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섬떼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한반도의 남해서부지역은 역사적으로 신라시대에는 장보고(張保皐)가 당(唐)과 왜(倭)의 해적떼를 토벌하여 해상왕국을 건설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송(宋)·원(元)·왜와 통상하던 해상무역의 중심 수역으로 신안군 앞바다는 송·원대의 도자기 매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에는 충무공(忠武公) 이순신이 왜적을 격파했던 전적지가 곳곳에 남아 있기도 하다.
여러개의 섬중에서도 홍도와 흑산도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으나, 수많은 섬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일곱개의 군도(가사군도, 거차군도, 독거군도, 맹골군도, 상조도군도, 하조도군도, 성남군도)로 구성된 조도지구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중에 가장 넓은 지역으로 때묻지 않는 보석 같은 곳으로 비교적 찾는 이가 드문 섬이다.
▶ 상조도의 도리산 돈대봉 전망대(210m)
돈대란 높은 언덕에 옹벽을 쌓은 곳이나, 성벽을 쌓아 적의 침입 등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던 곳을 말한다. 흔히 이곳에서 봉화를 올려 다른 지역으로 위험을 전하는 구실을 했다.
한반도 최서남단 푸른 물 감도는 다도해를 거느리고 예부터 낙원을 이루어온 조도군도는 중심 섬인 상조도와 하조도(면소재지)를 비롯한 36개의 유인도와 121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천태만상의 크고 작은 섬들과 기암괴석, 그들을 둘러싼 새파란 하늘과 출렁이는 바다 물결, 울창한 송림과 어우러진 끝없는 백사장, 그리고 아름다운 전원 풍경이 잘 조화된 한 폭의 그림처럼 빼어난 군도이다.
세찬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고, 수많은 섬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조도군도의 섬 꼭대기로 가면 도리깨질한 타작마당에 콩 깔리듯한 다도해의 섬무리가 기다린다. 섬의 정상에 서서 그 섬들을, 360도 눈 돌리고 몸 돌리며 바라보는 맛은, 돌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157개의 유 · 무인도가 빽빽한 섬의 숲을 이루고 있는 곳, 새떼가 모여 앉은 것처럼 섬이 많다 해서 조도(鳥島 ․ 새섬)라는 이름을 얻었다. 섬을 비집고 떠올라 섬 사이로 떨어지는 해돋이, 해넘이는 장엄하기까지 하다.
섬들이 마치 파란 융단위에 진주를 뿌려 놓은 듯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세계 유수의 관광지로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가슴까지 통쾌해지는 상·하조도의 산꼭대기에 올라, 전후좌우 사통팔달의 풍광을 휘둘러보면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수많은 섬떼의 이합집산을 여기서 목격하게 된다.
▶ 금 · 은물살을 내는 조도대교의 일몰
진도 본섬을 비롯해, 조도대교와 나배도 · 관매도 · 거차도 · 병풍도 · 맹골도와 멀리 목포 · 신안의 섬무리까지 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이면 관매도 너머로 제주도 한라산까지 눈에 잡힌다. 하조도 능선 위에서 떠오른 해가 조도대교를 비추며 점점이 흩어진 섬마을을 깨우는 모습이나, 맹골도 쪽으로 잦아들며 금물살 · 은물살을 조직해내는 해넘이는 참 아름다워 혼자 봐도 쓸쓸하지 않다.
인간들의 얼굴처럼이나 다른 수많은 섬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신이 나는 일인가! 더욱이 인간의 욕심이 섞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우리에게 보여주는 자연의 신비와 섭리와 진리를...이제 수없이 많은 섬들이 마치 새떼처럼 앉아있는 섬, 조도군도의 여행길을 떠나보고자 한다.
어드매가 섬이고 또 어디쯤이 바다인지, 그리고 그 사이 또 어느 만큼이 안개이고 구름인지 알 수 없는 바다를 지나다 보니 저 멀리서 빼곡히 박힌 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 멸치가 마르는 바다 - 멸치 어장
‘아니 얘네들이 다 어디에서 나왔지? 좀 전까진 없었는데...’
섬에 도착해 멸치잡이 배에 올랐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닷가에선 안보이던 수많은 갈매기 떼...멸치잡이 배 주위에서 멸치를 먹느라 계속 물로 낙하하는 수많은 갈매기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장관이다.
갈매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부둣가로 돌아와 멸치를 삶아 너니, 부둣가 바닥은 멸치들의 은빛 잔치~
▶ 섬에서 솟는 해 - 하조도 등대
어린 시절 부르던 노래 속의 등대지기가 남해의 망망대해를 지키고 있는 곳, 하조도 등대.
푸른 바다를 가로막고 서있는 아찔한 절벽, 그 해안절벽 위에 널찍하게 너무나도 편안하고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는 하조도 등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조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함 가져다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 편안함 속에서 일출을 감상하니~ ‘여기가 한국이던가? 이탈리아던가?’
