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난 3년 일감몰아주기 '늘었다'
현대차그룹, 지난 3년 일감몰아주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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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원 개방해도 아쉬움 남는 이유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이 재계 배당잔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위와는 압도적인 차이다. 그것도 그냥 배당금이 아닌, 일감몰아주기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이다. 언급되는 자체가 오명(일감몰아주기)에 오명(배당잔치)을 뒤집어쓰는 일이라는 얘기다. 문제가 된 현대차 계열사를 살펴보니 현대글로비스, 현대모비스, 현대엠코, 삼우 등 이전부터 대표적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지목돼온 곳들이다. 지난 2년간 불었던 경제민주화 바람과는 상반된 결과를 내놓은 현대차 계열사들의 현태를 조명했다.

지난 5년 일감몰아주기 통한 배당수익 2456억원
매번 논란되는 계열사,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
일각선 “정의선 위한 무리한 일감몰아주기?” 일침
사위도 일감몰아주기 의혹…삼우, 내부거래율 87%

▲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뉴시스

최근 대기업 전문사이트 재벌닷컴이 발표한 조사결과가 화제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인 30대그룹 계열사가 지난 5년간 오너일가에 배당한 금액이 총 4696억원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중 현대차그룹이 245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SK그룹(815억원)과는 규모차가 압도적이었다.

이름을 올린 현대차 계열사들은 낯이 익었다. 현대글로비스, 현대엠코, 이노션,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삼우 등은 일감몰아주기 사례로 끊임없이 지목돼온 계열사들이다. 결국 재벌닷컴의 이번발표는 2011년부터 본격화된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이 됐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이름을 올린 계열사 대부분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정몽구 회장의 장남)이 대주주인 곳이었다. ‘배당금 1위’ 타이틀과 맞물려 “정 부회장의 자금확보를 위해 현대차가 무리하게 일감몰아주기를 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후계승계를 위해 정부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모양새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정의선 최대주주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배당 높아

사실 정 부회장은 차기오너로 꼽히나 그룹을 장악할 실질적 지분이 부족하다. 안정적 지분확보를 위해 필요했던 건 충분한 자금. 정 부회장이 대주주인 계열사들이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이유다. 일감몰아주기는 오너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에 그룹이 일감을 몰아줘 배당금, 주가가치 상승 등 수익을 발생시키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정 부회장이 대주주이자 재벌닷컴이 언급한 현대차 계열사들의 현 상황은 어떠할까. 이들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비중은 여전히 높았다. 정 부회장이 거둬가는 수익도 상당했다. 오히려 내부거래비중이 늘어난 계열사가 다수로, 지난 2년간 가해졌던 정부의 압박이 무색할 정도였다.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현대글로비스에 대해서다. 물류업체인 현대글로비스는 정 부회장이 지분율 31.9%로 최대주주이고, 그 뒤를 정몽구 회장 11.5%, Wilh. Wilhelmsen ASA 10.0%, 현대자동차 4.9%, 현대차정몽구재단 4.5% 순으로 따르는 지분구조를 지녔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율은 74.9%(국내매출 4조3400억원, 계열사거래 3조2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1년 82.3%(3조4100억원, 4조140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2010년 50%(2조6800억원, 5조8300억원)와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치다.

배당규모도 2년 연속 동일했다. 현대글로비스는 2011~2012년 각각 562억5000만원(주당 1500원)씩을 배당했는데, 이 기간 정 부회장이 챙긴 돈은 총 358억6400만원(179억3200만원*2)이었다. 정 회장도 129억5400만원(64억7700만원*2)을 챙겼다. 이처럼 정 회장 부자가 지난 5년간 현대글로비스로부터 거둬들인 배당수익은 781억원에 달한다.

눈길을 끄는 시기는 2010~2011년이다. 2011년을 기점으로 현대로비스의 내부거래규모와 배당규모가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2010년까지 배당은 주당 500원에 불과했다. 결과만 보면 내부거래규모 증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를 높이고, 정 부회장의 수익까지 늘린 셈이다. “후계승계를 위한 일감몰아주기 대표사례”라는 지적이 나올만 했다.

줄인다고 했는데…실제는

이번에는 현대엠코다. 건설사인 현대엠코는 정 부회장이 지분율 25.1%로 최대주주이고, 현대글로비스 25.0%, 기아자동차 20.0% 현대모비스 20.0% 정 회장 10.0%인 지분구조다.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64.5%(국내매출 2조7300만원, 계열사거래 1조7600만원)였다. 2010년 47.5%(1조2400억원, 5900억원), 2011년 58.9%(1조7400억원, 1조240억원)에 이어 또다시 증가한 것이다. 내부거래 대부분은 수의계약 형태였다. 현대엠코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명확해지는 근거다.

