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울지 않으려거든 “연애도 배워야 한다.”
가을이면 주변 가까운 곳에서부터 부쩍 외롭다며 앓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남자의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그 휑한 외로움이 어떻게 남자들만의 것이겠는가. 연애를 하고 싶어도 연애의 방법을 몰라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겠지만, 또 누구나가 하는만큼 어렵기도 한 사랑의 모습들을 여기 상큼한 연극 ‘70분간의 연애’에서 만나보자.
혜화동 지킴이들인 극작가 ‘차근호’씨와 연출가 ‘손정우’씨가 만나 뼈를 만들고, 수상한 남자 ‘하성광’씨와 도발적인 그 여자 ‘서은경’씨가 배우로 출연하며 살을 덧 붙여 만든 연극 ‘70분의 연애’는 전체 3막으로 이루어져있다. 연극은 제 1막에서 ‘점’, 2막에서는 ‘선’, 3막에서는 ‘공간’이라는 테마를 바탕으로 연애의 모든 것을 70분간의 시간 속에 압축해서 보여준다.
어느 순간에 가슴속에서 ‘점점’이 싹트기 시작한 사랑일지도 모르는 설레는 감정은 이어지고 이어져서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둘 만의 끈끈한 ‘선’을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무수히 이어진 또 다른 ‘선’들은 철사처럼 단단히 굳어져서 아픔인지도 모른 채 서로를 찌르며 상처의 ‘공간’을 넓혀간다. 4막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공간’의 테마는 ‘시간’을 담고 있지 못하기에 다시금 처음보다 더 큰 ‘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막이 내리고 난 후 관객들은 어딘가에 존재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제 4막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작가의 의도를 나름대로 엿볼 수 있다. 객관적일 수 없는 사랑에 대해서 작가는 답을 내리기 꺼려했을 것이다. 그것은 관객의 몫인 이유에서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다시 ‘점'이 되어버린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남겨진 제 4막을 통해 관객들은 '점'이 상처와 집착이 될지 또는 새로운 사랑이 될지와 관련하여 타인과 무관한 자신만의 점검표를 만들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너무나 흔해버린 ‘사랑과 연애’라는 소재를 차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사랑’의 범위만큼 삶의 진지함을 우의적으로 표현하기에 적당한 것도 드물다. 작가는 거창한 화두로 하품 나는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쾌한 리듬과 위트를 사용하며 조금씩 조금씩 예리한 송곳의 끄트머리 가까이까지 관객을 인도한다. 그에 더해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극 전개는 또한 매끄럽다 못해 관객 개개인의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착각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지금 연애가 진행형인 커플’들에게도, 혹은 ‘실연의 늪에서 지나간 사랑을 원망’하고만 있거나 ‘연애를 꿈꾸지만, 경험 미숙으로 아직까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모두에게 이 연극은 진정한 사랑과 연애의 의미를 환기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
■공연일시 : 2005년 9월 8일(목) ~ 2005년 10월 3일(월)
■공연시간 : 화, 수, 목, 금 - 오후 8시 / 토, 일 - 오후 3시, 6시 (월요일 공연 없음)
■공연장소 : 대학로 행복한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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