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부처의 직무유기도 한 몫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국유지 관리실태가 드러났다.
이로 인해 희대의 국유지 가로채기범이 출옥 뒤 또다시 국가를 상대로 6백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로 확인됐다. 재경부 등 관련부처의 부당업무처리도 공개됐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 = 감사원은 30일 서류를 위조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달하는 국유지 4천7백65만평을 불법 취득, 친인척 명의로 등기 이전하거나 제3자에게 전매한 전직 세무공무원 이모씨(75)를 검찰에 수사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씨를 도운 재정경제부 소속 하모씨(서기관) 등 전·현직 공무원 5명과 이씨에게 명의를 빌려주거나 사기에 동참한 친인척 21명도 무더기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이씨는 70년대 국유지 3천5백79만평을 불법취득한 사실이 지난 94년 드러나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99년 12월까지 복역한 뒤 출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취득 무효 판결을 내리고 정부가 환수토록 했다. 하지만 이씨는 출소후 해당 국유지에 대한 허위 부동산매도증서를 이용, 정부에 특례 매각을 요구하는 식으로 추가 범행을 했다. 특례매각이란 불법 취득된 국유재산인지 모르고 땅을 구입한 선의의 피해자에게 감정가의 20~70%에 판매하는 제도다.
이씨측은 97만여평의 국유지를 특례매각 받아 1백76억1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이씨가 80~85년 광주지방국세청에 근무하면서 1천1백86만평의 국유지를 추가로 불법취득한 사실을 밝혀냈다.
◇관련부처의 직무유기·방조 = 박모 전 광주지방국세청 주사는 불법취득 국유지에 대한 부동산처분금지 또는 시효중단 조치를 하지 않아 이씨가 국유지 1백41만여평을 불법취득토록 도왔다.
산림청 영암국유림관리사무소 박모 주사는 이씨측으로부터 5백만원을 받고 위조된 매도증서를 근거로 감정가 1억7천여만원짜리 국유지 17만여평을 3천5백89만여원에 특례매각했다. 무안군의 이모 주사와 김모 주사보 등도 허위 매도증서를 토대로 이씨측에 2억4천만원의 국고환수보상금을 지급했다.
이씨 등이 헐값에 매입하거나 환수보상받은 국유지는 총 3백57만평, 6백24억원 상당으로 이중 1백41만평(3백22억원 상당)은 시효소멸로 회수가 불가능하다. 이는 공시지가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실제 이득은 1천억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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