그나마 배당규모가 감소했다. 현대엠코는 지난해 400억원(주당 2000원)을 배당했다. 앞서 2010~2011년에는 배당규모가 각각 500억원(주당 2500원)이었다. 지난해 정 부회장이 현대엠코에서 얻은 배당수익은 100억2500만원. 정 회장도 40억원을 챙겼다. 지난 5년간 이들이 현대엠코에서 거둔 배당수익은 666억원이었다.

이노션도 거론됐다.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지분구조는 정 부회장과 정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40%, 정 회장이 10%, 현대차정몽구재단이 10%로 구성돼있다. 지난해 내부거래율은 57.8%(국내매출 3500억원, 계열사거래 2000억원)였다. 2010년 47.7%(2900억원, 1400억원), 2011년 56.3%(2900억원, 1600억원)에서 또다시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배당규모는 줄었다. 지난해 이노션은 총 72억원(주당 4000원)을 배당했다. 90억원(주당 5000원)을 배당했던 전년도보다 18억원 감소한 것. 오너일가 지분이 100%인 회사인 만큼 배당전량은 올해까지 오너일가에게 돌아갔다. 지난 5년간 이들이 거둔 배당수익은 372억원이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정 회장의 사재출연으로 7월에서야 이노션 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에 아직 배당수익이 없다.

이외에도 현대모비스(지난 5년간 오너일가 배당합산 485억원, 현대모비스에는 정 회장 지분만 있음), 현대오토에버(99억원), 삼우(53억원) 등이 언급됐다.

지난 3년간 이들 내부거래율 변동추이는 △현대모비스 48.9%(국내매출 13조7000억원, 계열사거래 6조7000억원)→74.5%(10조1900억원, 7조5900억원)→75.1%(10조7100억원, 8조400억원) △현대오토에버 85.4%(5600억원, 4800억원)→88.9%(6300억원, 5600억원)→85.1%(7800억원, 6600억원) △삼우 86.9%(5600억원, 4900억원)→86.8%(8100억원, 7100억원)→88.4%(8800억원, 7800억원)였다.

이번에 언급된 현대차 계열사들의 내부거래율은 감소하지 않은 것. 그나마 현대오토에버가 소폭 감소했으나 규모자체는 늘어나 그 의미가 퇴색됐다. 또한 이들 계열사들은 내부거래 대부분을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 지분, 내부거래율 증가, 수천억원대 배당금, 거기다 수의계약까지 결부되자 “후계승계를 위한 그룹차원의 일감몰아주기”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다만 올해 4월 현대차는 6000억원 규모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거래물량을 외부업체에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년 꾸준히 내부거래율을 늘리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후에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데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사위의 일감몰아주기?

한편, 삼우도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대표사례로 꼽혀온 계열사 중 하나다. 다만 정 부회장과 관련이 있었던 이전 계열사들과 달리 삼우는 정 회장의 사위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과 관련이 있다.

삼우는 신 사장 부친인 신용인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자동차 사후수리(A/S)용 부품 보관용기 등을 제조·판매하다 현대차그룹 사돈기업(1997년)이 된 후부터 사업영역을 바꿨다. 삼우는 1998년 현대모비스가 맡았던 상용자동차 휠 제조를 넘겨받았고, 2005년 자동차용 강판사업을 시작했다.

삼우의 자동차용 강판사업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자동차용 강판을 받아 가공처리한 뒤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절묘한 시기가 논란이 됐다. 2005년은 신 사장이 현대하이스코 사장으로 취임한 년도이기 때문이다.

지분구조와 내부거래율을 봐도 의구심이 가중된다. 삼우는 신 사장 일가가 지분전량을 가진 회사로, 신용인씨가 지분율 50%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나머지는 신 사장 25%, 신 사장 자녀(우진·우택·우현)가 25%로 나눠가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 지난 3년 삼우의 내부거래율 평균은 87%였고, 거래 대부분은 수의계약이었다. 정황상 “사돈기업 밀어주기”라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배당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일었다. 업계에서는 신 사장과 자녀들이 삼우의 지분을 매입한 시기를 주목했다. 이들이 삼우의 지분을 취득한 때는 2008년 5월. 공교롭게도 삼우의 배당성향(배당총액/당기순이익)이 수직상승한 때는 이 이후였다. 삼우 배당성향은 종전 10%대에서 2010년 32.2%, 2011년 35.0%, 2012년 49.6%로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비율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에만 신 사장과 자녀들이 거둔 배당수익은 19억5000만원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신 사장이 삼우 지분매입을 한 뒤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을 공격적으로 취득했다”며 “삼우가 신 사장의 계열사 지분취득을 위한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풀이를 내놓기도 한다.

신 사장은 2011년 5월 기아차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해 현재 7491주를 보유 중이고, 같은 해 8월 현대건설 지분 830주를 매입하는 등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왔다. 본인이 이끌고 있는 현대하이스코는 끊임없이 지분매입을 한 결과 지분율을 0.12%(10만주)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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