▶ 소멸해 간다는 것 - 각흘도
83세 되신 할머니 혼자 지키고 계시다는 섬. 각흘도. 보건소 직원의 방문 길에 동행을 한다. 자식이 9명이나 되는 자식들이 자신들과 같이 살자며 육지로 모시려 해도 섬의 바람과 파도가 좋아 섬에 머물고 계신 할머니.
예전에는 이 섬에도 초등학교와 파출소 등 있을 건 다 있었는데... 이제는 그 건물만이 남아 할머니와 더불어 섬을 지키고 있다. ‘할머니 어디에 계세요? 할머니~’ 그런데 할머니 모습은 보이질 않고...
▶ 섬의 삶 - 태권도 할머니
‘이얍~이얍~’ 태권도 5단이라며 품세를 보여주는 할머니. 힘도 만만치 않으시다. 평소 갯펄에서 낚지잡는 할머니는 80의 연세에도 깡패도 안 무섭다는 여장부 할머니이지만 잠깐 찾아 온 길손까지도 시집보낸 딸같이 여기시는 정 많은 분이다.
할머니와 함께 팔씨름도 해보고, 옛 이야기도 들어 보자.
▶ 햇살 가득한 섬, 바다가 만들어낸 풍경 - 병풍도 + 관매8경
‘와~ 정말. 눈 코 입까지 보이는 듯한 느낌이에요. 섬을 딱 지키고 있는데요.’ 배를 타고 멀리 병풍도까지 나갔다.
조도의 섬들 중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섬, 병풍도.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것도 같고, 거대한 바위들이 열병식을 하는 것도 같다. 특히 병풍도를 지키고 있는 세종대왕 바위는 보고 있자니 정말 눈, 코, 입까지 보이는 것 같다.
이 많은 섬의 바위들에 사람들은 이름을 붙여주고, 또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준다. 돌아오는 길에 관대 8경까지 감상한다. 저절로 만들어졌을 바위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찾아낼 줄 알았던 옛사람들의 상상력 때문에 이 바다가 풍요로울 수 있었던 건 아닐까.
▶ 또 다른 섬, 관매도로~
배를 타고 도착한 곳, 관매도. 넓게 펼쳐진 수평선 너머로 추자도가 보이고 바닷가 근처에는 꽁돌이라는 돌이 또 전설을 품고 서있으며 그 옆 갯바위에서 아주머니들은 고둥을 캔다.
고둥 캐러 나오신 아주머니에게 꽁돌에 담긴 이야기도 듣고, 집에 들어와 캐온 고둥과 고구마까지 크~게 한입~ ‘내가 언제 또 이런 싱싱한 것들을 먹어보랴.~’
▶ 섬의 일출
일출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섬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 그리고 새벽에 바닷가에 일하러 나오신 할머니. 바다는 모래사장에 산이며 평야며 거대한 그림들을 그려 놓고...그 그림들을 바라보며 걷자니...‘저 바다로 막 빠져 들어 갈 것만 같았다.’
▶ 톳 현장의 민요들
남도는 소리로 유명한 고장. 남도에서도 진도군 바다니 그 내력이야 어련하랴. 일본에 수출할 톳을 다듬으면서도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시는 아주머니들. 흥겨운 진도아리랑과 구성진 육자배기...할아버지 한분의 닻배소리까지...소리는 섬을 빙빙 돌아나가 어딘가에 머물러 또 다른 섬에서 울려 퍼지겠지...
이제 여행을 마칠 시간.
바다와 섬의 풍요로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섬들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가고 싶은 섬 조도군도. 낯설었던 풍경들은 이제 아쉬움과 그리움이 되었다. 바다위로 부셔져 내리는 투명한 늦겨울 햇살이 그 아쉬움을 더한다.
▶ 여행정보
☞ 가는길
수도권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포 나들목에서 나가 2번 국도를 따라 영암 · 강진 쪽으로 가다 영산호 방조제 건너 대불 산업단지 쪽으로 좌회전, 영암 방조제와 금호 방조제를 건너 화원 거쳐 18번 국도를 만나 진도로 간다.
18번 국도 따라 진도읍 지나 내려가면 팽목항에 이른다.
팽목항에선 조도 어류포행 조도고속훼리, 신해고속페리가 하루 여섯편 운항한다. 이 중 두편은 관매도까지 간다.
조도까지 편도 3000원, 승용차 운반비 1만4000원(운전자 포함).
☞ 먹을거리
조도에 생선회 등 해산물을 내는 식당은 20여곳이 있다. 또한 항구주변에서 제철 생선회 맛을 볼 수 있는 집이 많이 있다.
돔, 우럭, 전복, 아나고 등 회와 매운탕, 맛깔스런 기본반찬들을 먹을 수 있다.
☞ 묵을곳
조도에 여관 3곳, 민박집 30여곳이 있다. 시설에 따라 1만5000~2만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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