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회장 이중근)의 제주도 특혜의혹이 재점화됐다. 제주도의회 박희수 의장에 의해서다. 말만 들으면 제주도 내 부영의 행보는 석연치 않은 듯 했다. 이를 계기로 부영이 제주도에서 받고 있는 특혜의혹을 짚어보고자 기획했다. 여기에 부영의 내부거래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도 특혜의혹에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사뭇 거침없어(?) 보이는 부영의 행태를 들여다봤다.
박희수 의장 “제주도-부영 관계, 도민사회서 논란”
부영, 투자진흥지구 지정으로 조세감면 1537억원
‘카사 델 아구아’ 강제철거, 제주도-부영은 한 마음?
‘내부거래 증가율 1위’, ‘내부거래율 100%’ 불명예
제주도의회 박희수 의장이 최근 임시회에서 한 발언이 관심을 모았다. 제주도정과 부영그룹에 수위 높은 비난세례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부영에 관대한 제주도정을 꼬집으며 “특혜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실규명”을 주문했다. 그의 말만 들으면 제주도정과 부영의 관계는 심상찮은 듯 보였다.
“특혜의혹 진실규명”
박 의장은 이날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와 부영의 관계에 대해 도민사회에서 논란이 많다”며 “부영의 앵커호텔 매입에서부터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강제철거 배경 및 이전·복원 대책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3월 ‘카사 델 아구아’ 강제철거로 재 점화된 부영의 특혜의혹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박 의장은 부영이 호텔설계를 멋대로 변경해 시공한 것도 지적했다. 그는 “부영이 건축심의도 받지 않고 부영호텔(옛 앵커호텔)의 외장재료를 변경했지만 아직까지 제주도당국의 행정처분이 없다. 관련 공무원은 이를 경미한 건으로 보고 건축심의에 상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며 “도민들은 방 2개짜리 집 지붕재료나 색채를 변경하려해도 건축심의를 받는데 방 600개짜리 호텔을 봐준다면 어떤 도민이 납득하겠느냐”고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이어 박 의장은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발언을 전하며 추가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장은 “우 지사가 고교 동문회 행사에서 ‘부영이 서귀포시 소재 모 고교에 기숙사를 지어주기로 했다. 선물을 드린다’는 말을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의혹이 쌓여있는 시점에서의 선행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앞선다”고 밝혔다. 제주도정과 부영 간 불거진 유착의혹을 꼬집는 발언들이었다.
앵커호텔 매입부터
줄곧 의혹투성이?
부영에 불거진 특혜의혹은 부영이 앵커호텔 부지를 매입했을 때부터 제기됐다. 2011년 부영은 시공사였던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으로 공사가 중단된 앵커호텔을 인수해 호텔부영으로 명칭을 변경한 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가 부영에 앵커호텔 부지를 헐값에 팔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부지 매각대금이 5년 전(192억원)보다 19억원 적은 173억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도의 계약서 비공개 방침은 부영에 대한 특혜의혹을 확대 재생산했다. 당시 “말 못할 사정이 있어 계약서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쏟아진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부영이 추진 중인 사업이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데 대해서도 지역여론은 냉담하다. 막대한 조세감면 혜택 때문이다. 2월 제주도는 부영이 신청한 투자진흥지구 지정 3건(부영호텔·부영랜드·부영청소년수련원)을 가결했다. 부영은 중문관광단지에 1조267억원을 투자해 해당사업들을 진행할 계획이다.
부영은 지난해 말에도 부영리조트와 호텔부영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받았다. 이 2건도 부영이 중문관광단지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다. 5건의 사업이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서 부영이 누릴 조세감면 혜택규모는 총 1537억원(부영호텔 1211억원·부영랜드 152억원·부영청소년수련원 25억원·호텔부영 128억원·부영리조트 21억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진흥지구는 제주도가 5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사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지정하는 제도다.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 △취득세·등록세·개발부담금 전액 면제 △재산세 10년간 면제 △법인세·소득세 3년간 면제 후 2년간 50% 감면 △대체산림조성비·농지보전부담금 50% 감면 등 혜택이 주어진다.
