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타계 위한 나이트클럽들의 몸부림
불황타계 위한 나이트클럽들의 몸부림
  • 하창현
  • 승인 2005.08.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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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패션쇼는 양반, 즉석에서 성관계 주선도
‘나이트클럽과 패션쇼’, 그리 적절한 조합으로 보이는 단어들의 묶음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이트클럽과 란제리’라는 말만 들여다 보면서 나이트클럽 본연의 의미를 되짚어볼 때 그리 적절한 조합은 아니다. 나이트클럽에서 ‘란제리 패션쇼’가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뒤 이런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의 조합을 음미해봤다. 나이트클럽은 현란한 조명과 터질듯한 음악속에서 춤을 추며 술을 마시는,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는 유흥공간이다. ‘부킹’을 통해 ‘원 나이트 스탠드’가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까닭에 비교적 음성적인 느낌을 일소하기는 힘든 곳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불황으로 인해 발길이 뜸해진 손님들을 잡기 위한 나이트클럽의 지나친 마케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많은 매체에서 여러 차례 기사화 되었듯이 몇몇 웨이트가, 일명 ‘나가요 걸’들을 고용해 부킹을 통한 2차에 실패한 단골손님에게 붙여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술에 취한 여성 손님을 룸에 있는 특정 손님에게 부킹시켜주는 방식으로 ‘골뱅이족’ 도우미 역할을 하는 웨이트들이 취재 안테나에 걸려든 경우도 있었다. ■ 누가 누가 더 많이 벗나 나이트클럽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자정을 넘긴 시간에 각종 섹시 댄스 선발대회를 개최하곤 한다.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섹시 댄스 선발대회의 경우 엄청난 고가의 상품 내지는 현금이 걸려 있어 경쟁률이 높은 데 대부분 ‘누가 많이 벗나’를 겨루는 무대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나이트클럽의 섹시 댄스 선발대회에서는 여성 손님들의 상반신 노출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심지어 알몸쇼까지 선보이는 ‘오버하는 손님’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란제리 패션쇼’도 개최한다니, 우려의 목소리가 없을 리 없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현장이 펼쳐질 것인지...기자는 란제리 패션쇼가 열린다는 신사동의 모호텔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기자가 나이트클럽을 찾았을 때 내부는 이미 꽉 차 있었다. 빈테이블이 안 보일 정도로 손님도 많이 몰려든 데다 란제리 쇼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취재진도 몰려있어 걷기조차 힘이 들 정도였다. 춤추는 공간이었던 플로어는 패션쇼의 메인 무대로 쓰이기 위해 비어있었고 입구에서부터 플로어까지 이어진 통로 역시 패션쇼의 무대로 쓰기 위해 환한 조명이 내리쬐는 가운데 통제되어 있었다. 나이트클럽 내부의 흥을 띄우기 위해 애를 쓰던 DJ는 장내 아나운서로 변신해 안내 멘트를 날리느라 분주했다. “이제 곧 란제리 패션쇼가 열릴 예정이오니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멘트에 내부 분위기는 더욱 웅성거렸고 일부 손님들은 플로어 앞에까지 나와 커다란 관심을 보였다. ■ 파격적인 란제리 ‘h’사 협찬, 노출 수위 상당해 예정된 자정을 넘겨 예정된 자정을 넘겨 10여분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이날 패션쇼는 말 그대로 ‘란제리 패션쇼’였다. 그것도 가장 파격적인 란제리로 알려진 세계적인 란제리 브랜드 ‘허슬러’가 협찬해 노출 수위가 상당했다. 하지만 초반 분위기는 쉽게 달궈지지 않았다. 하지만 탄탄한 몸매의 남성 모델이 타이트한 삼각팬티 하나만을 걸치고 무대 위에 나타나자 여성 손님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분위기는 이내 달라졌다. 이후 무대에 오르는 모델들에게 손님들의 박수갈채가 계속 이어졌고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속이 훤히 비치는 란제리도 여럿 선보였다. 쇼가 끝나자 다시금 플로어는 손님들의 몫이 되었고 나이트클럽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댄스와 부킹으로 숨가쁜 분위기가 이어졌다. ■ 불황일수록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말이 있듯이 불황탈출을 위해 벗는다 이렇듯 계속되는 불황을 타계하기 위한 업계의 몸부림은 처절하다. 앞서 찾은 호텔나이트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나이트클럽의 한 관계자는 “계속되어지는 불황속에서 회사와 조직을 위해 옷을 벗어야 하는 샐러리맨들이 늘고 있습니다. 반면 나이트클럽에선 계속되는 불황에 지친 샐러리맨들을 위해 옷을 벗는 셈이죠. 점잖은 특급호텔 나이트클럽도 예외는 아닙니다” 라면서 “체면도 격식도 모두 버리고 실리를 위해 호텔 나이트클럽이 옷을 훌러덩 벗는 것이죠”라고 덧붙혀 말했다. 서울 남산에 자리잡고 있는 모 특1급호텔의 A나이트클럽도 불황 돌파를 외치며 손님들을 위해 야한 란제리 쇼를 과감히 도입했다. 눈요깃거리인 란제리 쇼에 이어 나이트클럽 측은 한층 강도를 높여 남녀 모델이 나와 상반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보디페인팅 쇼도 이미 펼친 바 있다. 더욱이 보디페인팅 쇼에는 비록 진한 물감으로 칠하긴 해도 남녀 모델들의 젖가슴까지 보여서 많은 사람들을 자극했다. 이 호텔은 이따금 비키니수영복 쇼 등을 열어 왔으나 란제리 쇼나 보디페인팅 쇼까지 열기는 이번이 처음. 