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해한 청년실업자, 태연히 장례식도 치러
15일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양모(30)씨의 패륜행위가 '투자금을 주지 않는다'며 주인공이 부모를 살해한 영화 '공공의 적'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고 있다.
양씨는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청년실업자'였다. 양씨는 고교를 졸업한 뒤 몇 차례 작은 회사에 취업하기도 했지만 매번 적응하지 못했다. 구직을 이유로 외박을 일삼았으며 지난 6월 구청 과장으로 퇴직한 양씨의 아버지(60)는 주변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아들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나 아버지의 고민은 양씨를 더욱 삐뚤어지게 했고 양씨는 최근 수천만원의 신용카드 빚을 갚아주는 대신 카드를 부모에게 회수당하기도 했다.
돈이 필요했던 양씨는 '여자친구의 교통사고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등 거짓말로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게 된 부모에게 거액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부족한 아들'에게 부모가 돈을 줄 리는 만무했다. 더욱이 어머니는 나이(21)도 어리고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의 여자친구가 못마땅해 양씨와 자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지난 9일 밤 늦게 귀가한 양씨는 '외박을 일삼는다'는 꾸중을 듣고 혼자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오전 3시께 부모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양씨는 곧바로 둔기와 피묻은 옷, 아버지의 지갑 등을 광산구 신창동 산동교와 저수지에 버린 뒤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친구를 만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왔으며 13일에는 부모의 장례식까지 태연하게 치렀다.
그러나 양씨는 범행 현장에 외부침입 흔적이나 도난품이 없는 점과 양씨의 행적 등을 의심한 경찰의 추궁에 결국 범행사실을 털어놨다. 담당 경찰관은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끔찍한 패륜행위에 사건을 해결하고서도 찜찜한 기분이 든다"며 "양씨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