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됨에 따라 황보건설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황보건설은 대표 황보연 사장(62)이 1977년 설립한 업체로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면서 급성장했다.
황보건설은 2008년 기준 자본금 19억원, 매출액 63억원, 도급순위 490위권이었다. 하지만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매출액이 2009년 296억원, 2010년 408억원, 2011년 473억원을 기록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2009년 970위대에서 2012년 380위대까지 수직상승했다.
건설업계는 황보건설의 이와 같은 급성장의 배경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연관 돼 있다고 보고 있다.
황보건설 대표 황보연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1995년 고려대 노동대학원 최고지도자과정 1기를 함께 수료한 친분이 있으며, 원세훈 전 원장과는 서울시 재직 시절 이른 바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보건설의 급성정과 관련된 의혹을 가중시키는 근거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황보건설은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알짜 관급 공사를 수행했다. 2010년에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제2공구 사업에 참여했다. 2011년에는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의 일환으로 추진된 277억원 상당의 캄보디아 프놈펜 56번 도로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총 400억원 규모로 황보건설은 공사를 수주한 두산중공업 컨소시엄이 아니었음에도 하도급 입찰에 참여해 공사를 따낸 것으로 전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2009년부터 시작된 황보건설의 성장세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현대건설이라는 것이다. 황보건설의 매출처는 현대건설이 39%로 가장 높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 측근으로 불리는 김중겸 사장이 현대건설의 사장 재임시 황보건설에 하청을 준 건들만 무려 약 654억이다. 그 숫자도 눈에 띄게 많거니와, 액수 규모 역시 만만치 않은 수백억에 가깝다.
이러한 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덩치가 큰 건설기업인 만큼 건수도 많아 매출이 높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건설사들도 현대 건설이 가장 큰 매출처냐는 질문에는 “그건 조사해 보아야 알 것 같다”며 모르겠단 자세를 취했다.
현대건설은 2010년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1200억원대의 삼척 LNG 생산기지 호안 축조 및 부지 조성 공사에 189억2천여만 원의 하청업체로 황보건설을 선정했고,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이 발주한 영흥화력발전소 석고작업 중 일부 역시 103억2천여만 원에 황보건설에 하청을 줬다.
또 그해 서울시가 발주한 문래고가차도 철거 공사도 맡았다. 한국도로공사 발주 남해선 냉정∼부산 4공구 도로공사 하청 등도 따냈다. 2011년에는 현대건설의 하청을 받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발주한 세종시~정안IC 도로 공사도 맡아 진행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하도급 업체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 따르면 자본금 19억원에 불과했던 중소 건설사에게 수 백 억대 하청을 맡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황보건설의 급성장에 현대건설과 이명박 전 대통령(고려대, 경북)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당시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고려대, 경북)과의 관련성 때문이다.
현대건설 김중겸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손꼽힐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재임시에도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사람이었다.
그 후 김중겸씨는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실세가 차지 한다는 한국전력의 사장자리에 앉았다. 당시 최고의 실세 이상득씨가 추천하여 1순위 후보로 떠오르던 김주성 전 코오롱 부회장을 밀쳐내고 거머쥔 자리였다. 김중겸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 중에 측근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김중겸은 한전 사장 재임시절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100대 선거공약을 뒤집는 국고 5조원이 투입되는 서울화력발전소의 지하건설 강행, 인사권 독점, 노조의 반발, 글로벌 사업 마인드로 인한 자회사들의 반발 등을 이유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도망치듯 물러났다.
이명박 정권시절 그렇게 잘나가던 황보건설은 분식회계로 비자금을 조성 한 뒤 이명박 정권이 끝나자 유동성자금을 이유로 협력업체들의 하청대금 조차 지불하지 않고 최종 고의부도 처리로 손을 털었다.
검찰에 원세훈 전 원장과 황보건설의 황보연 대표가 구속수감됨에 따라 황보건설의 분식회계를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어느 품으로 흘러갔는지, 검찰수사가 몸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