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환도 ‘청부살해 사모님’처럼
전경환도 ‘청부살해 사모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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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집행정지’ 실태와 개선책을 모색한다

지난달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 방송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얼룩진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는 법과 정의를 능욕하는 사례로 거론됐다. ‘형집행정지에 대한 국민적 격분이 모아진 가운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의 형집행정지에 관해서도 여론의 질타가 거센 상황이다. 이에 형집행정지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조명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허위 진단서와 형집행정지진실 규명 요구
전두환 동생 전경환, 수감2달 후 형집행정지
법 앞의 평등보장되는 법치국가 보여줘야
형집행정지 심사 강화 사모님 방지법발의
 
최근 여대생 청부살인사건과 관련한 내용이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형집행정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드높다.
지난 3일 이화여대 커뮤니티 이화이언은 일간지 1면에 광고를 실어 “2002,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던 스물세 살의 법학도가 공기총 청부 살인으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면서 그러나 2013, 가해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병원 특실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허위 진단서와 형 집행 정지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형집행정지는 수감자가 심신의 장애로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을 때, 혹은 수감생활로 인해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때, 검사의 지휘에 의해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제도로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근본취지와는 다르게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의 범죄자 윤 씨는 이를 악용했다. 윤 씨는 200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2007년부터 최근까지 형집행정지를 수시로 받아가면서 하루 병실료가 200만 원이 넘는 호화병실에서 형벌이 아닌 휴양생활을 했다. ‘형집행정지의 호사를 누리는 사람은 윤씨 만이 아니다.
 
최근 5·18역사 왜곡과 전재국 씨의 페이퍼컴퍼니 사건으로 전두환 일가에 대한 관심이 드높아지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의 형집행정지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전경환, 특별사면에 형집행정지까지
 
전경환 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2010년 사기죄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2개월 후에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윤 씨처럼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상태다.
 
전씨는 1980년대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사무총장·회장 등을 지냈고, 1988년 새마을중앙회 공금 73억여원 횡령 및 10억원의 탈세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10개월만 복역한 뒤 특별 사면되는 특별한 영광을 누렸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최시중, 천신일 등을 석방 혹은 복권한 특별사면과 같이 전 씨도 그 행운을 누린 것이다.
 
전 씨의 범죄행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 씨는 20044월 광주의 한 건설업자에게 아파트 신축공사에 필요한 1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해 주겠다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6억원을 갈취했다. 이어 같은 수법으로 6차례에 걸쳐 모두 15억원과 미화 7만달러를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전씨는 잠적했고 검찰은 전국에 지명수배를 했다.
 
수배돼 있던 20066, 전 씨는 또 다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 이른바 구권 화폐 사기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사기혐의를 받은 이씨와 조씨 두 사람은 검거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러나 전 씨는 이미 광주 건설업자 대상 15억원 사기 사건으로 수배중이라는 이유로 조사도 받지 않은 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에 지명수배 중이던 전 씨는 서울시가 발표한 고액 체납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62219만원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 전 전 대통령이 최근 서울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랐던 것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결국 전씨는 20105월 사기죄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2달 후, 20107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나게 된다. 이후 전 씨는 현재까지 ‘3년여 동안 지속적 형집행정지상태다. 현재 전 씨의 행방은 알 수 없다.
 
형집행정지악용과 관련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424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최근 알려진 형집행정지 사례를 보면 유독 권력자와 부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그 기간도 무기한인 예가 많아 법치주의가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고 지적했다.
 
형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해 바깥 생활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김우중 전 대우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노모,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등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부유층이며 권력에 가깝다. 그간 형집행정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제기돼 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표창원 전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범죄자 전경환에게 무한 반복 형집행정지를 상납한 5공 잔당 검사, 검찰 관계자, 구치소 관계자를 수사해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표 전 교수는 마치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연상케 하는 검사의 형집행정지결정권한에 대한 사법적 혹은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그래서 대한민국이 법 앞의 평등이 보장되는 법치국가임을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집행정지악용, 근절해야
 
청부살인을 하고도 형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하여 호화생활을 누린 이른바 사모님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다.
형집행정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였다.
 
유력인사의 형집행정지 악용과 관련해 대검찰청에서는 2005년 형집행정지 허용기준을 강화했고, 2009년에는 형집행정지 심사위원회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이번 사모님 사태로 인해 형집행정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공론에 따른 결과다.
 
개정안은 문제가 된 형집행정지 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해 현재 각 지방검찰청에 설치되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형집행정지 심사위원회를 법무부 소속 정부위원회로 확대해 형집행 심사의 객관성과 투명성, 전문성을 높이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이목희 민주당 의원은 주목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의사의 허위진단서 및 검사의 무분별한 행집행정지 연장허가로 말미암은 특혜였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현행법에는 형집행정지에 관한 허가를 검사장에게만 부여하고 있어 검사장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한 부정 또는 권한남용이 가능하다가석방에 관한 법률만 보더라도 가석방의 적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형집행정지에 관련해서는 법률뿐만 아니라 규칙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02년 억울하게 청부살해 당한 고 하지혜양 사건의 아버지 하씨는 지난달 23일 서울서부지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윤씨에게 진단서를 발급해 준 주치의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현재 청부살해 사건의 윤씨는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사회적 관심과 노력으로 공론이 일자 관계당국은 뒤늦게 해결에 나선 결과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하지혜양의 이대동문 이화이언은 모두가 법 앞에서 평등하게 심판받는 그 날까지 지켜보겠다대한민국에서 더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용납되지 않길 바란다고 광고한 바 있다. 이 말의 울림이 정의를 바로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의 형집행정지와 관련된 의혹을 명확히 해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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