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범죄 급증…실태와 원인은?
카메라 장비를 이용해 몰래 촬영하는 일명 몰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러한 몰카 범죄는 명확한 성범죄다. 몰카를 범죄는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상에 몰카로 찍은 사진과 영상이 무방비하게 유포돼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급증하는 몰카 범죄의 실태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허락없이 은밀한 부위 찍는 몰카행위, ‘범죄’
스마트폰은 초보…안경·넥타이·명암 등 ‘진화’
병적인 형태의 성도착증이 몰카범죄로 연결
‘몰카 촬영’ 성범죄자 신상공개 등 형사처벌
몰카 범죄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몰카 범죄는 여름철에 더욱 증가해 경각심을 주고 있다. 지난달에 보도된 사건만 해도 한 두건이 아니다.
서울 유명 사립대 교수 51살 조모씨는 손목시계에 내장된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뒷좌석 여성의 치맛속을 찍다가 들켰다. 여성 A씨는 자꾸 몸을 뒤척이는 조 교수에게 항의했고, 조 교수는 발뺌하며 급하게 자리를 떴으나 명함이 떨어지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다.
목사 류모(37)씨. 그는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짧은 원피스 차림의 여성에게 접근해 스마트폰으로 허벅지 등을 촬영하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범죄 예방·단속 업무를 하던 경찰에 적발돼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20대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 걸린 40대 초반 변호사도 있었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여성의 다리와 뒤태 실루엣 등을 찍은 사진 100여장이 들어 있었다.
국회 5급 입법조사관으로 일하는 오모씨. 그는 입법고시와 행정고시,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한 ‘고시 3관왕’으로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옆 칸에서 소변을 보던 19살 B양을 촬영했다.
몰카 범죄는 계층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에서 벌여졌다. 심지어 서울의 한 남녀공학 중학교에서 1학년 남학생 4명이 미술수업시간에 같은 반 여학생의 치마 속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검찰관계자는 이들 모두 삐뚤어진 성적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범죄를 일으킨 사람들의 항변은 동일했다. 천편일률적으로 장난삼아, 호기심에 했으며 ‘범죄’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은밀한 부위를 찍는 행위는 범죄다. 몰카를 찍는 것만이 아니다.
진화하는 몰카 범죄
성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몰카로 찍은 짧은 치마 입은 여성들의 뒷모습은 속칭 꺼리도 아니다. 치마 속 사진까지 올라온다. 이렇게 각자가 찍은 여성 사진들을 두고, 품평회까지 갖는다.
범죄를 들키지 않기 위한 최첨단 장비 사용도 교묘해졌다. 스마트폰은 몰카축에도 끼지 않는다. 안경·시계·신발·구두·명함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서울 용산에서 몰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판매업자는 “신발 몰카는 화질도 안 좋고 잔고장이 많아, 요즘은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볼펜·라이터·넥타이 등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며 “요즘 최신 인기 몰카는 차키 몰카다”라고 소개했다. 몰카의 가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신형도 20~30만원이면 살 수 있다”며 “이거 팔아서는 얼마 안 남는다”고 푸념했다.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더욱이 다른 사람들에게 유포하지 않고, 촬영해서 가지고 있기만 해도 범죄다. 이러한 사건은 적발된 것만 작년 한 해 2400여 건이다. 그전 해에 비해서 2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는 6월까지만 해도 벌써 1569건.
특히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는 몰카 범죄의 온상이다. 지하철 내 몰래카메라 범죄는 지난 1분기 32건에 비해 2분기에는 186건으로 무려 481%나 늘어났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발표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대부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나 계단(70%)에서 발생했다. 특히 전체 몰카 범죄 80건 중 37건이 지하철 서울역에서 KTX로 올라가는 31m 길이의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했다. 서울역은 낮에도 사람이 많아 들킬 염려가 적다. 또한 에스컬레이터가 2단으로 길어서 찍을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라고 범죄자들은 진술했다. 몰카를 촬영한 경우도 성범죄자 신상공개대상에 포함된다.
몰카범죄, 급증하는 원인은?
최근 보도된 몰카 범죄는 대부분 ‘사회지도층’이라 관심이 촉발됐다.
사회지도층에서 몰카범죄가 급증하는 것을 두고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변호사, 교수, 목사 등 사회적으로 엄격한 규정을 갖고 살아가는 직업이다 보니, 스스로 누르고 살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갖고 있는 ‘성적 판타지’가 이런 식으로 표출되었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가면에 억눌린 욕망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언론의 특성상 개가 사람을 물은 것 보다 사람이 개를 물은 사건이 주목을 받기 때문에 사회지도층의 범죄가 부각될 수도 있다.
연세대 황상민 교수는 몰카 범죄는 사회지도층의 문제가 아닌 잘못된 성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몰카를 찍는 것 자체에 대해서 실제로 대다수의 남성들이 ‘이것은 성도착행위다’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을 나와 동일한 어떤 인격체라든지 중요한 인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나의 욕구를 충족하는 물건처럼 보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성도착적 행동을 쉽게 한다”고 말했다.
몰카로 성적욕망을 충족하는 행위는 성도착적 관음증이라는 것이다.
‘관음증’은 타인의 사적영역을 자신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 들여다보며 쾌락을 얻는 행위다. 사람에게는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며 재미를 느끼는, ‘관음증’이 있다. 요즘 예능프로에서도 ‘훔쳐보기’라는 관찰예능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훔쳐보기가 병적인 형태의 성도착증과 맞물려 몰카 범죄가 일어난다는 것.
노출패션이 문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수연 평등문화센터장은 기고문을 통해 “관음증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도 있을 수 있다”며 “문제가 되는 것은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몰두하는 관음증은 정상적인 관음증과 차별화되는 병리현상이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몰카의 급증이 여성들의 노출패션 때문이라는 주장한다. 더불어 성범죄의 증가도 이 때문이라는 것. 이러한 심리는 이 사회 남성들에게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이명신 경상대 교수 등이 지난해 경남 3개 중소도시 경찰서와 파출소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3.8%가 ‘여성의 심한 노출’이 성폭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성범죄를 수사해야 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이러한 심리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센터장은 “여성들에게 노출 패션은 패션일 뿐이다”라며 “이는 남성의 관음증을 유발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며 이를 보면서 관음적 쾌락을 느끼는 것은 남성의 심리구조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이 센터장은 성폭력은 절대 정상적인 심리구조에서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성욕은 발정기가 되면 아무 곳에서나 교미를 하는 동물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
덧붙여 “인간 성적 본능과 동물의 근본적 차이는 ‘성적 욕망의 문명성’”이라며 “성폭력은 남성 성욕망의 정상적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병리현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몰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관계자는 상황별 대처와 적극적 신고를 강조한다.
그는 “피해 여성들은 수치심과 두려움에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적극적으로 경찰 등에 신고하는 것이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몰카 현장을 목격한 경우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증거품을 삭제해 처벌이 곤란한 경우가 있으니 증거 확보를 위해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만약 자신이 찍힌 몰카를 발견했다면 증거를 모아 사이버범죄수사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해 확산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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