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휴대폰 보조금인가
누굴 위한 휴대폰 보조금인가
  • 민철
  • 승인 2005.08.27 17: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대폰 보조금 지급 논란
지난 2003년 4월부터 2006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만들어진 ‘단말기 보조금 지급금지’ 법률안, 현재 이를 다시 3년간 연장해야 한다는 후발사업자(KTF, LG텔레콤)들과 보조금 허용을 주장하는 SK텔레콤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내년 3월이면 만료되는 휴대폰 보조금 지급금지 법안을 놓고 업계, 학계, 정부내, 국회내에서까지 찬반 논란이 가중되면서 자칫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의견 대립이 첨예한데다 입법 주체인 정부와 국회 모두 어느 한쪽에서 주도적으로 법안을 만들거나 폐기할 경우, 반대파의 큰 비난을 살 수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위축된 모습이다. 이처럼 SK텔레콤과 KT는 휴대폰 보조금 금지규정을 내년 3월에 전면 풀 것을, KTF와 LG텔레콤은 시장혼탁을 이유로 적어도 2∼3년 이상 재연장해야한다고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 휴대폰 가격 하락을 원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휴대폰 보조금 허용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소관부처인 정통부는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SK텔레콤 vs KTF, LG텔레콤 보조금 논란 앞서 언급한 것처럼 SK텔레콤은 휴대폰 보조금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의 이러한 주장은 이통시장이 뚜렷한 포화기로 접어든 시장상황을 고려해 볼 때 휴대폰 보조금을 현행처럼 금지하게 되면 시장침체와 소비자편익 저해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SK텔레콤은 당장 휴대폰 보조금을 허용해도 이동통신 3사가 보조금을 앞세워 출혈경쟁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조금 허용의 이유를 들었다. 한 관계자는 “휴대폰 보조금은 정책적 효과를 충분히 거둬 시장이 안정됐기 때문에 시장자율에 맡겨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KTF와 LG텔레콤은 휴대폰 보조금 금지 재연장을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휴대폰 보조금 금지효과로 이통시장이 예년에 비해 안정된 것이라며 보조금 금지를 재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조금이 허용되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SK텔레콤으로 시장쏠림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이유를 들었다. KTF와 LG텔레콤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휴대폰 보조금 금지 규정은 반드시 재연장되야 한다”면서 “보조금 허용은 곧 시장혼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T의 경우는 "보조금 허용해도 나쁠 게 없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KT도 휴대폰 보조금 허용에 무게를 두면서 SK텔레콤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통 4사’에 속하는 KT는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휴대폰 보조금 허용을 내심 원하고 있다. 이로인해 KT그룹내에는 자회사인 KTF와 미묘한 갈등기류까지 감돌고 있다. KT 관계자는 “휴대폰 보조금을 허용하면 PCS재판매 고객유치에 상당한 보탬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형 대리점 VS 중소형 대리점 현재 이통 3사의 대리점(판매점 포함)은 SK텔레콤이 3천여개, KTF 1천3백개, LG텔레콤 9백개 등 총 5천여개가 전국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중 20∼30%에 해당하는 직영점을 중심으로 한 대형 대리점들은 대부분 휴대폰 보조금 허용을 사실상 원하고 있는 반면 70∼80%에 달하는 중소대리점들 대부분은 휴대폰 보조금 금지를 요구하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실제 대형 이통 대리점은 전면적인 휴대폰 보조금 허용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들 대형점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량 단말기 유통이 가능해 보조금을 허용하면 가입자 확대에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은 곧 수익증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SK텔레콤 대형 대리점 관계자는 “휴대폰 포화시장에서 휴대폰 보조금은 가뭄끝의 단비와 같은 방안이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공급할 수 있어 가입자편익증대차원에서도 반가운 일 아닌가”라고 보조금 지급에 찬성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중소형 이통 대리점들은 휴대폰 보조금 허용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자금력측면에서 열세인 중소형 대리점들은 무리하게 보조금을 지원할 경우 가입자유치에 대한 부담이 가중돼 자칫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대형 대리점들으로의 시장쏠림현상으로 인한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형 대리점들은 후발 이통사의 주장처럼 휴대폰 보조금의 전면 금지 또는 일정 기간 연장을 원하고 있다. 전국이통대리점경영자연합회 관계자는 “현재도 본사의 지원이 대형점에 집중되고 있어 중소형 대리점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휴대폰 보조금이 전면 허용되면 부익부빈익빈현상이 심화돼 중소형 대리점의 생존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휴대폰 보조금 법안 `오리무중` 이러한 업계의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휴대폰 보조금 지급금지 법안을 놓고 업계, 학계, 정부내, 국회내에서까지도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의견 대립이 첨예한데다 입법 주체인 정부와 국회 모두 어느 한쪽에서 주도적으로 법안을 만들거나 폐기할 경우, 반대파의 큰 비난을 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기피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이 법률안이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주장과 경제활성화에 도움된다는 주장이 배치하고 시민단체까지 보조금 지급을 통해 휴대폰 구매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보조금이 지급되면 결국 요금이 내려가지 않아 소비자가 손해라는 주장이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같은 갈등 양상이 뚜렷한 가운데 입법 기관들간에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보조금 법안에 대해 계속 규제할 경우 규제개혁 기관이나 공정거래 차원에서 연관 부서들의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그렇다고 자율화하기엔 여전히 과열 경쟁 우려가 있어 정부내에서도 의견이 5대5로 볼 만큼 팽팽히 나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의원입법안으로 나올 수 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할 정도다. 정통부에선 "도ㆍ감청 문제가 차라리 쉽다"고 할 정도 골치아프단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국회 역시 이에 대해 입법안 제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한 국회의원은 "정통부가 애초 한 것이니 계속 정통부가 맡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한쪽이 좋으면 한쪽이 싫어할 수 밖에 없어 어려운 문제인데 (우리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현재의 분위기로 가면 당초 올 정기국회에서 결말을 낼 것으로 예상됐던 보조금 지급 금지 여부가 올해말을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있다. 더욱이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전략 수립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업체, 관련 콘텐츠업체들까지 애를 태우는 상황으로, 향후 보조금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