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해외시장에 웃다 ‘운다’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해외시장에 웃다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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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 해외시장, 들여다보니 ‘헉’

포스코건설(부회장 정동화)의 1분기 성적이 공개됐다. 해외시장 곳곳에서 지속된 적자가 눈에 띄었다. 특히 SANTOS(산토스)CMI 페루법인의 적자규모가 여전히 컸다. 그러자 정동화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재평가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해외시장 성과가 정 부회장을 승진시키는 ‘일등공신’으로 간주돼왔기 때문이다.

“올해 해외시장에서 전체 수주목표 59% 달성 하겠다”
아부다비 프로젝트, 공사기간 지연으로 비용부담 증가
“산토스CMI, 시너지 효과는 언제?” 1분기 또다시 적자
해외시장 도처서 잡음, “정동화 부회장 입지 줄어들까?”

 
“체격을 키우는 외형성장보다 체질과 체력을 강화하는 내실성장에 주력하겠다.” 포스코건설 정동화 부회장이 올초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정 부회장은 이를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 건설업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며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 어느 곳에서든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일등상품을 육성해 글로벌 사업수행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시장 강조

정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건설사 도약’에 대한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이는 “궁극적으로 회사의 모든 주력상품이 글로벌 일등상품으로…”, “대형 해외PJT 수주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부각되는 PF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Top 건설사로 성장하는 과정은…” 등 발언을 통해 나타났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은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포스코건설이 거둔 성과를 나열, 만족감을 비췄다. “베트남 포모사 원료처리 설비를 수주하면서 플랜트 부문의 대외경쟁력을 입증했고, 남미 등 해외에서의 성공에 이어…카자흐스탄 신도시개발 PJT를 수주하는 등 내실있는 성과를 거둔 한 해였다”는 것이다. 신년사 곳곳에서 정 부회장의 해외시장 사랑(?)이 느껴졌다.

포스코건설은 올해도 해외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이 예고했듯 기진출국인 동남아와 중남미 지역에서의 사업기반을 다지고, 유럽과 아프리카의 문도 두드릴 예정이라고 한다. 글로벌 수준의 EPC(설계·구매·시공)사업역량 확보, 경쟁력 있는 공급사 확보를 통한 구매역량 강화 등 노력도 이어진다.

포스코건설의 올해 수주목표는 총 12조원. 이중 해외시장에서만 7조1000억원(전체 59%)을 달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는 전체 수주실적 11조원 중 4조1000억원(37%)을 해외시장서 올렸다. 그만큼 올해 포스코건설이 해외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물 사업 ‘난항’

그러나 최근 포스코건설 해외사업장 곳곳에서 비보가 날아왔다. 포스코건설이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수익성 강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이때, 찬물을 끼얹을만한 소식이었다.

먼저 물 사업과 관련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주한 ‘아부다비담수 저장공급 프로젝트(이하 아부다비 프로젝트)’의 공사기간 연장으로 비용부담을 겪고 있다. 아부다비 프로젝트는 미르파(Mirfa) 담수 배관망에서 잉여담수를 받아 지하에 저장, 식수로 사용토록 하는 사업이다.

포스코건설은 2010년 현지건설사인 ACC와 해당 프로젝트를 공동 수주했다. 프로젝트에서 포스코건설은 담수저장소 3개소와 펌프장 4개소, 송전선로와 배관망 161km를 신설하는 작업을 맡았는데, 수주분은 1억9750만달러(한화 약 2355억원)였다. “향후 중동지역 물 사업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포스코건설의 기대가 상당한 사업이었다.

그랬던 프로젝트가 ‘공사기간 지연’이란 악재를 만난 것이다. 공사기간이 연장된 이유는 ‘설계변경 미승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처인 UAE 수전력청인 ADEWA(아드위아)로부터 유량변경에 따른 설계변경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추가비용 및 공사기간을 두고 ADEWA와 ACC간 이견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올해 2월 완공을 목표로 했던 해당 프로젝트는 6월 현재 공정률이 70%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공사기간이 연장될수록 현장관리비 등 고정비용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 즉 포스코건설이 감당해야 할 비용부담도 점차 커진다는 얘기다.

