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또 '대통령 하야' 발언... 이한구·이상배의원 이어 3번째
한나라당 일각에서 '대통령 하야'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재야 출신의 이재오 의원이 또 '하야'를 언급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3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대통령직에 충실하지 않으려면 조용히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한구·이상배 의원도 노 대통령 의 연정 발언과 관련, 대통령 하야를 거론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당내 비주류 쪽에 서 있는 이재오 의원의 주장은 내주 초로 예정된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첫 단독대좌를 앞 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당내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의원은 서한에서 노 대통령의 최근 연정 발언의 궁극적 목표가 `내각제 개헌'과 `새로운 판을 짜는 정치적 거사'라고 규정한 뒤 "국민들을 볼모로 잡고 대통령 임기를 담보해 정치적 승부를 던지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당신께선 음모가 없다고 하고, 진정으로 자리를 내놓고 싶다고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면서 "안타깝게도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대통령을 떠나 버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개헌은 어떤 형태로든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뒤 개헌을 하고 싶으면 다음 선거에서 집권당의 공약으로 내걸 것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어 "대통령직에 충실해 달라"고 당부한 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부담스럽고 자신이 없다면 현란한 말로 국민을 어지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물러나면 된다"면서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국가는 유지될 것이고,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틀림없이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재오 의원이 쓴 공개서한 전문.
노무현 대통령, 답답한것은 국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국정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요즘 언론을 보면 대통령께서 하시는 말씀의 진위를 두고 해석이 분분합니다.
저는 오늘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몇 일전, TV를 통해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대화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후 대통령의 말씀에 대해 연일 보도하는 언론의 기사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직하게 이야기하자면, 한편으로는 대통령 말씀의 ‘진정성’에 대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마음을 몰라주는 세간의 인심을 보며 답답해 하시는 그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이해를 차치하고 지극히 객관적으로 대통령을 바라본다면, 지금은 대통령보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오히려 답답하고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1. 물안개를 보신적이 있습니까?
대통령께서는 혹시 일출 직전 수면 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신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산 정상에서 저녁 노을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얼마 전 저는 한강변을 자전거로 달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한강에서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물안개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잔잔하고 조용하게 그리고 하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한강 전체를 덮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름다움과 신비감에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남아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 올 때쯤이었습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붉은 햇살이 한강을 비추자 그 아름답던 물안개가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한강은 원래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언제 물안개가 있었냐는 듯이 무안함을 던져주었습니다.
그 시간에 함께 한강변을 산책했던 사람들, 자전거를 타던 사람, 인라인을 타던 사람들, 앞을 향해 힘차게 달리던 사람들.. 저마다 한강을 즐기는 모습은 달랐지만, 누구나 똑같이 느꼈던 것은 아마 ‘아침해가 뜨면 물안개가 사라졌다’는 것일 겁니다.
또 한번은 지리산 성삼재에서 새벽 3시에 출발 해 저녁노을이 질 무렵 장터목산장에 도착했습니다. 무심코 바라본 서쪽하늘은 미치도록 아름답고 황홀하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 장관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 할 정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늘의 절반이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시시각각 다양하게 색을 물들이고, 지는 해와 맞닿은 구름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때 보았던 노을의 아름다움은 세상사를 잊어 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 저녁 어느덧 노을이 검은 하늘로 바뀌면서 지리산은 어둠에 묻혔습니다. 세상은 온통 어둠의 천지가 되었습니다.
2. 권력이란 모든 사람이 감동할 때 아름다운 것입니다.
제가 왜 지극히 상식적이고 감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줄 아시겠습니까?
권력이란 많은 사람들이 감동할 때 아름다운 것임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부담스러워 할 때, 그 권력은 순식간에 짐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물안개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해가 뜨면 사라지고, 저녁 노을이 아무리 휘황찬란해도 해가지면 사라지는 것입니다.
권력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고, 어려워하고, 짐으로 생각하게 되면 그 권력은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노 대통령께서도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실현시키는데 필요했던 권력이 오히려 장애가 되고 부담이 되고 짐이 되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 권력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것이 아무리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것일지라도, 국민들이 대통령의 진정성(眞正性)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대통령 스스로 고백했듯이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을 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것은 내각제 개헌이고, 이를 통해 임기를 걸고 새로운 판을 짜는 정치적 거사를 치루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까?
