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짚고 헤엄치는 철밥통 의사들
땅짚고 헤엄치는 철밥통 의사들
  • 하창현
  • 승인 2005.08.26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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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배워서 60년 써먹는 의술, 환자 고통은 뒷전.
지난 2000년 시작된 ‘선택진료제’를 기억하는지... 선택진료제란 10~15년 이상의 전문의나 대학병원 조교수 이상 자격을 가진 의사를 환자가 직접 선택해 진료를 받는 것으로,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돼 시행해왔다. 선택 진료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는 일반 진료 때보다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그간 선택 진료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선택 진료 의사밖에 없어서 환자가 어쩔 수 없이 선택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이 신청해야 할 선택 진료를 담당 의사가 임의로 선정해 환자도 모르게 선택 진료를 받는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의료계의 불합리한 문제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환자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와 수익 올리기에 급급한 의사들의 작태 등, 그야말로 철밥통들의 ‘땅짚고 헤엄치기’ 꼴이다. 철밥통 의사들의 현주소를 진단해 본다. 지난 주 기자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유망한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40대 CEO라고 자신을 밝힌 그는 평소의 격무와 그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후두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혹이 생겼다고 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사는 그로서는 병원 진찰 한 번 받기에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인지라 벼르고 별러서 시내에 유명하다는 'Y'병원을 찾았다. 진중한 의료서비스를 받고자 했던 그는 신경계통의 전문의로 널리 알려진 원장에게 특진을 받고자 사전에 지인을 통하여 예약을 한후 병원을 찾아 갔다. 그러나 그곳 의료진들의 진단에 대해 크게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성의없는 몇 번의 주무름(?)과 초음파 촬영이 있은 후 환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전혀없이 아무 상관도 없는 다른 검사를 해보라고 뜬금없이 권하더라는 것이다. 또한 간단하게 주무른 것이 전부였던 것에 대한 진료비는 상상을 초월하게 터무니없이 청구되었다는 것이었다. 후일 그 원장에 대해 알아보니 60년대에 의대를 졸업한 후 재테크에만 눈이 어두워 환자 치료보다는 돈벌이에 더 급급한 사람이라는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환자의 심정은 무시하고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하면 자연적으로 진료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 환자들이 줄을 찾아서라도 유명한 병원, 공부하는 의사를 찾아다닐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 하였다. ■ 우리나라의 의사들의 현실 그들은 자기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남들 4년 배우는 동안, 자기들은 6년동안 공부하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당신들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공부 열심히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이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난 후에 그들은 얼마나 의료기술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인술을 베풀지 고민하며 의술을 갈고 닦는지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하다 못해 그 흔한 보수교육조차 돈을 주고 남을 참석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거칠 때 다른 사람들도 그들의 직장에서 엄청난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의사들이 자기네들 밥통 챙기기에 급급해 환자들을 볼모로 농성을 벌일 때 그저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것도 의사가 아닌 다른 일반 사람들이고 그들의 터무니없는 비싼 진료비에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응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그 길을 힘들게 걸어 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기를 쓰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 “법대로 해라!!!”만을 외치며 피해자들 기만해 의료사고만 봐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병원과 의사들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책임이 없다면서 발뺌하는 것이 관행이 되고 있다. 의료과실을 인정하게 되면 병원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의사 개인의 명예에 오점을 남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송으로 가더라도 동료의사들이 자신을 방어해 주리란 생각에서 과실을 부인하고 은폐·조작하기 일쑤다. 이런 병원과 의사들의 작태에 분노한 피해자들은 생업도 팽개쳐 가면서 사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곳저곳에 알아보기도 하고 마침내 기나긴 소송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일단 소송을 시작하게 되면 피해자들은 다신 한번 정신적 고통을 당하게 되고 막대한 경제적·시간적 손실을 입게 되는데 병원, 의사들이 솔직히 과실을 인정하고 진실을 밝힌다면 소송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은 줄어들 것이다. 의료사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제도 마련이나 개선책보다도 의료인들의 각성과 의식 개혁이 절실하다. “법대로 해라”를 외치며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의학이라는 전문지식으로 자신의 과실을 숨기고 동료들을 보호하는 데 악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사고 발생시 무엇보다도 병원과 의사들이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고 양심적인 자기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 ‘비양심적인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들 가운데는 수십 건씩 소송에 걸려 있는 곳들도 꽤 있다. 병원에서는 고문변호사를 여러 명 고용해 소송에 대처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의료사고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사고를 줄이고 예방하려면 병원과 의사들이 솔직하게 과실을 인정하고 근본 원인을 밝혀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만 하는데, 그런 노력은 하려고도 않고 이를 숨기는 데만 급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고만 발생하면 은폐부터 하려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의료분쟁은 언제까지나 지금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병원과 의사들에 대한 불신만 쌓여 갈 것이다. 현재 병원의 원무과 등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합의시 보상금의 액수나 협상하고 소극적으로 소송에 대처하는 미봉책만으론 피해자들의 항의, 농성, 그리고 소송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결코 끊을 수가 없다. 의료행위가 있는 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하는데, 병원내부에 자체적인 의료사고 관련 감사기구를 설치하여 사고 발생시 원인을 밝히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과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피해자들도 소송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병원 내부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사고를 줄이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환자를 보호하고 나아가 실추된 병원과 의사들의 명예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당사자들 즉, 의사들 자신들도 분명 알고 있으리라 본다.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해 하지 말고 의사라는 직업을 택할 당시의 마음가짐을 사람들은 간절히 바란다. 또한 ‘비양심적인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들’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내부적인 자정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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