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정부 행복주택 ‘소유’보다 ‘이용’에 중점
“대학 기숙사 건축비 지원이 더 효과적”
공릉지구 등 지정 철회 주장하며 파행
국토교통부가 연내 착공을 목표로 했던 행복주택이 주민 반발 등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급기야 시범지구 3곳 중 주민 반대가 심한 서울 노원구 공릉지구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는 고육책마저 나왔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공릉지구 착공은 힘들다”며 “주민 반발이 덜한 2개 지역(구로구 오류지구,인천 가좌지구)을 우선 착공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5월에 발표한 7개 시범지구 중 공릉·가좌·오류 3곳을 연내 착공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3개 지역을 연내 착공하고, 오는 10월 중 지방을 포함한 2차 지구를 발표한다는 야심찬 계획에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공릉지구는 7개 시범지구 중 양천구 목동지구, 안산시 고잔지구와 함께 주민반대가 높았던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구는 최근 열린 의견수렴 공청회와 주민설명회에서 행복지구 지정 철회를 주장하며 파행을 빚기도 했다.
행복주택 아닌 ‘갈등주택·불행주택’
슬림화·교통·악취 등 주거 부적합
노원구 공릉동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경춘선 폐선부지와 신공덕 역사 부지로 이미 지난해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공원화 사업 MOU를 체결해 1단계 산책로와 자전거길 조성공사 이후 2단계 사업으로 신공덕 역사에 복합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청도 노원구의 공공 임대아파트 등이 현재 2만4374가구로 서울시 전체 16%를 차지하는 등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입장이며, 국토부에 공릉동 행복주택 건립을 철회해 줄 것을 공문으로 발송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노원구청장도 이와 관련 성명서를 통해 “경춘선 폐선구간 확정 후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를 이어가며 7년간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지역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선정해 발표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문상모 서울시의회 의원(민주·노원2)은 지난 6월25일 개최된 제247회 정례회 신상발언에서 “박근혜 정권의 행복주택은 지방의회와 협의하지 않고 막가파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국민을 위한 정책인지 정권을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서울시와 노원구가 지역 실정에 맞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포퓰리즘적인 임대주택 정책을 발표해 지방지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소통없는 정책은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와 구의 정책을 무시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이대로 간다면 행복주택이 아닌 갈등주택, 불행주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회도 최근 ‘잠실유수지 및 탄천유수지내 행복주택 건립반대 결의안’을 제210회 정례회에서 채택했다. 안성화 의원이 발의한 이 안은 △69만 송파구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 계획 반대 △현행법상 유수지내 행복주택 건립 불가 △행복주택이 송파구에 집중 배치된 데 따른 지역 불균형 반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안성화 의원은 “두 유수지는 자연재해 대비 기능을 다하고 있으며, 장애인 연습장,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등의 체육시설을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안없는 행복주택 건립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또 “교통정체 심화, 인구 과밀화 등 문제점이 많은 행복주택 건립을 막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18일 대학로에 있는 예술마당에서는 국토교통부 서승환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행복주택에 대한 간담회에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주변시세의 반값이라고 하더라도 도심지의 가격이 워낙 높아 만만치 않으며, 대학과의 거리가 멀어 교통비와 등하교 이동으로 인한 시간낭비를 감안하면 잠실이나 오류지구가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근교의 학교나 통학버스가 있는 지역에 혜택이 되는 대학생도 있지만, 지방에서 온 모든 학생들에게 혜택이 주어지기는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라리 대학에 기숙사 건축비를 정부가 지원하여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고, 서 장관은 충분히 그러한 점이 있으나, 가격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빗물유수지는 악취 등의 문제가 있고, 철도부지는 소음의 문제가 있어 주거지로 타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과 빈민가 형태로 되어 있어 임대아파트가 주거적합지가 아니라 빈민지역(슬림화)처럼 되거나 시설이 쾌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지역주민의 임대아파트 설립의 반대문제 등도 지적됐다.
이에 서 장관은 사회적기업과 상업지역 유치원, 체육시설 등과 같은 복합복지시설 등을 모두 갖추고, 시설은 현대화하여 지역 주민들과 소통이 되는 시설로 지을 것이며, 현대 건축기술의 발달로 소음과 악취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반대는 설득을 통한 정면돌파를 밝혔다.
지자체 주민 반대, 사전협의 진행
MB정부 보금자리 주택사업 퇴장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은 행복주택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이 보금자리주택으로 집없는 사람들을 위해 대단위 주거 지역을 개발하여 공급함으로써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는 소유보다는 이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특색이 있다.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유수지와 철도부지를 활용하여 20만호를 건립하여 대학생용 기숙사,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에게 60%를 공급하고,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20%, 일반 청약자에게 20%가 공급되는 계획이다.
국유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주변 시세의 50% 수준으로 장기임대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13년 착공예정지로 오류·가좌·공릉·고잔·목동·잠실·송파 등 7곳이 선정됐으며, 시범지구로 2016년에는 입주가 시작된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주택분야 국책사업이었던 보금자리주택은 출구전략을 통해 사실상 중단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반면 박근혜정부의 행복주택은 건폐율·용적률 완화 등 특례를 적용받아 추진에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해당 지자체 및 주민 반대와 관련, 사전에 충분한 협의도 진행된다.
또 행복주택의 본격 추진을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석호 의원(새누리당)은 최근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보금자리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공주택 사업은 대외비로 분류돼 필요한 경우 광역 시·군 등과만 협의를 했지만, 행복주택은 국·공유지에 지어져 난개발 및 투기 우려가 낮아 이 같은 방안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또 고층 복합주거타운으로 지어지는 행복주택에 대해 건폐율·용적률·대지개념·공개공지·층고제한 등을 시행령으로 현행법상 기준보다 완화해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공유지 공급 방법은 일반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변경할 예정이며 사용기간은 현재 5년 이내에서 50년 이내로 확대된다.
행복주택 사업의 최대 관건으로 지목되는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토지 점용료 감면도 추진된다. 토지 점용료는 현재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등에 지불해야 할 사용료로 현재 철도부지 점용료는 공시지가의 2~5% 수준이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은 연간 7만호 중 4만호가 푸어(빈민)정책으로 추진되며, 부동산 정상화 정책과 더불어 행복주택이 양대 정책으로 추진된다”며 “하지만 지금 계획하여 완공되면 현재의 대학생은 졸업을 다 하고 난 후이므로 실제 혜택을 보는 대상이 아니고, 현 정부가 착공은 하지만 20만호 건립이 다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공급량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금자리 주택은 임대 주택 위주로 지어져야한다”며 “그 연장선인 행복주택 또한 민간 영역과 겹치지 않게 초소형 주택으로 만들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주택에 대한 궁금증으로 민간 시장을 외면하려는 분위기가 돌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의욕을 꺾을 수 있는 만큼 초소형 임대로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명박정부의 주택정책의 핵심이었던 보금자리주택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금자리주택은 2009년 서울 강남권 등 시범지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6차례에 걸쳐 21개 지구(총 43만7000여가구)가 지정됐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해 민간 분양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있었다. 또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기존 주택시장과 분양 시장에 혼란을 초래해 실수요자들마저 전세 시장 등 임대 아파트 시장에 머물게 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사업성 악화와 지자체·주민 반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여기에 박근혜정부가 새로운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사업을 시작하면서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사실상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금자리주택의 본격 재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