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기업들이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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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사태부터 이건희 회장 발언까지, 부상하는 CSR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마저 강조할 정도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중요해졌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주가 수익률도 높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그렇게 중요한 요인일까.

이건희 회장 “사회적 책임, 신경영의 새로운 출발”
‘천당과 지옥’ 남양유업 욕설파문이 가져다준 비극

ⓒ 뉴시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회장이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부터 변하자, 처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며 100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분발을 촉구한지 어언 20년이 흘러서였다.

이 회장은 “낡은 의식과 제도, 관행을 떨쳐버리고 양 위주의 생각과 행동을 질 중심으로 바꿔 경쟁력을 키웠다”며 지난 20년을 회고한 뒤, 임직원들에게 “우리는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신경영은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향후 그룹발전을 위한 과제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질을 넘어 제품과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자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하자 △우리의 이웃,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자’가 바로 그것이다.

업계는 이 회장이 상생을 거론하며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삼성에 대한 사회의 기대 또한 한층 높아졌다”는 말을 한 데 대해 주목했다. 이 회장이 “신경영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까지 강조할 정도로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비슷한 시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주가 수익률이 높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 요구가 높아졌다는 증거다.

무거워진 사회적 책임

대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흔히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약자로 표기된다. 기업이 경제적 책임과 함께 법·윤리·자선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이 통용되는 개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은 경영환경이 변화하면서 점차 강조돼왔다. 현대에 와서는 기업의 수익, 나아가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중요한 개념이 됐다는 평가다. 이는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사회적 책임투자 컨설팅회사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상장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를 평가한 결과 최상위 등급을 받은 40개사의 지난 6년간 주가수익률은 코스피 수익률보다 41.3% 높았다. 최하위 등급을 받은 30개사는 코스피 수익률보다 40.7% 낮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즉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최상위 등급 기업들의 수익률은 매년 코스피 5.5%를 웃돌았고, 최하위 등급 기업들은 코스피 7.4%를 밑돌았다는 설명이다. 최상위 등급 기업명단에는 KB금융지주, 신한지주, 삼성물산 등이, 최하위 등급 기업명단에는 오리온, 풍산홀딩스, 웅진홀딩스, 대한해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기업의 재무 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까지 투자에 반영한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le Investment)가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수익과 직결되는 현태를 보여준다.

ⓒ뉴시스

남양유업 사태에서도 그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5월초 남양유업은 대리점주에 대한 영업사원의 욕설전화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호된 뭇매를 맞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피해대리점주협의회와의 협상도 진행되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비난여론은 어느 정도 진정된 듯하다.

그러나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욕설파문 후폭풍은 여전히 남양유업을 옥죄고 있다. 주가폭락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데서 판단 가능하다. 남양유업 주가는 욕설파문(5월초) 전에는 110만원이었다가 현재 90만원으로 급락했다. 특히 4월 30일(최고가 117만5000원)까지 줄곧 상승세를 이어온 남양유업이 6월 11일 최저가(89만5000원)를 찍은 건 의미하는 바가 컸다.

이 외에도 라면상무 논란으로 포스코 주가가 하락(37만1000원→31만5500원)한 일, 경기 화성사업장 불산누출 사고로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158만4000원→137만2000원)한 일 등 시장이 사회적 책임의식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시련을 안긴 사례는 많다.

시대가 바뀌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것 외에도 기업이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에 대해 이익 극대화를 넘어선 법·윤리·자선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남양유업 사태부터 이건희 회장의 발언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사회 내 자리잡을 날이 멀지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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