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검정 통과 파문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검정 통과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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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를 ‘테러리스트’, 종군 위안부는 ‘성매매업자’로 묘사

우익성향의 뉴라이트가 만든 역사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한 언론 매체에 따르면 뉴라이트 인사들이 이끄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교학사)가 검정심의 본심사를 통과했다.

매체는 현대사학회가 31일 중·고교 한국사교과서 학술대회를 열면서 다른 출판사들의 역사교과서에 ‘좌편향’ 문제가 있다고 공격하고 나서 ‘역사 교과서 흔들기’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2009 역사교육과정 개정’ 논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2011년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자고 건의했던 뉴라이트 계열 단체다.

사학회의 교과서위원장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일제가 한국 근대화가 끼친 긍정적 역할도 인정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일은 바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교과서에는 일제 강점기 시대를 ‘그 시기는 억압과 투쟁의 역사만은 아니었다.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독립운동가 ‘김구’에 대해서는 ‘항일테러활동을 했고 대한민국 건국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는가 하면 명성황후를 민왕후라고 격하해 부르고 있다.

이밖에도 누리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교과서의 내용에는 5.16 쿠데타를 ‘5.16 혁명’으로 표기하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5.18 광주항쟁’으로 표기했다.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 김좌진, 안중근 등을 ‘테러리스트’로, 종군 위안부를 ‘성매매업자’, ‘자발적인 경제단체’로 단정 짓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는 트위터에 “이대로 두면 지금의 일본인들이 30년 뒤의 우리 모습이 된다”며 “한국 뉴라이트의 역사관은 30년 전 일본 우익의 역사관과 같다. 반민족행위자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부 초반부터 ‘역사교과서 흔들기’를 하려는 꼼수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틈만 나면 역사교과서 왜곡을 시도하는 보수 세력들의 행태가 노골적 우경화 망발을 일삼는 일본 극우정치인들과 다를 게 무엇이냐”며 비판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 망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바로 잡고 청소년들에게 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 교과서가 심각한 우편향을 보이는 것에 많은 누리꾼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일제시대와 박정희 미화에 총력하겠군. 어린 학생들에게 폭력과 압제가 정당한 것이라고 가르치는 거다”, “가뜩이나 청소년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 문제가 심각한데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등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또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06년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 1주년 기념대회’에서 축사를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이 게시돼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일년은 거꾸로만 가던 대한민국을 바로잡은 놀라운 일년이었다. 위기의 대한민국, 탄식과 신음이 일상이 된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이 돼야 한다”는 장면이 담겨있다.

한편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 10일 고교 한국사교과서 검정심의에서 한국현대사학회 권희영 회장이 주 집필자로 참여한 교학사 교과서를 비롯한 8종이 본심사를 통과했다고 공지했다.

본심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현재 검정심의위가 권고한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며 8월 30일 최종 합격 여부가 발표된다. 최종 합격된 교과서는 9월 중 각 학교에 전시돼 학교별 채택과정을 거친 뒤 내년 3월부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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