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주요 공약인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방안’이 발표됐다. 지난 대선당시 박 대통령은 비급여부문을 포함해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을 공약한 바 있다. 이번 조치로 재앙적 의료비 고민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남아있다. ‘4대 중증질환 보장 방안’의 내용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필수치료 2016년까지 건강보험 확대 적용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책, 환영 vs 우려
‘3대 비급여’ 빠져…‘반쪽짜리 대책’ 비판
‘선별급여’, 실효성에 의문…보험료 인상?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4대 중증질환은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그동안 급여와 비급여로 나뉘어 있던 체계는 2016년부터 필수급여, 선별급여,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된다. 비급여로 분류돼 보험혜택을 받지 못했던 부분은 급여로 전환돼 보장이 강화됐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까지 4대 중증질환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으로 적용을 받을 수 있어 향후 진료비 부담이 5~1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이번 대책으로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얼마나 줄어들까?
의료 진료비 경감 효과는?
부산에 사는 김모씨는 전이성 결장암 진단을 받고 2008년 대장을 절제했다. 그 후에도 김씨는 7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표적항암제를 사용한 탓에 1600여만원이나 되는 비용을 부담했다. 더구나 가족이 지방에 있는 탓에 간명인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어 치료비 부담은 엄청났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 오는 2016년이면 암 등 4대 중증질환에 치료에 사용되는 모든 필수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바뀐 제도였다면 김씨도 1600여만원의 5%인 80만원만 부담하면 됐다. 그러나 간병비는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뇌혈관질환자 우씨는 2011년 손발 저림 증상을 보이다가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그 후 2012년 11월 수술을 받고 7일간 입원했다. 이 과정에서 초음파 영상 등 검사와 수술비용으로 총 799만원의 의료비가 발생했다. 이 중 230만원(법정본인부담금 33만원과 비급여 진료비 197만원)을 자신이 냈다. 우씨는 수술할 당시 입원실이 없어 본의 아니게 1인실을 사용했다. 치료비 계산서를 보고 호텔비 숙박료보다 비싼 입원실 사용료에 놀랐다고 한다. 우씨가 2016년 이후에 같은 치료를 받는다면 뇌혈류 초음파검사(22만원), 수술부위 두개골 대체용 인공 뼈(50만원) 등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서 53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치료비는 줄겠지만 입원실 사용료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필수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필수 의료 진료비 부담은 크게 줄 전망이다. 현재 4대 중증질환에 걸린 사람들이 직접 내야 하는 본인 부담률은 24%다.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계획’에 따르면 2017년에는 17%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당장 10월부터 초음파 검사를 필수급여 항목이 된다. 내년에는 항암제 등 비싼 약과 심장질환 환자의 MRI 검사도 필수급여에 포함된다. 2015년부터는 뇌혈관 혈전을 없애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를, 2016년에는 치료약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검사와 수술 뒤 장기들이 서로 붙지 않도록 해주는 유착방지제도 추가된다.
또 카메라 내장형 캡슐내시경, 초음파 절삭기 등 비용대비 치료효과는 낮으나 사회적 수요가 높은 최신 의료에는 ‘선별급여’를 도입, 건강보험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한다.
선별급여는 의료기술에 따라 50~80%를 본인이 부담하며 3년마다 선별급여대상을 재평가해 필수급여로 전환하거나 본인부담률을 조정할 방침이다.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이규덕 상근평가위원은 “사례별로 보면 단기적인 비용이 많이 드는 폐암 환자가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장기적인 비용이 많이 드는 유방암 환자가 상대적으로 혜택이 좀 적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증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많이 있다.
3대 비급여 제외 ‘반발’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 혈우병 환자의 진료비 영수증을 보면 본인 부담금 149만 6천여 원 가운데 특진으로 불리는 ‘선택진료비’가 절반에 가깝다. 간병비도 만만치 않다. 입원환자의 40%는 간병인이 필요하다. 김모씨의 사례처럼 간병인의 도움을 받을 경우 환자 1인당 지출액이 월평균 200만 원이 넘는다. 병실 문제는 더 큰 문제다. 병실이 없으면 형편이 어려워도 이용할 수밖에 없는 1·2인실의 병실료는 호텔비 수준이다. 이처럼 중증 질환자에게 이른바 ‘3대 비급여’ 부담은 필수진료 의료비 보다 더 큰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3대 비급여 항목인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개선 방침만 예고됐다.
실제 비급여 항목은 필수의료 서비스의 두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제외하면 중증질환에서 환자 부담은 별로 줄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은 환자 본인부담분의 5분의 1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며 “진료비의 100%를 국가가 부담하겠다 해놓고 이 중 20~25%만 국가가 책임지는 것은 공약파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의 발표와 달리 4대 중증질환자의 의료비가 실제로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 근거로 건강보험 보장 항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대 비급여’ 제외를 거론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새로 도입된 ‘선택급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권하는 처치나 검사를 선택할 수 없음에도 마치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한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의료처치나 검사가 선택급여로 분류되면서 확대돼 환자의 의료비가 증대될 수 있다고 연합은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번 대책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건강보험 체계가 중증질환 비용에 중점을 두고 있어 향후 진료비 증가폭을 심화시키는 만성질환 관리 정책이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4대 중증질환 우선 보장에 따른 다른 질병과의 형평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2011년 기준으로 연간 진료비가 500만 원 이상인 상위 50개 질환 중 4대 중증질환이 아닌 질환은 39%에 이른다. 다른 중증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만한 이유다. 건강보험료는 모든 가입자가 납부하는데 4대 중증질환만 혜택을 주는 것은 사회보험 원리에 어긋나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원확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3대 비급여를 제외하고도 앞으로 5년 간 9조 원의 재원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3년 전부터 흑자로 돌아선 건강보험 재원 6조 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일각에서는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풀어야 숙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