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김윤규 다시 불러야 할까?
현정은 회장, 김윤규 다시 불러야 할까?
  • 민철
  • 승인 2005.09.1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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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대북사업 제동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현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북측의 제동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대북사업이 현 회장의 ‘시험대’로까지 불리며 목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북측이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에 대한 징계조치를 문제삼아 금강산 관광객 수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25일. 20여일 지난 지금도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풀릴 것 같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북측은 지난달 31일 금강산 방문을 위해 북측 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하는 현 회장에게 통상적 예우와는 달리 개인 핸드백가지 검사하는 등 노골적으로 김 부회장의 퇴진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의전에서도 ‘홀대’를 받았고 북측 책임자와 만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김 부회장의 퇴진으로 현대의 대북사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이 김 부회장의 퇴진을 이유로 이달 들어 금강산 관광 규모를 절반으로 줄인데 이어 백두산 시범관광과 개성 본관광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북한은 현대아산 김정만 전무와 육재희 상무 등을 개성으로 불러 “7일까지 김 부회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개성은 물론 백두산과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달 말 실시 예정이던 백두산 시범관광을 앞두고 현대의 사전답사 요청도 북측은 거부하고 있으며, 이미 개성관광의 본관광 협상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져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현대측은 북측을 설득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북측의 행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 대북사업에 발목 잡힌 현대 이렇듯 대북사업과 관련, 현대그룹이 8월16일 개인비리를 이유로 김 부회장을 경질하고, 북한이 이를 문제삼아 현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재계와 현대 안팎에서는 북한의 이같은 돌출행동은 김 부회장에 대한 ‘의리’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수차례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고, 오랫동안 대북사업을 도맡아온 김 부회장에 대한 인사조치는 결국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을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김 부회장이 개인적 비리로 퇴진했다는 점도 북한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안오고 있다. 이는 김 부회장과 오랫동안 사업파트너를 유지해온 북한 실무자들도 비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부에서는 북한이 관광대가 등의 협상테이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순밟기라는 관측도 제기되고도 있다. 향후 전개될 다른 사업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측은 개인비리 혐의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한 김 부회장을 다시 복귀시킬 수는 없어 보인다. 현대측은 내심 김 부회장이 직접 나서 북측을 설득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김 부회장측은 “금강산관광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현대와 북측과의 문제해결을 해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현대... 지금은? 그러나 현대의 대북사업이 난항이 지속될수록 애타고 있는 건 현 회장이다. 금강산 사업 초기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했다. 그만큼 지금의 현대아산은 자금이 여유롭지 못하단 얘기다. 따라서 이번 대북사업이 난항이 장기화 될수록 현대아산은 자금난을 겪게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돼 이러한 북한과의 관계가 현 회장의 ‘시험대’로까지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한 언론에 따르면 1998년 금강산 관광사업을 시작한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에 쓴 돈만 약1조530억원(10억5300만 달러)에 이른다. 우선 현대는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사업 대가로 북한에 4억 달러를 지급했다. 초기에 약속한 금액은 이보다 더 많지만 금강산 관광사업이 생각보다 여의치 않자 추가적인 자금 제공은 일단 보류한 상태. 또 철도와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비롯한 7대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사업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5억 달러를 지급하고, 현대는 금강산·개성 등의 관광사업에 50년간 토지 이용권리를 독점적으로 갖았다. 여기에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도로 개통과 항만시설, 온천장 설립 및 해금강호텔 매입, 각종 숙박시설 건립을 위해 추가로 1억5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현대가 대북사업으로 자금난을 겪자 한국관광공사는 900억원을 투입했다. 게다가 정부는 이산가족과 학생들의 금강산 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 120억원을 지원하고 남북협력기금도 30억원을 썼다. 이처럼 초기 대북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한 바람에 현대아산은 6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다. 1999년 이후 줄곧 적자였던 현대아산은 지난해 겨우 7억 원의 이익을 냈지만 이것도 환차익이 대부분으로 영업은 겨우 수지만 맞추는 정도에 그쳤다. 한편 현재 김 부회장은 현대그룹측과 접촉을 거부하고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 졌다. 김 부회장의 퇴진에 이어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 노정익 사장의 거취도 불분명해졌다. 현대상선은 9일 오는 25일 임기가 끝나는 노정익 대표이사를 2선으로 물리고 이재현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노 사장의 2선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기존 사장 업무는 그대로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해 임시주총을 열지 않고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다시 노 사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라는 설명.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부회장 퇴진 등으로 촉발된 신ㆍ구 세력간 갈등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북사업에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현대, 과연 현 회장이 이러한 곤경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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