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부족으로 인한 불만 가득...‘앙꼬없는 진빵’
위성DMB가 지난 5월부터 본방송을 시작한 후 8월로 서비스 개시 4개월째에 접어들었다.
TU미디어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가입자는 약 10만여명. 다수의 가입자가 최첨단의 이동방송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 설레임 속에 시작된 위성DMB 서비스이지만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을 비롯해 새로운 콘텐츠 공급의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리는 실정.
어떤 점이 문제이며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
■ 위성DMB 콘텐츠에 대한 실망
DMB 이용자들이나 DMB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온라인 홈페이지가 있다. DMB유저닷컴(www.dmbuser.com)이다.
보통 하루 2000여명이 방문하고 있는 이곳이 가장 대표적인 DMB 유저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이 곳에서는 DMB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많은 글들을 볼 수 있다. DMB 서비스 이용 소감은 물론 각종 질문과 답변, 단말기 정보, 사용기 등 대부분 사용자들이 올린 생생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다수의 언론 매체들이 위성DMB의 화려한 성과만을 내세워 치켜세우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이 곳 자유게시판에는 콘텐츠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글이 다수 발견된다. 위성DMB 서비스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상파 재송신이 안된다는 점과 재방율이 높다는 점 등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지상파 재송신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는 사용자들도 있다. 실제로 7월 1일부터 18일까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43개의 게시물 중에서 3개는 콘텐츠에 대한 글. 한 회원은 “했던 것을 또 보고 하려니 짜증이 난다”며 “해지를 하려고 했지만 좀 더 지켜 보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은 “지상파 없는 위성DMB는 ‘앙꼬 없는 찐빵’”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 또한 지상파 재전송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 때문에 성사되고 있지 못하지만 이 또한 TU미디어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는 것이다.
■ 현재 채널은 비디오 9개, 오디오 25개
TU미디어는 현재 위성DMB 비디오 채널로 9개를 운용 중이다. 최근 EBS와 계약하고 수능방송 채널인 EBS플러스1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7월에는 경제관련 채널인 MBN과 프로그램 송출에 대한 계약을 맺어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인 MBC와 SBS는 TU미디어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당초 위성DMB 비디오 채널 사업자로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지상파DMB 사업의 지연으로 이 또한 불확실한 상황.
따라서 TU미디어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에 주력하던 것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보다 다양한 채널을 영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실제 다수의 이용자들은 아직도 지상파 방송을 위성DMB에서 보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위성DMB의 지상파 재송신이 현실화되지 않는 한 이는 TU미디어의 영원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오디오 채널의 경우 모두 25개의 채널을 송출하고 있으며 주로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들이지만 코미디, 외국어회화, 연예/스포츠 정보, 오디오북 등 특화된 채널도 있다. 음악방송 장르는 최신가요/팝, 올드가요/팝, 재즈, 클래식/뉴에이지 등 다양하다.
당초 위성DMB는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을 포함한 비디오 채널 14개와 오디오 채널 24개로 구성됐다. 지난 1월 10일부터 시작한 시험방송을 통해 비디오 채널 3개와 오디오 채널 6개를 선보이며 방송을 시작했으며 이후 상용 서비스에 맞춰 비디오 채널 7개와 오디오 채널 20개로 본방송을 시작했다.
7월 말 현재 TU미디어가 밝힌 가입자수는 10만명 선이다.
■ 지상파 재전송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7월에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지상파DMB 특별위원회의 정책실장인 KBS 김혁PD는 “위성DMB의 경쟁매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지상파DMB의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콘텐츠의 저작권 등 각종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위성DMB에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는 문제가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위성DMB 지상파 재송신의 경우 방송위원회가 지난 4월 허용을 해주겠다는 정책방침을 발표했으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 재송신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상파DMB 사업을 준비중인 방송사들로서는 지상파DMB 본방송이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성DMB에 자신들의 콘텐츠를 제공해 초기 시장을 선점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내에 위성DMB에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어들고 있다.
지상파DMB는 당초 7월 18일로 잡혀있던 시범서비스 일정을 연기했으며 이 경우 본방송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 재방송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위성DMB 채널 중 완전히 새롭게 제작되는 프로그램으로만 편성되는 채널블루의 경우 24시간 방송을 기본으로 해서 채널을 편성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되는 모바일 방송이기 때문에 콘텐츠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TU미디어에 따르면 채널블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채널들은 재방송이 거의 없으며, 채널블루의 경우 현재 방송위원회 기준으로 전체 프로그램 중 35%는 재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이다. 실제로 TU미디어의 편성표에 따르면 7월 17일 하루 동안에만 <주간연예뉴스스타-22회>가 총 4번 방송됐다.
