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례없는 한국인의 엽기 술문화, ‘깬다, 깨!!!’
세계에서 유례없는 한국인의 엽기 술문화, ‘깬다, 깨!!!’
  • 하창현
  • 승인 2005.08.13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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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양주 넣은 폭탄주 돌려마시기, 표독스럽기까지 해
술기운에 저지른 실수는 봐줘야 하나... 통상 한국인은 관대한 음주문화를 가졌다고 한다. “한국인은 모이면 마시고, 취하면 싸우고, 헤어진 후 다음날은 다시 만나 웃고 함께 일한다”라는 말이 그를 입증한다. 술 마시고 다음날 출근하지 않은 회사원에 대해 미국인들의 55%가 “그 사람은 알코올중독자다”라는 의견을 가졌지만 한국인들은 모두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인의 사회적 모임이나 집안 모임에는 술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필요가 있을 때 마시고, 하던 일에서 해방되었을 때 마신다. 좋은 사람을 만날 때도 마시지만 피로할 때도 마시고 그냥 갈증이 날 때도 마신다. “한국인은 시도 때도 없이 마신다”는 말을 과언이랄 수 없을 정도이다. 더욱이 요즈음처럼 경제난과 자연재해가 겹쳐 사람들의 가슴이 답답할 때 “술처럼 좋은 위로제가 어디 있겠느냐?”고 물으면 부정할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만... 벤처기업의 ㅇ사장(39)은 최근 동문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며 20여 년 전 신입생 MT를 화제에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당시 MT를 주도했던 선배가 소주 한 병을 국그릇에 따라 ‘원샷’하게 했는데, 자신에게만은 두 병을 ‘원샷’하게 한 것. 나중에 이유를 물었더니, 술이 셀 것 같아서 일부러 그랬다는 대답이었다. 그 정도로 ㅇ사장은 ‘한술’ 하는 편이다. 지금에야 추억으로 남아 웃을 수 있었지만, 소주 두 병을 원샷한 ㅇ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되는 ‘술고문’으로 꽤 괴로운 신입생 MT를 경험했다. 업무상 술자리가 많았던 ㅇ사장은 또 희한한 폭탄주를 이날 동문 선·후배들에게 공개했다. ‘혈맹주’란 것이었다. 몇 년 전 한 정부기관의 선배로부터 배운 것인데, 우선 맥주와 양주를 큰 그릇에 부은 뒤 약지를 바늘로 따서 모든 참석자의 피를 이 폭탄주에 섞은 후 맥주잔에 따라 돌리는 것이다. 혈맹주는 피를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 그만큼 가까움을 표시하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눈을 질끈 감고 이를 먹었다. ■ 술에 관한 올바른 교육 절실해 한국인의 음주문화는 ‘공음문화(共飮文化)’문화이다. 이렇게 공음을 하다보니 ‘엽기적인 사건’이 흔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우리나라 전통 술문화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통 술문화는 철저하게 예절을 중시한다. 특히 어른을 모시고 술을 마실 때는 행동을 삼가는데 먼저 어른에게 술잔을 올리고 어른이 술잔을 주면 두 손으로 받는다. 또 어른이 마신 뒤에 비로소 잔을 비우며,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실 수 없어 돌아앉거나 상체를 뒤로 돌려 마시기도 한다. 술잔을 어른께 드리고 술을 따를 때 도포의 도련이 음식물에 닿을까봐 왼손으로 소매를 쥐고 오른 손으로 따르는 풍속이 생겼다. 이런 예법은 현대에 이르러 소매가 넓지 않은 양복을 입고 살면서도 왼손을 오른팔 아래에 대고 술을 따르는 풍습으로 남아 있다. 물론 군음(群飮)도 있었다. 군음은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거리낌 없이 즐기는 자유롭고 호탕한 자리였다. 군음은 현재의 술문화와 비슷한 면이 있다. 고주망태에 대한 반발로 최근 우리 전통 음주예절인 ‘향음주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향음주례란 성균관이나 전국의 향교에서 행하던 일종의 주도(酒道)예절이다. 여기서 공경지심(恭敬之心), 손을 씻고 잔을 씻어 상대방에게 권하는 청결지심(淸潔之心), 일미동심(一味同心)의 공동체 의식, 적절한 양으로 끝낼 줄 아는 절제의 사양지심(辭讓之心)을 가르쳤다. 물론 일부는 아직도 남아 있다. ■ 한국인의 음주실태 대한민국 성인 중 주 3회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음주자 3명 중 1명이다. 마실 때 2차 이상 가는 사람들은 55%가 넘는다. 이것이 가장 고질적인 병폐다. 또 13%나 되는 사람들은 항상 3차를 간다. 더욱이 그 이유를 살펴보면 ‘헤어지기가 아쉬워서(42%)’나 ‘분위기를 변화시키려고(14%)’ 2차 이상을 간다고 한다. 더욱이 ‘상대방의 강요로(16%)’ 가기도 한다. 