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을 둘러싼 法-檢 갈등 및 향후 전망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의 수사가 긴 장고 끝에 일단락 됐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해 국가 정보기관이 지난 대선 당시 선거운동에 개입한 혐의를 공식화했다. 그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는 첨예한 갈등을 보였다. 여전히 정치권은 원 전 원장의 불구속 기소와 관련된 불씨를 안고 있으며, '국가정보원 대선ㆍ정치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을 둘러싼 논란을 담았다.

檢, 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세훈 불구속 기소
‘관권선거’ 후폭풍 예상…법무장관 개입 논란
與·野,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 시기, 이견 대립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 중앙지검 특별 수사팀은 지난 11일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상 정치개입 금지와 공직선거법상 지위를 남용한 선거운동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이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며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이 불구속기소로 봉합됐지만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法-檢 갈등, 불구속 기소
애초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구속기소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정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의 입장은 확고하다. 나온 대로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공직선거법공소시효가 오는 19일로 임박함에 따라 지난달 25일쯤 원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검찰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건의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법리검토를 다시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장관이 수사보완 지시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특히 법무부에서는 검찰이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구속영장 청구할 경우 황 장관이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점점 커졌다. 또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경우 채동욱 검찰총장은 사퇴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속출했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원 전 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적용할 경우, 자칫 대선결과에 대해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검찰은 11일 오전까지만 해도 “원 전 원장의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고민하며 최종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다 이날 오후, 상황이 돌변했다. 원 전 원장 기소 방침은 황 장관이 국무회의에 다녀온 후 정해졌다. 황 장관은 “장관이 결정을 하든 안 하든, 사건 처리는 결국 검찰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4시께 긴급 브리핑을 열고 원 전 원장과 김 전 서울청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 결론을 전격 발표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는 수사팀 의견과 영장 청구는 물론 선거법 적용에도 난색을 보인 법무부 측 입장을 조율해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원 전 원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결정함으로써 그간 불거진 검찰과 법무부 사이의 갈등은 외형상 봉합됐지만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검찰의 ‘구속기소’ 방침을 사실상 가로막은 것으로 지목되는 황 장관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이번 발표를 계기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野 “황 장관, 수사지휘권 행사”
원 전 원장이 불구속 기소가 결정되자 민주당은 황 장관의 외압설을 거론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12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버티기를 통해 사실상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스스로 검찰출신이면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에 큰 타격을 가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수사외압은 대통령 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한,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린 희대의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관권선거에 이어 경찰수사 외압, 이제 검찰에 대한 수사 외압까지 대한민국 정의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서 1970년대, 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다”라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황 장관과 곽상도 민정수석은 수사개입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11일 검찰이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 데 대해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검찰의 국정원 수사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공정하고 절차에 맞는 수사를 통해, 결과가 나오면 이에 맞게 합당하게 처리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국회 브리핑를 자청, “법과 증거에 입각해 수사하는 게 아니라 언론플레이로 여론을 동원해 불법의 낙인을 찍는 선동수사”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조 의원은 12일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입했다는 민주당의 주장과 관련, 정확한 사실관계와 증거를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 전 원장과 김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것과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일선 검찰은 공직 선거법을 적용한 구속 기소가 합당하다고 판단했으나 법무부에서 엇박자를 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기관, 특히 정보 권력 기관의 선거개입은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과 제도는 기득권을 보호하는 기둥이 아니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울타리여야 한다”고 밝혔다.
‘관권선거’ 공세 예고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 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임 원내대표 간에 수사가 끝나는 즉시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며 새누리당에 합의 이행을 공식 요구했다.
여야 전임 원내대표는 지난 3월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가 완료된 즉시 관련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실시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국정조사 실시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9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야 합의사항인 점을 들어 국정조사 실시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 완료’ 시점에 대한 여야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국정조사 실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불구속 기소로 결론낸 데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검찰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는 권권선거로 인정될 경우 현정권의 정통성에 위해가 될 수 있는 탓이다.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함에 따라 ‘관권선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선 공정성 논란으로 불거져 선거무효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 또한 배제할 수 없어 향후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19일 이전에 원 전 원장과 김 전 서울경찰청장을 기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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