호텔 측이 지난해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의 유명 나이트클럽에서 10여년 동안 마케팅 기획자로 명성을 쌓아 온 지배인을 스카우트하며 내놓은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호텔 측은 란제리 쇼에는 주로 여성모델이 출연해 남성 고객들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또한 여성 고객을 위한 행사로는 호텔 피트니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근육질의 트레이너들을 나이트클럽 홀로 불러내 '근육 쇼'를 벌였다. ■ 란제리 패션쇼로 출발하는 ‘원나이트 스탠드’ 한편, 최근 발발한 인디밴드 ‘카우치’의 생방송 ‘성기노출 ’ 파문이 계속되면서 각종 클럽의 밤문화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서울 홍대앞이나 강남역 인근의 클럽에서는 광란의 시간들이 연일 이어진다는 것. 30~40대 직 장인들이 자주 가는 강남과 이태원, 일산 등 대형 나이트클럽도 수치심을 집어삼킨 ‘밤의 광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클럽 30여개가 몰려있는 홍익대 인근에는 초저녁부터 젊은이들이 하나 둘씩 몰려든다. 초저녁에는 거리공연도 있다. 이어 하나 둘씩 라이브클럽으로 자리를 옮긴다. 여기 자리한 A댄스클럽. 100여명의 젊은이들이 휘황찬란한 조명 아래서 힙합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든다.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서로 맘에 들면 키스하고 몸을 밀착해 부벼대며 춤추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바로 옆의 B클럽도 양상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짜릿한 순간’을 겨냥하며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곳은 오히려 서울 강남의 나이트클럽들. 앞서 언급했듯 이들은 심야에 여성 란제리 쇼 등 각종 야한 이벤트까지 개최하며 ‘원나이트 스탠드’를 노골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밤이 향락과 쾌락의 도덕 불감지대로 빠져들고 있지만 강남 나이트클럽을 단속하는 손길은 어느 곳에서 찾아 볼 수 없다. 특히 어두운 조명에 비좁은 복도의 연속이어서 화재 등 비상상황 이 발생할 경우 소방시설이나 비상구를 찾기도 쉽지 않아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주5일 근무제 확대 시행 이후 나이트클럽이 가장 바쁘다는 지난 주 목요일. ‘물좋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은 짝을 찾으려는 남녀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오후 9시 이후 하나 둘씩 무리지어 찾은 남녀들은 밤 11시가 다가오자 2000석이나 되는 홀을 가득 메웠다. 2층의 80여개의 룸도 빈 곳이 하나없이 가득 찼다. 화려한 조명과 강력한 음악에 분위기가 무르익자, 짝을 찾으려고 오가는 남녀들로 홀은 북새통을 이뤘다. 보통 3~4명 단위로 이 곳을 찾은 여성 고객들은 주로 홀에 앉는다. 반면 남자손님들은 룸을 찾는다. 룸에 있어야만 부킹이 더욱 잘되기 때문이다. 분위기도 홀보단 훨씬 낫다. 여성들은 웨이터 손에 이끌려 이방 저방으로 옮겨다녔다. 이들은 상대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잠시 인사치레로 앉았다가 다른 방을 찾아 나선다. 더러 문을 나서는 여성을 잡으려다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술잔을 주고 받으며 여흥을 돋워간다. 강남 나이트클럽을 가끔 찾는다는 30대 여성은 “부킹을 거부했다가 남성으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여성도 가끔 있다”면서 “여기는 밤 10시만 넘으면 사실상 무법지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밤 12시가 넘자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란제리 패션쇼가 열리며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신체 중요 부위를 간신히 가린 팔등신의 남녀가 무대와 홀을 누비자 일부 남자 손님들은 모델을 만지려다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델이 걷는 통로 주변에 몰려들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촛불이 넘어지기도 했다. 팔등신 모델들의 워킹이 끝난 후 나이트클럽은 더욱 분주해지고 남녀의 짝찾기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맘에 드는 짝을 찾은 여자들은 남자에게 먼저 키스 공세를 퍼붓는 등 야한 애정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한 웨이터는 “이 시간대 가 되면 상대방에 대한 요구는 여성들이 더 많이 요청할 정도” 라며 “일부 여자손님은 웨이터가 얘기하기도 전에 마음에 드는 남자손님에게 함께 놀자며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만남이후 2차 술자리와 모텔로 이어지는 방식은 이젠 옛날 방식이란다. 이 웨이터는 “마음에 들면 술을 마시다가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관계가 이뤄지기도 한다”며 “주위 동료들로 분위기가 어색할 때는 웨이터에게 빈방이 생기면 연락을 달라며 팁을 두둑히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새벽 2시가 다가오면서 분위기 한 풀 꺾이자, 짝짓기가 이뤄진 남녀손님들은 하나 둘씩 자리를 떴다. 한달에 2~3번 나이트클럽을 찾는다는 20대 남자 직장인은 “사실 이곳에 춤추러 오는 사람이 있겠느냐. 아마 거의 대부분 하룻밤 상대를 물색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며 “그런 마음은 사실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성공확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고 했다. 경찰은 “나이트클럽에서 벌어지는 온갖 퇴폐 행태를 단속할 만 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면서 “그러나 대형 사고 발생 가능성 이 상존해 있는 만큼 관계 기관과 합동으로 종합적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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