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동안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꿈나무 선수들을 양성해 온 전밀중 관장이 지난 28일 오후 1시경 충남 예산군의 한 사찰 인근 공터에서 자신의 차량에 번개탄을 피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됐다.
전 관장이 쓴 유서로 추정되는 글에는 오랫동안 악의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에 대한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결정적 사건은 전 관장의 아들이 출전한 전국체전 서울시대표선발전이다. 전 관장은 유서를 통해 경기 마지막까지 이기고 있던 자신의 아들이 5대 1로 앞서던 중 50초를 남기고 7차례 연속 경고를 받으며 반칙패 당했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해당 경기 주심을 맡은 심판은 인천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으로 전 관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매번 전 관장의 선수들에게 부당한 판정을 일삼아 왔다고도 적혀 있다.
인천에서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 관장이 두 명의 자식을 서울로 진학시킨 이유도 이 때문인데 예상외로 서울에서도 같은 심판을 만나 부당한 대우가 이어되자 크게 괴로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보를 듣고 참담해 하던 한 지도자는 “글을 읽어봤다. 전 관장님이 한두 번 했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 관장이 유서에 실명을 언급한 해당 심판은 현재 대한태권도협회(회장 김태환) 기술전문위원회와 인천시태권도협회 및 서울시태권도협회 상임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태권도 겨루기 경기에서의 심판 판정에 대한 의혹은 늘 어려운 숙제였다. 몇 해 전부터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과 대한태권도협회가 전자호구, 영상판독을 적용해 불만이 줄어들긴 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심판의 재량에 달린 경고 규정 등은 여전하다.
대한태권도협회와 서울시태권도협회는 사건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