주요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그러나 경영참여는 하지 않는다는게 양사의 합의 사항이다.
이번 투자건은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투자를 먼저 제안하면서 진행됐다. 경쟁사로부터 투자를 받겠다는 역발상에서 나온 박 부회장 특유의 묘책이었던 셈이다. 박 부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삼성전자는 투자를 전격 결정했고, 팬택은 삼성전자와 '맞손'을 잡게 됨으로써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사실 팬택은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성능만으로 제품을 차별화시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고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제품경쟁력 외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 마케팅을 강화해야 하지만, 현재 재무여건상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조달하는데 무리가 있었다. 이에 따라 마케팅을 위한 투자유치가 시급했던 것이다.
이에 박 부회장은 투자유치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로, 지난 3월 이준우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전격 선임했다. 이후 박 부회장은 외부 투자자금 유치와 중장기 경영 구상에 집중하고 이 부사장은 현장 경영을 맡아온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팬택이 경쟁사이기 이전에 부품을 공급하는 주요 고객사이기 때문에 또하나의 '상생' 모델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에서 팬택에 납품해온 부품규모가 지난 5년간 8116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팬택처럼 장기적으로 경쟁력있는 국내 IT기업들과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건전한 한국 ICT 생태계 확립에 기여하는데도 의미가 있다고 삼성은 판단한 듯 보인다.
팬택 관계자는 "팬택은 삼성전자의 각종 부품을 구매해온 주요 거래선으로,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는 팬택에게는 안정적 경영 기반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고, 삼성전자에게는 주요 거래선과의 협력 강화라는 윈윈 효과가 될 것"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