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또 관리 소홀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나라당 고경화의원은 대한적십자사가 에이즈에 감염된 남성의 혈액을 교통사고가 난 20대 여성에게 수혈한 사실이 있으면서도 이를 은폐한 의혹이 있다고 밝혀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04년 12월 인천의 한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한 김모 씨(22, 대학생)의 혈액이 보름 뒤인 12월 15일 교통사고로 부천의 S병원에 실려 온 허모 씨(26)에게 수혈이 되었다. 수혈을 받은 허씨는 다음 날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사망을 하였지만,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수혈 받았던 사실은 지금까지도 가족들조차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적십자사는 사회적 비난을 피할 여지가 없음에 사고 경위를 은폐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헌혈을 한 김씨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있던 대한적십자사는 같은 해 4월 다시 헌혈을 한 김씨의 혈액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김씨의 과거 헌혈 경력을 추적하면서 밝혀졌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에 서류 보고를 올리지 않았으며,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서류 보고는 하지 않고 구두로써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이에 고경화 의원은 대한적십자사와 보건복지부가 오염된 혈액이 허씨에게 수혈된 사실을 알고도 은폐하려 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또한 김씨와 또 다른 에이즈 감염자 강모(25, 남)씨의 혈액이 알부민 주사제의 원료로도 유통된 사실을 파악했다. 알부민 주사제는 암이나 간경화 수술 환자 등에게 단백질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 쓰이는 대표적인 혈액제인데, 적십자사는 김씨와, 강씨의 혈액 중 혈장 성분을 따로 분류해 혈액 제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에이즈 오염 혈액을 원료로 만들어진 김씨의 혈액으로 만들어진 알부민 주사제가 시중에 3798병이 유통 판매되었다. 또한 강씨의 혈액으로 만들어진 주사제는 알부민 주사제(5560병), 면역글로블린 주사제(1만2021병), 혈액 항응고제, 혈액 응고제(1468병) 등의 총 2만 6800여병이 만들어졌으며 이 중 2만 2847병이 시중에 유통, 판매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N사는 알부민 주사제에 에이즈 감염된 혈액이 원료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도 아직 출하 전이었던 알부민 주사제를 시중에 유통,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N사에 법적인 처벌을 물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는 식약청에서 오염된 것으로 우려되는 혈액이 제조 공정 투입 전에 발견될 때는 전량 폐기하지만 오염 혈액이 다량의 깨끗한 혈액에 섞여 제조 공정에 들어갔거나 이미 제조됐을 경우에는 그대로 제조, 유통시키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경화 의원은 이에 대해 적십자사의 부실 혈액 관리 실태가 드러난 만큼 적십자사에 혈액 사업을 분리해 전문 기관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 하는 한편, 혈액에 대한 강도 높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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