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극복,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대회 휩쓸어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단 하루도 도전이 아닌 날이 없다. 곳곳에 장애물이 있고 벽을 만난다. 그럴수록 가슴은 더 뛰어야하고 그 가슴은 사명감으로 뛰는 가슴이면 더할 나위 없다.
가슴이 뛴다는 것은 피가 살아있다는 것이고 피가 살아있으면 꿈도 살아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들보다 더 힘차게 뛰는 가슴과 더 뜨거운 피를 가진 정금종 역도 선수를 만났다.
본지가 연속 기획 중인 장애인 스포츠 영웅들에 대한 소개가 시작된 후 문득 문득 떠오른 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은 과연 어디에서 차이가 나느냐인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더 훌륭한 삶을 유지하고 모든 이들에게 감격과 꿈을 흩뿌리는 것은 그들만의 치열한 투쟁이 있기에 가능할 것일진대 비장애인들의 무의미한 삶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 세살 때 걸린 소아마비를 받아들이긴 너무 힘들었던 시절
정금종 선수는 아버지 어머니가 없이 자란 고아 출신이다. 소아마비를 지닌 그의 어린 시절은 당연히 방황과 고통의 연속의 나날들이었다. 부모가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성한 두 다리로 걷고 뛰는 사람들이 한 없이 부러웠다.
“그야말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앞날이 그저 막막할 뿐이었죠”라면서 조심스럽게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부모님도 안계시고 소아마비까지 앓고 있었으니 어떤 사람들은 많이들 그럽니다. 불량스럽게 지내지는 않았냐구요. 하지만 묘하게도 제가 있었던 그곳에서 저는 매일같이 보고 느낀 것들이 있었습니다. ‘함부로 살지는 말아야지’라고 말입니다. 매일 제 주변에서는 고아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불행한 삶이 아무렇게 너저분하게 깔려있는 것 같더군요. 저는 매일 다짐했습니다. 저렇게 살지는 않겠다고 말입니다”라면서 당시의 굳은 결심을 다시 한 번 떠올리는 그에게서 불꽃튀었을 하루하루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운동이었죠. 사실 다른 장애인들도 비슷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장애의 극복이란 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자신과의 끝없는 투쟁이죠.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운동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종목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동은 저에게 모든 것을 안겨주었습니다. 소아마비라는 장애로 인해 타인들 앞에 얼굴도 들이밀지 못했던 제가 그렇게 당당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변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라며 운동을 시작한 계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 “역도만한 운동도 없죠”
대단한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역도를 택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의 답은 매우 간단했다.
“소아마비라 하체를 자유스럽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자연스럽게 상체가 발달할 수 밖에 없죠. 어느 날 학교 선생님께서 저보고 그러시더라구요. ‘넌 몸이 좋으니까, 역도해라’라고 말입니다. 웃기긴 해도 그 때 저는 그 말이 묘하게 매력적을 다가왔고 20여년간 쉬지 않고 달려 왔던 역도인생의 시발인 셈이죠”라면서 웃음을 짓기도 했다.
비장애인들도 하기 힘든 많은 일들을 장애인이 해내는 것을 우리는 많이 접한다. 정금종도 그랬다. 1984년 8월 제 7회 장애인 올림픽 역도 3위에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그는 수많은 대회에서 비장애인보다 더 훌륭한 기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올림픽을 비롯 각종 선수권대회에서 1위를 휩쓸어버리면서 기염을 토해냈던 그는 “이 역도라는 운동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그야말로 대단합니다. 사실 선수로서 입상을 하든 안하든, 생활체육으로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역도를 권하고 싶군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근육을 키우는 것은 당연하고 체중감량에도 무척 효과적이죠”라며 생활체육으로 역도가 손색이 없다는 것을 설명했다.
■ 이제는 우리가 준비해야 할 때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장애인들도 인식을 바꾸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도움을 받을 마음의 준비,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죠. 무조건 장애를 비관만 하지 마길 간절히 바랍니다. 주위를 둘러 보십시오. 눈으로 보이는 장애인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몸이 병들게 되는 것처럼 장애란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인생의 기나긴 여정은 어차피 기나긴 살아나가야 기나긴 여정이고 고통의 연속이죠.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삶을 설계하십시오”라는 그는 비장애인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기 시작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어색하게 느끼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저라도 그럴테니까요. 일단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무엇을 해 나간다는 것조차가 더디고 힘겨워 보일테죠. 하지만 그것은 장애인들을 많이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색한 것입니다. 일단 많이 접하다 보면 비장애인들도 자신들과 장애인들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라며 비장애인들이 지닌 왜곡된 시각도 지적했다.
■ 뭐니 뭐니해도 시설과 지원이 가장 시급한 문제들
그에게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삶에 묻자 서슴없이 힘들지만 차츰 나아져 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며 “일단 다른 것들은 차치하고서 장애인 체육이라는 측면에서 제일 시급한 문제는 시설과 지원입니다.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도 많은 것들이 개선될 수 있겠죠. 예전에 그 턱 높았던 버스를 힘겹게 타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물론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말입니다. 이렇듯 조금만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 준다면 서로가 편하게 됩니다”라며 아직까지도 시설과 지원에 있어서 많이 모자라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 사랑하는 아내와 내 두 딸
고아로서 자란 그에게 가족이란 것은 남다른 의미이다.
시각장애인 시설에서 봉사를 하던 아내를 만난 그는 오랜 시간동안 그녀와 같은 일을 하면서 그녀를 알 수 있었다. 그곳 대식들을 위해 손수 밥을 지어 나누어주던 모습, 헌신적인 봉사활동 등은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 것이었고 그런 아내도 남편의 여러 가지 듬직한 모습에 이끌렸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고 지금은 사랑스런 두 딸도 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저에게 가족은 정말 남다릅니다. 아내는 저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곤 합니다. 존경하죠. 두 딸도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대회 때문에 자주 보지도 못하는 아버지이지만 두 딸들은 아버지를 곧잘 따르고 자랑스러워 합니다. 가족은 그야말로 저의 보물이죠”라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인생의 비바람 속에서 성공은 우리가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것을 말한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우리는 가혹한 역경 속에서 오히려 삶의 진정한 지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세계는 삶을 거르는 용광로요, 공장으로 볼 수도 있다.
인간세계는 없는 것이 없다.
모든 것들이 다 우리를 가르치는 재료이자 기회인 것이다. 성현의 말씀만이 나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겪는 것, 전 일체가 나를 가르친다. 다시 말하자면 어려움과 역경, 즉 고(苦)는 우리를 담금질 하는 것들 중 하나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금종 그에게 있어서 소아마비는 그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던 재료, 즉 고(苦)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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