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 긴 이별 부르나?
짧은 만남, 긴 이별 부르나?
  • 김부삼
  • 승인 2005.09.07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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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내각' 제의, 박 대표 거부
"연정 거론 말라"... "야당으로 할 일 하겠다" 예상대로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간 7일 회담은 대연정 등 정국현안을 둘러싼 양자간 인식의 깊은 간극만을 확인한 채 사실상 결렬됐다. 최소한 민생.경제 분야 및 정기국회에서의 협조 등을 토대로한 합의문이라도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허물어졌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의 연장선상에서 한나라당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민생경제 초당내각' 구성을 제의했지만, 박 대표는 "노선이 같지 않아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연정 제안을 거둬 달라고 단호히 거부했다. 박 대표가 지역구도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빨라야 10년이나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으로 가자고 했고, 노 대통령이 "국가가 분열요인 위에서 발전할 수 없다"고 하자 박 대표는 "지역감정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며 연정론의 근본 바탕인 지역주의에 대해서도 인식차를 분명히 드러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기조는 뚜렷했다. 미리 준비한 `자기 할말만 하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이미 누차 밝혀왔듯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에 매진할 것이고, 연말로 시효를 설정해놓은 연정 제안도 당분간 유효할 듯 싶다. 한나라당은 "싫다는데 왜 이러느냐"며 대여 공세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정치개혁특위를 본격 가동해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나선 상태고, 한나라당은 헌법수호특위로 맞받아 노 대통령의 대연정론 등을 위헌 발언으로 규정, 헌법소원을 준비키로 하는 등 각자 `마이 웨이'로 들어서는 형국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7일 2시간 30분 동안 회담을 갖고 대연정 문제등을 논의했으나 각종 현안에서 서로의 현격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이날 회담은 서로의 현격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였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2시간 30분 동안 회담을 갖고 정치, 민생경제, 외교안보 등 4가지 의제로 나눠 국정 현안을 논의했으나 접점은 찾지 못했다. 대연정 문제를 제외하고 일부 민생경제 현안 등에 대해선 어느 정도 접접을 찾아 합의문을 작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양측은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김만수 대변인과 전여옥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발언록을 공개했다. ◆국정현안 논의했으나 접점 찾지 못해 노 대통령과 박 대표는 역시 예상했던 대로 대연정 문제에 대해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연정 문제는 노 대통령이 먼저 꺼냈다. 노 대통령은 박 대표와 민생경제문제를 얘기하다가 "연정은 불쑥 꺼낸 것이 아니다, 민생을 한번 맡아 보라"며 말문을 꺼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권력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라며 "누구든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야당이 국정을 위기라고 하니 협력을 해보자는 것"이라며 처칠의 거국내각구성, 링컨의 정적 기용 등을 예로 들면서 "대통령은 누구든지 총리로 지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국정에 협조한 적이 없다"며 프랑스 동거정부도 실패한 사례라고 반박했다. 박 대표가 대연정 제의를 단호히 거부하자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를 해소하기 위해 선거구제도를 바꾸자며 "모든 것을 양보할테니 이것만은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 역시 "5공화국 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했었지만 오히려 지역구도는 악화됐다"며 "선거구제 개편은 2008년 총선 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박 대표가 지역구도 해소 방안으로 행정구조 개편을 거론하자 "행정구조 개편은 제대로 하려면 20년 이상 걸린다"며 "그와 별개로 선거구제 개편은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대연정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며 "한나라당은 야당으로 할 일을 하겠다"고 일축했다. ◆"더 이상 거론하지 말라, 야당으로 할 일 하겠다" 정부의 8.31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박 대표는 "많이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보유세가 1%올라 서민 중산층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서민 주택은 과표를 현실화하자는 것"이고 "종합부동산세도 서민에게 부담 안된다"며 "한나라당이 도와 달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민생현장을 돌아보면 국민 의견은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라며 "경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국정의 첫 순위는 항상 경제로 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교육문제와 관련해 박 대표는 "대통령이 강남, 강북 사람을 가른다"고 주장했고 노 대통령은 "서울대의 60% 이상을 강남지역 학생이 차지하는 현실은 문제 있다"고 말했다. 다른 현안들을 얘기하다가도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역사적 부채를 이번에 정리하자"며 거듭해서 대연정을 제안했으나 박 대표는 "그런 말씀하는건 꺼내지 말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박 대표는 거듭 "야당은 야당의 길이 있다,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말을 유념해 달라"고 말했으나, 노 대통령은 "경제도 살리고 분열구도도 극복하자"며 대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이날 회담은 대연정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으나 접점을 찾지 못해 향후 정국에 가파른 대치가 예상되고 있다. ◆뼈있는 말들 오가 "힘든 회담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청와대 회담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하지만 뼈 있는 말들이 오가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한나라당 유승민 비서실장이 회담 직후 “힘든 회담이었다”며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의 원형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노 대통령과 박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부터 입장차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책임 있는 합의를 주문했고, 박 대표는 국민 대변 역을 자처했다. 노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 대해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아주 높다”며 “무슨 합의가 나오나 주시하고 있는데 내 생각은 합의가 뭔가 나오면 좋긴 좋지만 크든 작든 책임지고 지킬 수 있는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에 박 대표는“국민이 대통령께 말할 게 많은 것 같다”며 “회담을 앞두고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의견수렴 창을 만들었는데 많은 국민이 의견을 주셔서 전달해 드리고자 한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을 통해 국민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겠다”며 “듣고 새겨서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또 “오늘 회담을 정해놓고 나니‘박 대표가 나라 걱정과 국민걱정이 지극하시니 그런 줄 알고 가서 얘기하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고 박 대표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 박근혜 "저 원래 바지 잘 입어요" 박 대표는 회담 10분전인 오후 1시51분 승용차편으로 청와대 본관 앞에 도착했다. 박 대표는 본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 유승민 대표 비서실장, 전여옥 대변인과 악수한 뒤 본관으로 들어섰다. 이날 박 대표는 하늘색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바지 정장을 갖춰 입었다. 회담 등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스커트 정장을 즐겨 입어온 박 대표가 바지 정장을 택한 것은 회담에 임하는 대표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박 대표는 기자들이 복장에 대해 묻자 “원래 바지를 잘 입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본관 안쪽에서 대기중이던 청와대 이병완 비서실장, 윤후덕 기획조정비서관, 김만수 대변인과 인사를 나누고 이 실장의 안내로 중앙계단을 통해 본관 2층으로 이동했다. 이어 박 대표 일행과 이 실장 등은 대기실에서 5분여 동안 비공개 환담을 나눴다. 회담 시간인 오후 2시, 박 대표 일행이 건너편에 위치한 백악실로 향했고 박 대표가 대통령 집무실 앞을 지날 즈음 집무실 문이 열리며 감색 양복 차림의 노 대통령이 모습을 나타냈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과 악수하며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고, 노 대통령은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앞서 여야는 회담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당 지도부는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루어진 양자 회담이 최근의 정치난국을 해결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친 반면 한나라당 에선“차제에 연정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확실히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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