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vs 반박, 당 혁신안‘헛바퀴’
친박 vs 반박, 당 혁신안‘헛바퀴’
  • 김부삼
  • 승인 2005.08.31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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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만 오간 한나라당 연찬회 시끌벅적
한나라당이 1박2일간 의원 연찬회를 열어 당 혁신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또다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신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난장판이 연출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한나라당이 다시 시끄러워질 조짐이다. 오히려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는 이른바 ‘친박(親朴)’세력과 박대표에 비판적인‘반박(反朴)’측간 갈등의 골만 깊어진 분위기다. 양측은 향후 혁신안 관철 여부를 두고 치열한 싸움을 전개할 태세다. 당 지도부와 영남권 의원이 중심인‘친박’측은 혁신안을 박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반박’측은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이 참에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혁신안을 9월초까지 수정·보완키로 ‘결론 아닌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만 의원들의 의견 수렴 방식부터 입장이 다르다. 박대표와 김무성 사무총장 등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자는 쪽이다. 혁신안에 부정적인 의원이 더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비주류인 반박측은 박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박대표가 지난 2월 연찬회 때 궁지에 몰리니까 혁신하자고 하더니 이제 자리가 잡히니까 적당히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 9시에 시작돼 오후 2시까지 계속된 혁신안 토론은 전날의 재판(再版)이었다. 30명이 넘게 마이크를 잡았다.“내년 지방선거전까지 혁신안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심재철 의원)는 주장과 “대표를 퇴임시키는게 당이 변하는 것이냐”(한선교 의원)는 반론이 거듭됐다. 이에 친박 진영의 주성영 의원이 “혁신안은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암수가 담긴 사기”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맞섰고, 당장 “어디다 대고 사기라고 하느냐”, “내려와라”, “저런 측근이 있어서 당이 안 된다”는 반박측의 고성이 쏟아졌다. 의원들간 삿대질과 막말도 오갔다. ◆혁신안, 논란 속에 당론 확정 유보 사태 수습에 나선 강재섭 원내대표가 “당권 대권 분리 등 혁신안 내용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현 지도부의 임기는 보장해 주자는 게 연찬회의 대체적인 결론인 것 같다”며 “이 정도 결론을 내리고 박수치고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반박측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총 토론자 50여명 중 조기 전대에 대한 찬반은 거의 절반으로 나눠져 있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박수로 화답했지만, 조기전대 필요성을 역설해 온 소장파 의원들이 반발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20∼30명의 의원들이 "조기전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라며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이자 순간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박근혜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 대표는 우선 "전당대회 절차에 따라 선출된 대표는 권한도 권한이지만 책임이 더 크다"며 "물러나야 할 일이 있다면 물러나겠지만 별일이 없는데도 그저 그만두는 것 또한 문제라고 본다"며 조기퇴진을 담고 있는 혁신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박 대표는 "나더러 결단하라지만 대표직은 마음대로 던지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며 "의원들이 결론을 내주면 그대로 따르겠으니 이 자리에서 '설문조사'를 통하더라도 의원들의 의견을 명확히 모아달라"고 요구했다. ◆연정은 무대응이 상책? 연정과 관련, 폭넓은 의견이 제시됐다.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 모임 ‘새정치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은“개헌을 통하지 않고서는 정치 시스템을 선진화할 수 없다”며 개헌 공론화를 제안했다. 남경필 의원도 “개헌논의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대표 심재철 의원은 “국력이 소진될 수 있다”며 개헌 논의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이방호 의원은 “연정 제안엔 노 대통령 특유의 전략가다운 함정이 있는 것”이라며 “결단코 무관심 무대응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근 의원도“우리와 연합하자고 해서 행여 대통령 하기 싫으면 내려오라고 하면 노 대통령 고도의 철학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뭘 주장하든 여론이 비판하도록 놔두고 우리는 우리 갈 길 가는 게 적절한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김명주 의원은 "정치가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경제가 중요하다고 논만 매고 있으면 소용돌이 피해갈 수 있느냐"며 '민생 우선' 방침의 취약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용갑 의원도 "열린우리당 의원 대부분도 대통령 혼자 하는 연정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왜 거기에 맞장구를 쳐야 하냐"며 "노 대통령이 다시는 연정 얘기 못하게 '연정에는 무시전략을 채택한다'고 만장일치로 뜻을 모으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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