이 프로그램은 30분짜리이며, 운이 나쁜 이용자는 단말기를 켤 때마다 같은 내용을 봤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보통 2회에서 3회 정도 같은 프로그램을 재방송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지상파DMB 특별위원회의 김혁 실장은 지난 7월 5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모바일 멀티미디어 2005’ 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의 DMB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 플랫폼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플랫폼에 대한 표준을 먼저 정하고 그에 따라 서비스 시기를 정했기 때문에 콘텐츠가 부실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위성DMB가 부족한 콘텐츠를 보완하기 위해 지상파 재송신에 사활을 걸었으며, 당분간은 지상파 재송신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프로그램 재방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 DMB 콘텐츠에 대한 심의 시스템 없어
DMB 콘텐츠의 경우 심의에 대한 시스템이 명확하게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위 관계자는 “DMB 콘텐츠의 심의 부분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딱히 내린 결론이 없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특별히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방송위 측은 위성DMB의 경우 아직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직접사용채널인 채널블루의 경우 운영계획서를 사전에 방송위원회에 제출하면 이를 제작하여 방송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상태.
보도프로의 경우 원래 위성DMB 채널정책방안에 의해 못하게 돼 있으나 이 방침이 지상파DMB 때문에 무너졌다. 지상파DMB의 채널은 모두 직접사용채널이며 이는 종합편성채널이다. 위성DMB에만 보도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종합편성채널은 방송법 8조의 소유제한에 의해서 대기업 등이 참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 TU미디어의 최대주주는 SK텔레콤이기 때문에 직접사용채널에서 이것이 시비거리가 될 확률이 높다.
■ 단말기, 기계적 문제점들도 속속 드러나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점들은 이러한 것들뿐만이 아니다. 위성 DMB의 가장 큰 문제점들 중 또 하나는 전력소모율이다.
최대 약 2시간 가량 볼 수 있다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최적화된 환경에서의 실험결과이고, 실사용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수치가 나온다(핸드폰 안내책자에 나오는 최대 사용가능시간과 실사용시간과의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
더군다나 핸드폰과 결합된 형태의 위성DMB는 이동통신 기능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베터리수명이 훨씬 더 떨어진다. 방송서비스 즐기다 보면 정작 통화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DMB의 전력소모율이 높은 이유는, 이 기술이 원래 휴대용기기를 위해 개발된게 아니라 자동차 베터리를 주 전원으로 하는 차량거치용 기기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기 때문이다.
즉 기술자체가 전력소모는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DMB라는 말도 우리나라에서 억지로 갖다 붙인 이름이고 원래 정확한 명칭은 DAB(Digaital Audio Broadcasing)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위성 라디오)기술로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 운전자들을 위한 위성라디오 서비스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미국에선 이미 상용화되어 있고 한국의 기륭전자가 제품을 수출중이다. 일본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컨셉으로 서비스 계획중인 것을 SKT가 지분참여하면서 DMB로 이름을 바꾸고 오디오, 즉 라디오뿐만 아니라 방송도 시청이 가능하도록 컨셉을 바꾼 것인데 오디오용 기술에 방송을 접목시키려고 하다 보니 기술적으로 무리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SKT가 굳이 방송기능을 갖다 붙이려는 이유는 한국에서의 차량용 기기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도저히 수익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리모콘을 눌렀는데 6초 후에 화면이 바뀐다면
DMB의 두번째 문제는 채널전환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가령 1번 채널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2번 채널로 바꾸는데 대략 6~7초가 소요된다.
TV리모콘을 누르는 순간 바로 화면이 전환되는 것과 비교할 때 6~7초는 무척 긴 시간이다. 리모콘을 눌렀는데 6초후에 화면이 바뀐다면 기다릴 수 있을까? 삼성제품은 자체개발한 칩을 사용하고 LG제품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도시바칩을 사용하는데, 이동통신용칩과 호환성이 없기 때문에 단말기의 대형화, 고전력소모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반 휴대용DMB는 위성신호보다는 지상기지국에 설치된 Gapfiller(일종의 중계기)로부터 신호를 받는 방식인데, SKT가 다량의 갭필러를 설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수신불가지역)이 상당히 많은 상태라 이동통신과 같은 수신율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 현 수준에서는 더 이상의 기술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하다?
위성DMB의 또 다른 문제점은 기술업그레이드가 곤란하다는 것.
처음부터 오디오용으로 개발된 기술이기 때문에 도시바측에서 방송용 업그레이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즉, 현 수준에서 더 이상의 기술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 되는데, 이동통신은 아날로그(우리나라는 미국식 AMPS방식)에서 디지털(1X), 다시 EV-DO 등으로 계속 진화해 왔지만 위성 DMB는 그러한 진화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만 방송용으로 특이하게 쓰고 있으므로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고 또 이 경우 규모의 경제효과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보조금을 쓰지 않는 한 기기값이 계속 비쌀 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DAB는 최신 기술이 아니라고 본다는 전문가도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기술이니 거의 20년이 넘은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 방송/이동통신사들은 오디오용으로만 쓸 뿐, 방송용으로는 고려하지도 않았던 기술이라고 한다.
마케팅에 있어서 SKT는 훌륭한 회사이지만 기술개발회사는 아닌 것. SKT도 과거에 많은 실패를 한 회사. 위성 서비스인 이리듐 사업도 실패했고, 초고속 무선호출 사업도 무리하는 바람에 투자비도 못 건졌던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다 알려져 있다.
여러 저런한 상황들을 보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은 듯 하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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