이쯤 되면 과음과 폭음이 음주 자체로서보다도 일상생활의 일부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스스로 술을 더 마시기 위해서도 가고, ‘정’ 때문에 가기 싫어도 가며, 마시기 싫을 때도 상대방의 강요가 있으면 거부를 하지 못한다. 전래의 미덕인 ‘정’의 문화가 술만큼이나 오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술에 대한 지식도 없고, 더욱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사회기술 훈련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음주 압력에 무력해져 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음주는 단순히 시도 때도 없이 많이, 자주 마신다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10회 중 한 번 이상 취한 사람이 60%가 넘고, 10회 중 5회 이상 취한 사람도 13%나 된다. 술을 마시고 술에 취해서 곧장 집으로 가서 잠을 자고 다음날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야 누가 무어라 하겠는가. 마시면 과하게 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문제를 악화시킨다. 더욱이 빈번히 많은 술을 마시고 술 문제를 일으키는 계층이 젊은층에 더 많아 한국의 미래가 취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술 문제 하면 통상 우리는 알코올중독자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술 문제는 모든 사회문제 속에 자리잡고 있다. 교통사고, 익사사고, 작업 안전사고, 살인, 폭행, 자살, 성범죄, 아동 학대, 가정폭력 등의 사고들 가운데상당 부분이 술과 함께 있다. 그뿐이 아니다. 알코올은 사람이 살아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강을 손상시킨다. 간질환, 위병, 구강암이나 유방암 등 각종 암, 치매, 골다공증 등 질병도 술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적정 음주가 심장질환을 없애고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선진국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의 음주실태를 볼 때 그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부정적이다. 음주운전 경험(25%), 음주로 인한 결근과 지각(36%), 약의 복용(37%), 술 마신 후 필름이 끊김(49%) 등 몇 가지 통계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술 문제는 당장의 음주량과 음주법과도 관계가 있지만, 오랜 음주사 속에서 자리잡은 ‘술에 대한 인식’이 보다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 뿌리 깊은 잘못된 인식이 잘못된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불건전한 음주행동과 결과로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일은 그렇게 일상 생활화되고 있는 술과 술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거나 분석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 한국인들, 12년산 위스키는 거들떠 보지도 않아 한국의 술문화는 세계에서 별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아무 곳에서나 술을 살 수 있고,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술을 마실 수 있다. 맘껏 취할 수 있고, 술 때문에 저지른 실수는 적당히 양해가 된다. 술에 관한 한 지상천국인 셈이다. 그리고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 그것도 값비싼 위스키를 뇌관으로 이용한다. 하루 저녁에 폭탄주나 스트레이트로 위스키를 한 병 이상 마시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들은 언더록이나 스트레이트로 한 잔을 마시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조차 위스키를 마셔도 6년산 이하를 가장 많이 마신다. 12년산 이상이면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돼 가격도 비싸고 특별한 날에만 마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12년산 위스키를 싸구려 취급한다. 17년산이나 21년산은 돼야 고급으로 인정한다. 그것도 맛을 전혀 음미할 수 없는 폭탄주로 만들어 마신다. 한국인의 이러한 일련의 술문화는 술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는 듯 하다. ‘정’이란 문화적 변인은 쉽게 변하기 어려우므로 당분간 어쩔 수 없다고 하자. 그러나, 다른 것들은 차치하고서라도, ‘강요’와 ‘겉멋’등의 습관들은 이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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