부영의 경우 중문관광단지에서 추진 중인 개발사업 5건의 부지면적은 전체면적(356만2000㎡)의 15.02%에 달한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땅을 헐값에 강제 수용했던 중문단지가 ‘부영관광단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제주도 내 부영의 진척률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들어 부동산 투기의혹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부영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와 호텔부영을 잇는 지하상가 조성과 관련해서도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거대 암반으로 인한 공사비 문제로 부영이 난색을 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하상가 조성은 2003년 한국관광공사와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맺은 합의서에 근거를 둔 사항으로, 변경고시에도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사 델 아구아’ 강제철거
‘카사 델 아구아’ 강제철거 후폭풍도 부영을 괴롭히는 문제다. 카사 델 아구아는 세계적 건축가인 故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으로 앵커호텔의 모델하우스로 지어졌다. 아시아에 있는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내부가 공개돼 건축계에서는 부여하는 가치가 상당했다.
카사 델 아구아 논란은 부영이 앵커호텔 부지를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부영이 카사 델 아구아를 제외한 채 부지만 인수했기 때문이다. 토지주와 건물주가 달라지면서 카사 델 아구아 존치여부에 대한 견해가 갈렸다.
토지주인 부영은 조망권 침해를 들며 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를 주장했고, 철거반대를 주창하는 이들은 건축·예술학적 가치를 강조하며 존치를 주장했다. 제주도는 “카사 델 아구아를 그대로 둘 경우 앞으로 변칙·편법적 건축물에 대한 단속이 어려워진다”며 부영에 힘을 실어줬다.
카사 델 아구아 철거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방문객들의 철거반대 서명이 이어지는 등 사회적 이목이 쏠렸다. 이선화 새누리당 의원도 “부영은 그동안 제주에 와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얻을 것을 다 얻어냈다”며 “부영이 카사 델 아구아 철거에 방조 또는 앞장선다면…제주에서 부영 퇴출이라는 시민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어졌지만 부영과 제주도의 강경한 태도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3월 카사 델 아구아는 방침대로 강제 철거됐다. 제주도는 설계도 원본을 토대로 다른 곳에 원형 그대로 건물을 복원,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박 의장에 따르면 이는 지지부진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거래비중 심각?
한편, 부영의 내부거래비중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와 관심을 배가시킨다.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오너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율이 30% 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부영그룹 계열사 4곳이 높은 내부거래율을 보인 회사로 꼽혔다.
먼저 신록개발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아들 성훈씨가 최대주주(지분율 65.0%)인 회사로 내부거래율은 100%에 달한다. 내부거래액은 2011년 26억8000만원에서 2012년 99억4400만원으로 급증했다. 1년 새 신록개발의 내부거래 증가율은 271%로 조사기업 중 1위였다.
부영CNI는 이 회장이 35%, 부인 나길순씨가 35%, 아들 성훈씨가 30%로 사실상 오너일가 개인회사다. 내부거래율은 100%로 내부거래액은 1년 새 14억4400만원에서 22억600만원으로 늘어났다. 증가율은 53%다.
광영토건은 이 회장의 동서인 이영권씨가 지분율 24.58%로 최대주주고, 이 회장 3.50%, 아들 성훈씨 8.33% 등 오너일가 지분이 44.4%인 회사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50% 줄었으나 내부거래율은 약 40% 증가했다. 내부거래액은 2011년 252억2700만원, 2012년 353억4600만원이었다.
마지막으로 부영그룹의 지주회사인 부영이 이름을 올렸다. 부영은 이 회장 74.18%, 성훈씨 2.18%로 오너일가 지분율은 76.36%다. 내부거래액은 2011년 24억4800만원에서 2012년 26억300만원으로 6% 늘었다.
문제는 위 계열사가 오너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율이 모두 높다는 데 있다. 부영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이유다. 일명 ‘일감몰아주기’는 배당금, 주가가치 상승 등 오너일가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는 데서 ‘재계의 돈 불리기’라는 지적을 수반한다.
최근 기업들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경제민주화에 발맞춰 내부거래 규모를 축소하는 분위기다. 부영은 이런 상황에서 ‘내부거래 증가율 1위’, ‘내부거래율 100%’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 제주도정과의 유착관계 의혹까지 맞물리면서, 오명에 오명을 뒤집어쓴 부영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