포스코건설은 이와 관련,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인 만큼 고정비용 증가 및 회사비용 부담에 대해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공사기간이 늘어날수록 고정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사실인 만큼 포스코건설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산토스CMI, 이번에도 적자

올해 1분기 포스코건설의 해외시장 성적표도 좋지 않았다. 특히 산토스CMI 페루법인의 적자규모가 막대했다. 90억6100만원으로 포스코건설 자회사 중 순손실이 가장 컸다. 페루법인 외에도 산토스CMI 현지법인 대부분은 적자였다. 실적이 공개된 산토스CMI 현지법인 9곳 중 7곳이 올해 1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산토스CMI는 포스코건설이 2011년 인수한 에콰도르의 플랜트 시공업체다. 1994년 설립한 이래 중남미 18개국에서 13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회사로, 2010년 매출만 1920억원에 달했다. 포스코건설은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남미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 800억원을 투자해 산토스CMI를 인수한 것이었다.

정 부회장은 당시 “포스코건설의 EPC분야 기술력 및 전문성에 산토스CMI의 탄탄한 사업망을 결합해 중남미 시장에서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펼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수 2년이 지났지만 포스코건설과 산토스CMI의 시너지 효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공시에 따르면, 산토스CMI 종속회사는 올해 1분기 42억69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순손실 380억원)에 이어 올해도 적자였다. 특히 산토스CMI 페루법인은 지난해에도 순손실이 263억9100만원일 정도로 심각했다.

포스코건설은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사업손실이 대부분”이라며 “이에 상응하는 금액의 클레임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손실규모가 적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산토스CMI의 적자가 계속되는 점을 들어, 포스코건설과 산토스CMI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는 시각은 여전한 상태다.

▲ 정동화 부회장 ⓒ뉴시스

해외시장 위기올까?

산토스CMI 외에도 포스코건설이 올해 1분기 실적부진을 겪은 해외시장은 많았다. 실적이 공개된 포스코건설 해외법인 34곳 중 19곳이 분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부동산 임대 및 매매업을 하는 북경포스코센터(중국)가 9억3200만원 △엔지니어링업을 하는 EPC Engineering & Services(코스타리카)가 6억5300만원 △부동산 개발업을 하는 포항연건원개발유한공사(중국)가 4억7700만원 △엔지니어링 및 건설업을 하는 SANTOS CMI Contruction Trading(영국)이 4억7600만원 순이었다.

적자규모가 막대한 편은 아니나 포스코건설이 중남미부터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해외시장에서 실적부진을 겪었다는 데서 시사하는 바가 큰 듯 보인다. 더욱이 지난해 순이익을 기록한 해외법인 7곳이 순손실로 전환되기도 했다. 순손실→순이익인 곳(5개)보다 더 많은 개수였다. “정황 상 포스코건설도 해외시장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풀이가 나왔다.

외부환경도 여의치 않다. 벤 버냉키 美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및 출구전략 가능성에 대해 발표한 탓이다. 이후 증시폭락과 달러강세 등 전 세계는 ‘버냉키 쇼크’에 휩싸인 상태다.

건설업계도 이로 인한 치명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부정적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투자 모멘텀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양적완화 축소가 양적완화 때보다 투자가 줄어들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으는 중이다. 즉 올해 해외시장 전망도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정 부회장에게 이 같은 상황은 더더욱 곤욕일 듯 보인다. 해외시장 성공으로 인한 최대 경영실적 달성이 정 부회장을 승진시키는 일등공신으로 간주돼왔기 때문이다. 날개를 달아준 해외시장 곳곳에서 잡음이 나자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재평가하는 시각도 나온다.

여기에 대외적인 영향으로 올해 해외시장 수주에도 큰 타격이 있을거라 관측됐다. 포스코건설 내 정 부회장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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