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생전 삼성을 '카피캣(모방꾼)'으로 몰아세우며 조롱했다. 문제는 삼성이었다. 잡스의 조롱에 삼성은 별다른 초기 대응을 하지 못했다. 애플과 소송중이기도 했지만, 더 중요한 건 애플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부재였다. 그 자체가 위기였다.
그러나 삼성은 불과 5년여만에 애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카피캣'(모방자)' 취급을 받던 삼성이 '마켓 크리에이터(시장선도자)'로 자리잡은 것이다.
불과 몇 년만에 도저히 불가능하게 보였던 애플의 아성을, 삼성은 어떻게 격파한 것일까. 무엇이 위기의 삼성을 구한 것일까.
삼성은 '신경영'으로 대표되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을 가장 중요하게 꼽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의 예언대로 현재 스마트폰 사업은 삼성전자의 주요 캐시카우(수입 창출원)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주간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올해 삼성전자의 이러한 성공비결로 일사불란한 조직체계, 부품 수직계열화를 통한 생산 유연성이라고 꼽으면서 이를 가능토록 한 것이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기, 삼성은 대응책으로 옴니아를 내놨지만 되려 바닥을 알 수 없는 '악몽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기사회생하기 시작한 시기는 이 회장이 출근경영을 재개한 때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원히 후발자로 처질 수 있다는 위기를 절감한 이건희 회장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시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읽고 소프트웨어 인력양성에 과감히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애플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특히 강조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사장단에게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등 소프트기술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서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