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당한 밀어내기 행태로 이른바 ‘갑의 횡포’ 문제를 국가 전체에 발발시켰던 남양유업 사태. 이렇게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관심을 모았던 남양유업이 불공정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23억 원이라는 강력한 철퇴를 맞았다. 또한 검찰 고발 조치됐다. 만만치 않은 타격을 입은 남양유업이지만,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공정위, 시정 명령·과징금 123억 원·검찰 고발
본사 직원 2,700여 명 가운데 기혼여성 6명
시민단체, ‘女직원 차별’ 남양유업 회장 고발
과징금이 무려 125억 원에 이른 남양유업은 이를 올해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될 경우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최근 크게 떨어진 평판과 더불어 남양유업이 앓는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교묘히 대리점에 부담 지워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 5월까지 총 1,849개 대리점 전체에 걸쳐 부당한 행위를 저질러왔다. 남양유업의 부당 행위 내용은 주로 강제 밀어내기 행위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 △대리점에서 주문하지 않거나 안 취급하는 제품 등을 강제로 할당하거나 또는 임의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구입을 강요한 행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아울러 남양유업은 공장설비에 부과된 최소 생산 기준량과 실제로 생산한 제품의 회전량이 불일치되어 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남양유업 측은 이렇게 제품 수요를 예측하는 데 실패한데 따라 초과로 생산된 재고를 대리점에 떠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남양유업 측이 부담을 지우는 방법은 상당히 정교하게 이루어졌다. 남양유업은 2010년 9월부터는 대리점이 접속하는 주문시스템을 일괄적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대리점의 최초 주문량 등을 검색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회사에서 주문을 하는 담당자가 최종 주문량을 임의로 수정하는 일이 훨씬 용이해졌다.
이렇게 고도의 방법으로 남양유업 측은 반품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정책을 고수했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대리점이 떠안아야 했다. 각 대리점은 밀어내기로 떠맡게 된 물량을 본사에 반품하지 못한 채 아는 이들에게 판매하거나 덤핑, 심지어 폐기처분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다.
이러한 정책에 해당되는 품목으로는 주로 대리점이 취급을 기피하거나 인기가 그리 많지 않은 품목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불가리스 키즈·저지방우유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한다. 아울러 유통기한이 임박해 더 이상 매장에서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은 제품들도 떠넘기기에 포함됐다. 또한 새롭게 출시되어 매출 향상에 주력해야 하는 품목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오·프렌치카페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렇게 모두 합쳐 스물여섯 개 품목에 대해 밀어내기가 일어났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남양유업은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파견 근무하는 진열 판촉사원을 어떻게 파견할 지 계획을 직접 수립했으며, 사실상 이들을 고용하여 관리까지 맡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 측은 사전에 대리점과 전혀 합의하지 않은 채 진열 판촉사원의 월급 중 50% 이상을 대리점에게 전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남양유업 측의 이러한 행위는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포함된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 등 엄벌
이러한 여러 부당행위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거래상지위남용)를 적용시켜 시정 명령, 과징금 123억 원 부과 및 검찰 고발조치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특히 밀어내기 및 진열 판촉사원의 임금을 전가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남양유업의 주문 시스템에 △대리점 최초 주문기록 △변경 주문기록 △사유, 최종 주문량 등이 나타나도록 시정 조치했다.
또한 앞으로 남양유업의 모든 주문기록은 5년 간 보존하도록 하고 이를 90일 안으로 변경한 후 공정거래위원에 보고하도록 조치했다. 이와 아울러 대리점에 공급한 물품에 대한 대금을 결제할 때, 제품 주문량과 공급량, 대금을 산정한 근거를 앞으로는 대리점이 직접 확인·승인한 다음 대금 지급이 진행될 수 있도록 결제방식을 변경했다. 남양유업은 이 모든 변경사항을 이후 반드시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에 단행된 조치와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최근 갑을 관계에 있어 불공정 관행 개선이 사회 전체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첨예한 상황에서, 이번 남양유업 사건은 신속한 조사를 통해 법 집행을 엄정하게 이루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그동안 불법적인 행위가 어렵지 않게 발생할 수 있었던 남양유업의 제도적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도록 하여,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법 위반에 대한 예방효과가 기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결정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앞으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남양유업 관계자는 “현재 회사 전체적으로 철저하게 반성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여러 사항은 개선 조치를 단행해 끝맺음했으며 앞으로 대리점과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모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유업 특별법 진전 없어
그런데 이처럼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조치와 남양유업 측의 반성에도 불구하고, ‘남양유업 사태’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 남양유업 특별법 제정 움직임과 여러 시민단체의 불매운동을 중심으로 한 집단적인 움직임이 앞으로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여야가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태 등의 갑을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해 온 이른바 ‘남양유업 특별법’은 현재 이렇다 할 진전 없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남양유업 방지법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남양유업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9일 노대래 위원장은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최근 국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남양유업 특별법 제정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날 노대래 위원장은 “본사와 대리점은 한 몸체여야 한다”며 “자칫 직거래로 바뀌게 되면 대리점만 죽을 수도 있다”는 신중한 견해를 내놓았다. 노 위원장은 “철저한 실태 조사를 통해 대리점들이 진정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7월 11일 오전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전국대리점협의회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을살리기비대위’는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양유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서 비대위 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불법·불공정행위 대부분을 밝혀내고 물품대금 결제방식 변경 등 시정 조치를 구체적으로 명령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환영한다”라고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비대위 측은 “그렇지만 남양유업은 지난해에만 1조 3,403억 원을 거둬들였으며, 특히 지난 10년 동안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저질렀다. 이 점에서 123억 원의 과징금 부과는 상당히 미흡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11일 한국여성단체연합·전국여성노동조합·경제민주화국민본부 등 일곱 개 시민단체는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들어 여직원들에게 회사를 그만두도록 강요하고 차별한 혐의로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김웅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고발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이들 단체는 “여성근로자들이 결혼을 하는 경우 회사를 떠나도록 압박하고 퇴사하도록 종용했다”며 “상당수 여성 근로자가 출산휴가가 보장되지 않아 임신을 미루거나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아울러 “본사 전체 직원 2,700여 명 가운데 기혼여성은 단 여섯 명 뿐이며, 이들은 결혼하기 전에는 정규직이었지만 결혼을 이유로 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혼여성은 동일하게 노동을 하더라도 임금이 약 10% 깎였으며, 각종 수당도 제외되는 등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곧 노동 분야를 전담하는 공안2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검찰은 홍원식 회장을 소환하는 등 조사를 상당히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고발에 따라 보강 수사를 진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