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니콜’ 광고효과 똑똑히 봤다?
삼성 ‘애니콜’ 광고효과 똑똑히 봤다?
  • 민철
  • 승인 2005.08.13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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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고발 당해
삼성이 출시한 휴대전화 단말기인 ‘애니콜’이 젊은층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04년 6월 출시한 캠코더폰(일명 권상우폰·모델명 SPH-V4400)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인터넷 커뮤니티 'V4400 소비자의 힘'과 시민단체 공익제보자모임은 8일 수원지방검찰청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원에 삼성전자를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고발하면서 467명의 진정서와 2천899명의 서명부를 함께 제출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V4400 소비자의 힘’은 지난 10월 활동을 시작한 후 3만 명(연계 커뮤니티 포함)이 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이 곳의 운영자인 정주영(20)씨는 “삼성전자가 2004년 1월부터 실시한 '번호 이동성 제도'에 맞추기 위해 기능이 검증 안 된 휴대전화 단말기를 무더기로 출시하는 과정에서 허위ㆍ과장 광고를 했다”며 “삼성전자 측에 허위ㆍ과장 광고에 대한 사과와 시정을 요구했지만 계속 무시해와 이렇게 고발하게 됐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정 씨는 “허위ㆍ과장 광고를 통해 고가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10대, 20대를 대상으로 팔아왔지만 정작 10대, 20대 소비자들이 제기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해왔다”면서 “이번 고발이 이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관행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삼성의 ‘애니콜’에 어떠한 문제점이 이토록 10,20대의 젊은 층들을 화나게 했는지 집어보자. ◆ 캠코더 수준이라더니? 일명 ‘권상우폰’이라고 불리는 이 문제의 휴대전화 단발기는 2004년 6월 출시당시 캠코더와 MP3플레이어 기능을 갖추고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홍보로 젊은층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어왔다. 당시 이 제품은 최고 인기 배우인 ‘권상우’씨를 내세워 홍보와 번호 이동성 제도에 편승해 75만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수개월 만에 17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선전했던 것은 대부분 허위ㆍ과장 광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는 이 휴대전화 단말기로 촬영을 하면 "최대 VGA(640*480) 사이즈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며 "디지털 캠코더로 사용해도 손색이 전혀 없다"고 광고를 했지만 실제 성능은 CCTV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말기는 VGA 사이즈로 촬영할 경우 1초당 불과 3~5장을 촬영할 수밖에 없어서 삼성전자가 밝힌 디지털 캠코더 수준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던 것. 전문가에 따르면 “캠코더의 영상을 원활하게 하기위해서는 1초당 최소 15~30장을 촬영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이 단발기의 선전과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뒤에야 제품 설명에 "VGA 사이즈는 초당 3~5장"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 MP3의 기본적 기능도 삽입 안돼... 또한 이 단말기의 기능인 MP3 플레이어 기능 역시 광고와는 큰 차이점을 보였다. 우선 MP3청취 중 전화가 걸려오면 사용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바로 MP3 재생이 중단된다. 더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어야 할 되감기ㆍ빨리감기와 같은 기본 기능도 누락된 채 소비자들에게 판매가 된 사실이다. 타사 단말기의 경우에는 되감기ㆍ빨리감기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청취 중 전화가 걸려올 때 MP3를 듣던 곳에서 다시 들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 제품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뿐아니라 삼성전자는 또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 창의 화면이 커진 장점만 홍보하고 이로 인해 속도가 두 배 이상 느려질 수 있다는 단점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삼성전자는 나중에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서비스 창의) 화면이 너무 작아 불편해 하던 고객의 불편 사항을 상당 부분 해소했으나, 화면이 커진 만큼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2배 가까이 증가해 다소 수행 속도가 저하된 것"이라고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들은 전화가 불통되거나 단말기가 갑자기 멈추는 현상 등 수십 가지의 기본 및 부가 기능의 오류를 지적했고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삼성전자 측이 이 단말기의 오류를 공식 수정한 것만 60건이 넘는 실정이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단말기의 불량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단말기는 삼성전자가 2004년 7월부터 KTF로 번호 이동이 가능한 것을 염두에 두고 KTF고객을 대상으로 독점 공급했던 것이다. 한 단말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특히 고가의 휴대전화 단말기에는 동영상 촬영, MP3 재생과 같은 부가 기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 점검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시점을 맞추기 위해서 조기 출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사전에 제대로 점검되지 않았고, 이런 단말기가 10만~20만대 팔리면 당연히 소비자들로부터 문제가 접수될 수밖에 없다"고 사정을 전했다. 결국 삼성 측은 ‘소비자의힘’이 허위·과장 광고 문제를 계속 지적하자, 2004년 11월에야 자사 홈페이지의 V4400 제품설명 중 ‘동영상 촬영’ 부분을 일부 수정했다. ‘디지털 캠코더로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설명에 괄호부호를 삽입하고 ‘초당 3~5프레임’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14만명의 소비자가 V4400을 구입한 다음이었고, 홈페이지 문구 수정 외 다른 조처는 전혀 없었다. 멀티팩 속도 등에 대한 추가 설명 또한 이루어지지 알져지고 있다. ‘소비자의힘’ 측은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목표한 첨단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고 기술적 오류마저 있다면 그 제품은 출시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당장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불완전한 제품을 내놓아, 그 피해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소비자의 불만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소비자 조사 기관는 지난 6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 1만2210명을 상대로 단말기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단말기 '애니콜'이 가장 문제가 많은 제품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앞으로 소비자의 반발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삼성전자가 어떠한 대응을 취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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