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타파'가 27일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9차 명단을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김병진 전 대림산업 회장과 배전갑 전 대림엔지니어링 상무 등이 대림에서 퇴직한 이후 2001년 벤체기업 '컨스트넷'을 운영하면서 2003년 9월30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밝혔다.
또 효성그룹 계열사 '더 클래스 효성'의 2대 주주인 김재훈씨는 2007년 10월8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운 것을 확인했다. 이후 김씨는 효성그룹 계열사인 '더 클래스 효성'의 2대 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배 전 상무 등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UBS AG 싱가포르'를 통해 'CHEMBUILT INTERNATIONAL'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배 전 상무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200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에서 투자 사업을 하면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지만 이후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더 이상 페이퍼 컴퍼니를 활용하지 않았다"며 "탈세 등의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은 "대림산업과 무관한 일"이라며 "김 전 회장은 1999년에 퇴직했고, 페이퍼컴퍼니는 2003년 설립됐는데 퇴직 후 개인적으로 했는지 알 수 없고 파악할 사항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더 클래스 효성의 2대 주주인 김씨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골드만삭스 싱가포르 지점'을 통해 'D-Best Investments Group'이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김씨가 유일한 이사로 있는 디베스트 파트너스라는 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23억원을 납부하고 더 클래스 효성의 지분 31.54%를 취득했다. 현재 더 클래스 효성은 ㈜효성이 58.02%, ㈜디베스트 파트너스가 31.54%, 조현준, 조현문, 조현상이 각각 3.4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뉴스타파 측은 전했다.
김씨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후 두 달 뒤인 2007년 12월27일 더 클래스 효성에 유상증자를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34.15%를 취득해 2대 주주가 된다. 이 투자 자금은 23억원 가량이었는데 김씨가 유일한 이사로 있는 디베스트 파트너스라는 국내 법인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뉴스타파 측은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이 과정에서 김씨가 일반투자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분참여를 했다는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디베스트 파트너스는 더 클래스 효성의 우선주 31.45%를 취득하면서 상환을 요구할 경우 2개월 이내에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특히 당시 시중 대출금리보다 높은 9%의 높은 이자까지 받을 수 있게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타파는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도 있게 했다"며 "당시 더 클래스 효성의 재무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투자 조건은 특혜로 볼 수 있다는 게 관련 회계사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효성 측과 김씨는 국내 한 법무법인에 의해 적법하게 진행된 투자였고, 당시 벤처 투자 관행으로 볼 때 특혜로 봐서는 안 된다"고 해명했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김씨는 뉴스타파에 "해외사업을 위해 골드만삭스 싱가포르 지점에 페이퍼 컴퍼니 명의에 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운영했다고 밝혔지만 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국내로 자금을 들어온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효성 측은 "김씨가 만든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와 더 클래스 효성의 투자 과정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한국인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90여 건의 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