노무현 대통령께 진심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대통령이 하자는 대로 개헌을 하고 정치구도를 바꾸고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 이 시기에 선택할 가장 급한 일입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매사에 정치적 중심에 서려고 하고, 되든 안 되든 ‘노무현이 했다’, ‘노무현만이 할 수 있다’ 라고 하는 소릴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닙니까?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욕을 하든 칭찬을 하든 그것과는 상관 없이 오직 정치 중심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세우고자 하는 것으로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통령이 무엇을 이루기에는 국민들의 마음은 많이 떠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시기를 놓쳤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이 떠나버렸는데 대통령이 무엇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3. 국민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당신의 소명입니다.
당신의 말처럼 국민의 신하답게 국민의 아래에서 세상을 보십시요.
국민 위에 서서 세상을 내려다보지 마시고 국민의 밑에서 국민을 쳐다 보십시요.
지금의 세상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경제문제, 실업자문제, 북핵문제, 서민의 생활안정 문제,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시대적 소명입니다.
더 이상 정치적 놀음의 중심에서 주연, 조연, 단역, 연출, 제작, 기획까지 혼자서 하려고 하지 마십시요. 피곤한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입니다.
임기 동안 무엇을 이루려고 집착하거나 과도하게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당신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구시대를 마감하는 일에 올인(all-in)을 하신다면 미래의 정치판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주역들에게 맡기십시요.
당신께서는 스스로 말했듯이 당신은 구시대의 막내가 되어야 합니다.
당신은 양 김(金)하에서 정치를 했고, 양 김(金)의 어깨 너머로 정치를 보았고, 그리고 긴 군사독재 하에서 나도 모르게 독재시대의 정치문화가 몸에 배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군사독재에 저항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독재정치 한끝에 당신이 서 있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구시대 정치막내로서 구시대 정치를 정리하는 것은 옳은 일입니다. 그 방법은 구시대보다 정치를 잘하는 것에 있는 것입니다. 정치를 잘하고 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이 좋은 문화적 환경에 살 수 있도록 그 깊이를 마련하는 것이 당신께서 하실 일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을 볼모로 잡고 대통령 임기를 담보해 정치적 승부를 던지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당신께서는 새로운 시대를 걱정해서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시대에 맡기면 됩니다.
최근 당신께서 하신 일련의 말들을 종합하면, 결국은 당신과 당신의 집권당이 정권을 다시 창출 해야겠다는 것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당신께서는 음모가 없다고 하고 진정으로 자리를 내놓고 싶다고 하지만은 그것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없습니다. 그것이 당신이 자초한 불행입니다.
4. 역사의 평가에 초조하거나 불안해 하지마십시요.
당신은 언젠가 물안개처럼 저녁노을처럼 권력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당신께서 하신 모든 일들도 그 역사적 평가는 해가 뜨고 밤이 오고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평가가 되어지는 것입니다. 역사의 평가에 초조하거나 불안해 하지마십시요.
대통령은 대통령의 길만을 걸어 가십시요. 평가는 후세에 맡겨 주십시요
대통령 자리를 걸고 정치적 승부를 하려고 하지 마십시요. 더 이상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짐이 되어 버리기 전에 대통령이 “진짜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다”는 것을 수사나 주석 없이 그대로 말씀 하십시요.
개헌은 어떤 형태로든 당신의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없을 것입니다.
개헌을 하고 싶어도 다음 선거에 당신의 집권당을 통해 공약으로 내거십시요. 그러나 지금은 주어진 대통령직에 충실할 때입니다.
대통령은 승부사가 아닙니다. 묵묵히 일하는 농사꾼이 되어야 합니다.
후세에 사람들이 ‘나라를 일군 훌륭한 농사꾼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말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아직도 2년 반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부담스럽고 자신이 없으시다면 현란한 말로 국민을 어지럽게 하지말고 조용히 물러나시면 됩니다.
이 나라에는 헌법이 있습니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국가는 유지 될 것이고,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틀림 없이 발전 할 것입니다. 역사는 항상 변화 발전 해 왔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니라 어두웠던 시절 같은 공기를 호흡했던 한 사람으로서 긴 말씀 드렸습니다. 깊은 이해 있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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